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생활건강 주가 5년 전 보다 80% 이상 ↓ 아모레ㆍ에이피알 등 K뷰티 훈풍 타는 것과 대조적 지난해 850억원 규모 일회성 비용으로 적자전환 올해도 실적 부진ㆍ사업 재편으로 인한 비용 부담 지속될 전망
K뷰티가 호황을 누리고 있는 가운데 LG생활건강 주주들의 속은 새카맣게 타들어 가고 있다. 한때 주가가 100만원을 넘기며 황제주로 꼽혀왔으나, 20만원대로 주저앉은 주가가 좀처럼 반등 동력을 얻지 못하고 있어서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의 주가는 전날 24만8000원에 마감했다. 전 거래일 보다 1.22% 올랐지만 올 초 대비 8% 하락한 수준이다. 주당 180만원에 근접하며 '황제주'로 불렸던 5년 전과 비교하면 80% 이상 쪼그라든 가격이다.
경쟁사와 비교해 봐도 대조적이다. 아모레퍼시픽 주가 역시 5년 전과 비교하면 하락했지만 하락폭이 40% 수준으로 LG생활건강보다 양호하다. 올 들어서는 K뷰티 훈풍을 타고 3% 가량 상승했다. 2024년 상장한 에이피알은 그해 10월 주당 5만원대로 액면분할 했는데, 현재 주가가 31만9000원으로 무려 500% 가까이 뛰었다. 올해 1월 초보다도 40%나 뛴 성적이다.
K뷰티 위상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유독 LG생활건강의 날개가 꺾인 이유가 뭘까?
가장 뼈아픈 대목은 실적이다. LG생활건강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6조3555억원으로 전년 보다 6.7%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1707억원으로 62.8%나 급감했다. 당기순손실도 858억원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희망 퇴직과 사업 구조조정 등으로 850억원대의 일회성 비용이 반영된 여파인데, 매출 하락으로 인한 실적 부진도 분명하다.
무엇보다 핵심 사업인 화장품 부문이 맥을 못 추고 있다. 지난해 LG생활건강의 화장품 매출이 2조3500억원으로 전년 보다 16.5% 감소했고, 976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400억원대의 일회성비용이 반영된 것을 감안해도 K뷰티 호황기에 받아든 성적으로 믿기 어려운 수준이다.
업계에 따르면 과거 1000억원대 수준이던 화장품 면세 매출이 물량 조절로 300~400억원대로 위축됐고, 중국 매출이 16% 이상 빠진 것으로 추산된다. 당분간 중국 매출 부진이나 면세 물량 조절은 지속될 전망이다.
LG생활건강 사옥 전경=LG생활건강 제공
LG생활건강의 또 다른 핵심 사업축인 음료 부문도 흔들렸다. 지난해 음료 부문의 매출은 1조7707억원으로 전년 대비 2.9% 줄었고, 영업이익은 1420억원으로 15.5%나 감소했다.
4분기만 보면 매출은 3835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6.7% 줄었고, 99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전환했다. LG생활건강이 2007년 코카콜라를 인수한 이후 사상 처음 음료부문 사업 분기 적자다. 음료 부문 역시 희망퇴직 등으로 인한 일회성 비용 350억원 가량이 반영 됐지만 영업 실적도 부진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올해 역시 LG생활건강의 실적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구조조정이 지속되면서 일회성 비용 발생이 올해도 지속될 것이란 관측에서다. 이러한 이유에서 코스피가 급등하는 와중에 LG생활건강의 목표주가를 하향하는 증권가 리포트가 쏟아지기도 했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 로레알 출신의 이선주 신임 대표이사를 선임하며 새 판 짜기에 한창이다. LG생활건강은 사업 재정비로 2030년까지 매출 10조원을 달성하고, 현재 3% 밑으로 떨어진 영업이익률은 1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다.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배당성향 상향, 자사주 소각 등에도 힘을 쏟을 방침이다. 특히 상법 개정과 발맞춰 보유 중인 자사주 64만주를 2027년까지 전량 소각할 계획이다. 그럼에도 가장 핵심인 실적 반등 모멤텀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우정 교보증권 연구원은 "K뷰티 호황에도 불구하고 LG생활건강의 실적 부진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며 "화장품 사업의 전면 재편이 진행 중이나 실적 개선까지 시간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