"연주대 돌탑에 내 소원 올리고"…MZ '행운명소' 관악산 가보니[출동!인턴]

김건민 인턴 기자 2026. 3. 12.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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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인증 열풍에 방문객 급증…외국인까지 찾는 '서울 럭키 스폿'
예능서 '정기 좋은 산' 언급 후 입소문 확산
전문가 "MZ세대, 토속신앙도 체험형 콘텐츠로 소비"
[서울=뉴시스] 김건민 인턴기자 = 젊은 등산객들이 관악산 정상에 위치한 비석 앞에서 단체 사진을 찍고 있다. 비석에는 '관악산'이라는 한자가 새겨져 있다. 2026.03.11.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김건민 인턴 기자 = "한국의 '행운 명소'(Lucky Spot)라길래 찾아왔어요"

11일 관악산에서 만난 우즈베키스탄 국적의 유학생은 "평소 친한 한국인 친구에게 가볼 만한 관광지로 관악산을 추천받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서울 관악구와 경기 과천시에 걸쳐 있는 관악산이 최근 MZ(밀레니얼세대+Z세대)세대 사이에서 새로운 인기 명소로 자리매김하며 젊은 등산객들로 붐비고 있다.

[뉴시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관악산 등산 인증 글과 영상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으며, 일부 영상은 조회 수 330만 회를 기록하기도 했다. (사진=인스타그램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관악산 등산 인증 글과 영상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으며, 일부 영상은 조회 수 330만 회를 기록하기도 했다. 20~30대 방문객이 몰리면서 정상에서는 사진 촬영을 위해 1시간가량 줄을 서는 진풍경도 벌어지고 있다.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썸트렌드에 따르면, 지난달 11일부터 이달 10일까지 '관악산' 언급량은 총 4434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2.02% 증가했다. 구글 트렌드와 블랙키위 등 다른 데이터 분석 서비스에서도 검색 관심도가 크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기자는 지하철 2호선 서울대입구역에서 출발하는 '서울대 공대 코스'를 이용했다. 등산로가 잘 정비돼 있어 초보자도 비교적 쉽게 정상에 오를 수 있는 코스다. 서울대입구역 3번 출구 앞 정류장에서 5511번 또는 5513번 버스를 타고 서울대 캠퍼스 안쪽 건설환경종합연구소 앞에서 내리면 곧바로 산길이 이어진다.

평일 오후였지만 등산로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입구부터 대여섯 명의 젊은 등산객이 눈에 띄었고, 산을 오르는 과정에서도 하산하는 사람들과 끊임없이 마주쳤다.

등산로 초입에서 발견한 안내 팻말에는 정산인 연주대까지 85분 정도 소요된다고 적혀 있었지만, 오후 1시20분께 등산을 시작한 기자는 약 1시간 만인 2시 20분께 정상에 도착했다.

[서울=뉴시스] 김건민 인턴기자 = 관악산 정상에 위치한 연주대 일대의 전경. 2026.03.11. *재판매 및 DB 금지


연주대에는 많은 인파가 기념사진을 찍기 위해 줄을 서 있었다. 이날 처음 만난 등산객들은 "사진 한 장만 부탁한다"며 서로의 사진을 찍어주기도 했다.

특히 가벼운 옷차림에 백팩이나 크로스백을 멘 젊은 등산객이 대부분으로, 체감상 방문객 10명 중 7명 정도가 MZ세대로 보였다.

이들이 관악산을 찾은 이유는 대부분 비슷했다. '소원을 빌기 위해서'라는 것. 경기 화성시에서 남자친구와 함께 왔다는 한모(30대)씨는 방송에서 관악산의 정기가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취업 준비가 잘 풀리지 않아 좋은 기운을 받고 싶어 찾아왔다"고 말했다.

인천 남동구에서 왔다는 김은호(25)씨도 "관악산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방송과 SNS에서 관악산의 기운이 좋다길래 개운을 빌어보려고 왔다"고 했다.

이 같은 '관악산 열풍'의 배경에는 방송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월 방송된 tvN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록'에서 역술가 박성준씨가 '운이 안 풀릴 때 하는 개운법'을 소개하며 관악산을 언급한 것이 계기가 됐다.

박씨는 방송에서 "관악산에 가라. 관악산은 서울에서 정기가 가장 좋은 산"이라며 "관악산 연주대에서 같은 소원을 세 번 빌면 들어준다고 할 정도로 에너지가 좋은 곳"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날 만난 등산객들의 소원도 다양했다. 소방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친구 4명과 함께 관악산을 찾은 편모(30)씨는 "최근 필기시험을 치렀고 체력 시험과 면접이 남아 있다"며 "산에 관운이 따른다고 해서 기운을 받으러 왔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박모(30대)씨는 "소원을 빌 때는 두루뭉술하게 말하지 말고 구체적으로 빌어야 한다고 들었다"며 "그래서 목표 순이익을 정확히 얘기했다"고 밝혔다.

서울 동대문구에 거주하는 최모(20)씨는 "작년 대학에서 만난 남성과 썸(호감을 느끼는 관계)을 타다 좋지 않게 끝났다"며 "올해는 좋은 인연을 만나게 해달라고 소원을 빌었다"고 했다.

관악산은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연주대 인근에서는 외국인 커플이나 단체 방문객을 쉽게 볼 수 있었고, 영어와 중국어, 러시아어 등 다양한 언어도 들렸다.

오랫동안 관악산을 찾았던 사람들은 최근 분위기가 낯설다고 말한다. 연주대에서 15년간 생수와 음료 등을 판매하고 있는 유모(64)씨는 "평일에 이 정도로 사람이 많은 적은 없었다"며 "주말에는 비석 앞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1시간도 줄을 선다"고 전했다. 이어 "보통 아이스크림은 기온이 영상 15도 정도는 돼야 팔린다"면서도 "요즘은 젊은 사람들이 많으니까 오늘처럼 기온이 10도를 넘지 않는 날에도 잘 팔린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김건민 인턴기자 = 연주대 축대 위에 위치한 응진전에서 두 여성이 절을 하고 있다. 2026.03.11. *재판매 및 DB 금지


연주대 축대 위에 위치한 응진전을 20년째 관리하고 있는 관계자는 "요즘 들어 갑자기 사람이 많아 졌다"며 "공간이 넓지 않아서 주말엔 다 들어오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60대 등산객 A씨 역시 "예전에는 등산객 대부분이 우리 또래였는데 최근엔 젊은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고 했다.

법당에서 절을 하는 사람들과 등산로와 연주대에 쌓인 돌탑, 응진전 인근 바위 틈 사이에 끼워진 동전들은 관악산을 찾은 이들의 다양한 염원을 보여주고 있다.

[서울=뉴시스] 김건민 인턴기자 = 연주대에 쌓인 돌탑과 응진전 인근 바위 틈 사이에 끼워진 동전들. 2026.03.11. *재판매 및 DB 금지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젊은 세대가 토속 신앙을 하나의 '참여형 콘텐츠'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분석한다. 과거 민간신앙이 일정한 의식이나 절차를 동반한 종교적 행위였다면, 최근에는 가볍게 체험하고 SNS를 통해 공유하는 '체험형 문화'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불확실한 미래 속에서 작은 기대나 위안을 얻고자 하는 심리도 이 같은 현상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driedmi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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