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개 식용 종식', 인도네시아로 확산… 개 농장 폐쇄 지원 나선 동물단체

한국에서 개 식용 종식 활동을 전개한 동물보호단체가 인도네시아 개 농장 폐쇄 지원에 나섰다. 단체는 한국에서의 개 농장 폐쇄 경험을 바탕으로 현지 식용견 농장 영업자들의 전업을 돕는 역할을 맡았다.
한국 휴메인 월드 포 애니멀즈는 지난달 25일, 인도네시아 누사텡가라 티무르(Nusa Tenggara Timur · NTT) 주 쿠팡(Kupang) 시에 위치한 식용견 농장 및 도살장을 폐쇄하고 현장의 개 10마리를 구조하는 활동에 활동가를 파견해 지원했다. 이번 식용견 농장 및 도살장 폐쇄 활동은 현지 동물보호단체 '자카르타 애니멀 에이드 네트워크'(Jakarta Animal Aids Network · JAAN)와의 협업으로 이뤄졌으며, 국내 개 식용 종식 활동에 참여한 동물보호단체가 해외 개 식용 영업자의 폐업 및 전업을 돕는 첫 사례다.

폐쇄된 식용견 농장과 도축장은 NTT 지역에서 45년간 개를 도축해 팔아온 곳으로 알려졌다. NTT 주는 인도네시아 지역 내에서도 개고기 소비가 매우 높은 지역이다. 2021년 여론조사기관 닐슨이 인도네시아 현지 동물보호단체 연합체인 '개고기 없는 인도네시아'(Dog Meat Free Indonesia · DMFI)의 의뢰를 받아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93%의 인도네시아 시민들은 개 식용 종식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여러 개 섬이 모인 다민족 국가 특성상 인도네시아 일부 지역에서는 개를 식용으로 도축하고 있다.
(www.hankookilbo.com/news/article/A2025120314430003697)
개 식용 종식을 법제화하자는 인도네시아 시민들의 목소리에 일부 지방자치단체도 전향적인 반응을 보였다. 프라모노 아눙 자카르타 주지사는 지난해 11월, 개를 비롯해 고양이, 원숭이, 박쥐, 사향고양이 등 광견병 전파 동물의 식용 거래를 금지한다는 주지사 명령을 내렸다. 식용 목적으로 소비되는 개들은 백신 접종을 받지 않은 까닭에 광견병 발생국인 인도네시아에서는 공중보건 차원에서도 개 식용 종식 법제화 요구가 높은 상황이다. 실제로 길거리에서 개를 불법 포획해 대량 밀매해왔던 NTT 주에서는 사람이 광견병에 감염돼 확진 판정을 받은 사례만 78건으로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개 식용 종식은 영업자 입장에서도 받아들여야 할 현실이었다. 이 지역에서 개고기 식당을 운영하다 이번에 폐쇄를 결정한 아킴(Akim) 씨는 "2023년 이 지역에서 대대적으로 광견병이 발병한 뒤 수요가 급격히 감소했다"라며 "위생적인 문제도 있었기 때문에 개 식용 산업에서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을 오랫동안 해왔다"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오랫동안 식용으로 개를 도축하고 유통해온 영업자들의 생계였다. 전업을 하려 해도 뚜렷한 대안이 없는 까닭에 이들은 기존의 일을 계속 해올 수밖에 없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 휴메인 월드 포 애니멀즈는 한국 개 농장 폐쇄를 위해 전개했던 프로그램 '변화를 위한 모델'(Models for Change)을 인도네시아에 도입했다. 2015년부터 한국 식용견 농장에 전개해온 변화를 위한 모델은 개 농장 폐쇄를 위해 실시한 프로그램으로 단순히 농장을 철폐하고 구조하는 것뿐 아니라 영업자가 개 식용 산업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전업을 지원한다. 이 프로그램으로 한국 내 18개 개 농장이 폐쇄됐으며, 2,700마리 이상의 개들이 구조됐다.
폐업을 선택한 개 식용 관련 영업자들은 생업 전환 지원을 받을 예정이다. 이들은 각각 일상 필수품을 판매하는 편의점과 건축 자재 판매 업체를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개 도축장을 운영하던 페트루스 볼리(Petrus Boly) 씨는 "지난 15년 이상 동안 제 손에 희생되온 수천 마리의 개를 생각하면 매우 슬프고, 개를 도살하는 과정에서 광견병 감염에 항상 노출되어 있었는데 이제 개 식용 산업에서 벗어나게 되어 행복하다"라며 구조된 개 10마리가 반려견으로 행복한 삶을 살기를 기원했다. 구조된 개들은 쿠팡 지역 내 동물병원에서 검진과 회복 과정을 거쳐 인도네시아 현지 입양 가정을 찾을 예정이다.

인도네시아로 직접 지원 활동에 나선 이상경 한국 휴메인 월드 포 애니멀즈 캠페인팀장은 "다른 나라에서도 발생하는 잔인한 개 식용 산업 종식에 기여할 기회를 얻었다"라며 "한국에서 전개한 '변화를 위한 모델' 프로그램으로 고통받는 동물도 구하고 잔인한 사업에서 벗어날 영업자의 삶도 바꿀 것"이라고 밝혔다.
정진욱 동그람이 에디터 leonard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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