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美 전략 비축유 방출 시사… 휘발유 값 급등에 고육책
美매체 “백악관, 4주 감당 가능 판단”
美, 호르무즈 기뢰부설船 28척 격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미 전략 비축유 방출 가능성을 시사했다. 미국 내 휘발유 가격 급등에 따른 고육책이다. 미국은 대(對)이란 전쟁의 여파로 경색된 원유 수송 요충지 호르무즈해협의 안전 확보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수십 년 내 최저 비축량
이날 미국 오하이오주(州) 신시내티를 방문해 지역 방송 WKRC와 인터뷰한 트럼프 대통령은 비축유 활용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우린 그렇게 할 것”이라며 “그리고 나서 (다시) 가득 채울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는 “(비축유를) 한 번 가득 채웠고, 다시 가득 채울 것”이라며 “하지만 지금은 조금(a little bit) 줄이겠다. 그러면 가격이 내려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비축유를 얼마나 방출할지는 밝히지 않았다.
이날 앞서 국제에너지기구(IEA) 32개 회원국은 유가 안정을 위해 각국 비상 비축유 중 4억 배럴을 시장에 공급하기로 합의했다. IEA 역사상 최대 규모다. 미국도 IEA의 회원국으로 6일 현재 4억1,500만 배럴의 비축유를 보유하고 있다. 미국 온라인 매체 액시오스는 해당 보유량에 대해 “수십 년 내 최저에 가깝다”고 전했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의 대이란 공습으로 전쟁이 발발한 뒤 이란이 항행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경고하며 세계 원유 수송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해협이 사실상 봉쇄됐다. 이에 8일 국제 유가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022년 이후 처음 배럴당 100달러대로 올랐다. 미국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전쟁 발발 전 갤런당 2.94달러였던 미국의 휘발유 값은 11일 3.58달러까지 치솟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단 시장을 안심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날 신시내티 제약회사 서모피셔 사이언티픽을 찾은 자리에서 “시장은 잘 버티고 있다. 약간 타격이 있으리라 예상했지만 생각보다 덜했다”며 “꽤 짧은 시간 안에 정상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가격이 매우 크게 떨어지고 있다. 석유 가격도 내려갈 것”이라고도 했다.
약 한 달간은 정책 변화 없이 버틸 수 있다는 게 트럼프 행정부 판단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이날 백악관과 가까운 인사의 말을 인용해 백악관은 유가가 지속적으로 타격을 주는 정치적 문제가 되기 전까지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는 시간이 3, 4주 정도 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조선 軍호위 정지 작업

그러나 호르무즈해협 통행이 재개돼 공급이 회복되도록 만드는 것 외에는 전부 미봉책이다. 가격이 반등할 수밖에 없다. 이날 신시내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현재까지 28척의 기뢰 부설용 함선을 격침했다”고 밝혔다. 이날 앞서 백악관에서 오하이오주로 향하는 길에 ‘석유회사들에 호르무즈해협을 통한 운송 재개를 독려할 것이냐’는 기자들 질문을 받고는 “그렇게 해야 한다. 그곳(호르무즈해협)을 이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뢰 부설 함선 제거뿐 아니다. 미국은 해협 주변 이란 전력의 무력화를 시도하고 나섰다. 대이란 작전을 주도 중인 미국 중부사령부는 이날 성명에서 해협 주변 민간 항구 공격을 예고하며 민간인들을 상대로 대피령을 내렸다.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해협을 통제하고 있는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기뢰와 자폭 선박, 지대함 미사일을 동원해 통행 선박과 미 해군함에 타격을 가할 역량을 갖고 있다. 3일 트럼프 대통령은 필요하면 해협 통과 유조선을 미 해군이 호위하겠다는 구상을 공개했다.
IEA의 사상 최대 규모 비축유 방출 결정에도 진정세를 띠던 국제 유가가 이날 다시 뛰었다. 호르무즈해협 일대 선박 4척이 이란군의 공격을 받은 것이 악재로 작용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4.6% 오른 배럴당 87.25달러, 브렌트유가 4.8% 오른 91.88달러로 각각 장을 마감했다. 개전 전 국제 유가는 60달러대였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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