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통과 선박에 보험 제공"…트럼프 큰소리쳤지만

박신영 2026. 3. 12.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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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호르무즈 통과 선박에 보험 제공"
해상 전쟁 위험 보험은 대부분 영국 로이즈가 장악
로이즈 중심으로 보험 생태계 형성
항로 위험도부터 손해율까지 영업 기밀
사진=REUTERS


미국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 보험을 제공해 해상 운송을 재개시키겠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지만, 국제 보험시장의 구조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업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한 걸프 지역 선박 보험 프로그램이 실제 시장 구조와 충돌하며 실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소셜미디어를 통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 대해 ‘정치적 위험 보험’을 제공하고 필요할 경우 미 해군 호위를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는 이 조치가 전쟁으로 차질을 빚고 있는 글로벌 에너지 공급 흐름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계획은 미국 연방정부 산하 국제개발금융공사(DFC)가 추진하는 200억달러 규모 프로그램으로 설계됐다. 미국 보험사들이 중심이 되는 ‘아메리카 퍼스트’ 방식의 보험 체계가 구상됐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 같은 미국 중심의 보험 모델이 실제 해상 보험시장 구조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상 전쟁 위험 보험은 대부분 영국 런던의 로이즈를 중심으로 형성된 국제 보험시장에서 거래된다. 이 시장에서는 여러 보험사가 위험을 분산해 인수하는 구조가 일반적이며, 외국 보험사들이 외국 선박과 화물을 보장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보험 중개사 맥길 앤드 파트너스의 해상보험 책임자인 데이비드 스미스는
“전쟁 위험 보험에는 이미 하나의 생태계가 형성돼 있다”며 “미국 보험사들이 그 시장의 중심에서 활동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 관계자들은 시장 구조를 파악하기 위해 런던 보험사와 중개사들에게 연락을 취해 운영 방식에 대한 정보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로이즈 시장의 위험 평가 모델, 손해율 전망, 보험료 산정 방식 등 핵심 데이터가 민감한 영업 기밀이라며 공유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해상 전쟁 위험 보험은 손해율과 공격 가능성, 항로 위험도 등을 기반으로 보험료를 산정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관련 위험 모델과 데이터는 보험사와 브로커들의 핵심 경쟁력으로 간주된다.

선주들과 보험사들이 계획의 현실성에 의문을 제기하자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주 계획을 일부 수정했다.

DFC는 기존 보험 제공 방식 대신 200억달러를 재보험 형태로 활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재보험은 보험사가 부담하는 위험을 다시 분산하기 위해 가입하는 보험이다.

DFC는 미국 보험사 처브가 이 프로그램을 중심에서 운영하고 다른 미국 보험사들과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미국 보험사들이 해당 위험을 직접 인수한 경험이 많지 않은 점을 고려한 구조로 풀이된다.

DFC 관계자는 “이번 구조는 보험사들과의 폭넓은 협의를 반영한 것”이라며 “현재 시장 상황과 필요에 맞춰 설계됐다”고 말했다.

또한 걸프 지역의 모든 해상 운송을 보장하겠다는 초기 구상도 일부 후퇴했다.

정부 재보험 프로그램은 일정 기준을 충족하는 선박에만 적용될 예정이며, 구체적인 기준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맥길 앤드 파트너스의 스미스는 “누가 대상이 되는지 등 실제 운영 방식에 대한 정보가 아직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금융 안전망은 세계 원유와 가스 공급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선박들이 다시 통과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현재 이란 공격 위험을 우려해 1000척 이상 선박이 해협 통과를 미루고 있는 상황이며, 이로 인해 국제 유가가 급등하고 글로벌 금융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일부 선박이 해협을 통과했지만 대부분은 이란 원유와 관련된 선박이었다. 다수 선주들은 여전히 운항을 꺼리고 있다.

선주들과 보험업계는 보험 비용보다 선원 안전 문제가 더 큰 장애 요인이라고 지적한다.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20여척을 운영하는 캐피털 클린 에너지 캐리어스의 최고경영자(CEO) 제리 칼로기라토스는 “문제는 선박 손상에 대한 보험이 아니라 승무원의 안전 문제”라고 말했다.

보험 브로커들에 따르면 걸프 지역 선박 보험 자체는 현재도 제공되고 있지만 실제 가입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보험 중개사 마쉬의 해상·화물 부문 글로벌 책임자 마커스 베이커는 “로이즈 시장은 여전히 정상적으로 보험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험업계는 선박 운항을 재개하려면 정부 보험 프로그램뿐 아니라 해군 호위 같은 군사적 지원이 병행돼야 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베이커는 “DFC 프로그램이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어떤 형태로든 해군 지원이 필요할 것”이라며 “하지만 그것 역시 쉽지 않은 과제”라고 말했다.

현재 전쟁 영향으로 해상 전쟁 위험 보험료는 크게 상승한 상태다.

보험 브로커들에 따르면 걸프 지역 선박 보험료는 현재 선박 가치의 1~2% 수준이며, 미국이나 이스라엘과 관련된 선박은 보험료가 더 높은 수준에서 책정되고 있다. 이는 평시 약 0.25% 수준이던 보험료와 비교하면 크게 오른 것이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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