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속구에 제구도 갖췄는데 또 아프네..‘유리몸 에이스’ 길 걷는 헌터 그린[슬로우볼]

[뉴스엔 안형준 기자]
그린이 유리몸이 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또 시즌 절반을 부상으로 날렸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은 3월 11일(한국시간) 신시내티 레즈 헌터 그린이 팔꿈치 부상으로 장기 결장한다고 전했다. 그린은 우측 팔꿈치 수술을 받는다.
다행히 토미존 수술은 아니다. 그린은 우측 팔꿈치 뼛조각, 부유물 제거 수술을 받는다. 회복에는 약 4개월이 걸릴 전망. 추가적인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면 7월 중 복귀가 예상되는 그린은 사실상 전반기에 뛸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신시내티 입장에서는 초대형 악재다. 그린은 신시내티의 에이스. 신시내티는 개막전 선발투수를 맡아줘야 할 에이스 없이 전반기를 치러야 한다. 그린 없이도 5인 선발 로테이션을 채울 수는 있지만 무게감은 확연히 달라지게 됐다.
1999년생 우완 그린은 메이저리그 최고의 유망주였고 기대치에 걸맞는 기량도 선보인 선수다. 2017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신시내티에 지명된 그린은 마이너리거 시절 여러 이유로 성장이 아주 빠르지는 않았지만 TOP 100 유망주 명단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며 기대를 받았다.
2022년 빅리그에 데뷔한 그린은 데뷔시즌부터 강력한 공을 던졌다. 포심 평균 구속이 시속 99마일에 육박하는 강속구 투수인 그린은 데뷔 첫 해 24경기 125.2이닝을 투구하며 5승 13패, 평균자책점 4.44, 164탈삼진을 기록해 남다른 탈삼진 능력을 과시했다. 2년차 시즌에도 22경기 112이닝, 4승 7패, 평균자책점 4.82로 성적이 뛰어나지는 않았지만 탈삼진을 152개나 기록했다.
그린은 2024시즌 한 단계 성장을 이뤘다. 26경기 150.1이닝을 투구하며 9승 5패, 평균자책점 2.75, 169탈삼진을 기록했고 올스타 선정, 사이영상 8위에 올랐다. 지난해에도 19경기 107.2이닝을 투구하며 7승 4패, 평균자책점 2.76, 132탈삼진을 기록했다.
빅리그 4년 통산 성적은 91경기 495.2이닝, 25승 29패, 평균자책점 3.65, 617탈삼진. 특히 최근 2년 성적은 45경기 258이닝, 16승 9패, 평균자책점 2.76, 301탈삼진으로 정상급이었다. 첫 3년간 9이닝 당 볼넷 3.5개를 내준 그린은 지난해 9이닝 당 볼넷 수를 2.2개로 확실하게 낮추며 강속구 투수의 숙명과 같은 제구 문제에서도 벗어난 모습을 보였다.
최고 시속 100마일 이상을 뿌릴 수 있는 강력한 어깨를 가졌고 제구의 안정도 찾았다. 특급 에이스로 리그를 지배할 일만 남은 것 같았지만 그린이 갖지 못한 것이 하나 있었다. 바로 '내구성'이었다.
그린은 마이너리거 시절인 2019년 토미존 수술을 받았고 메이저리그 데뷔 후에도 매년 부상자 명단(IL)에 개근했다. 그린의 빅리그 데뷔가 2022년에야 이뤄진 것도 토미존 수술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2년간 공을 던지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빅리그 데뷔시즌 어깨 문제를 겪은 그린은 2023시즌에는 엉덩이 부상으로 장기 결장했다. 커리어하이 시즌이던 2024년에는 팔꿈치 문제로 한 달 이상 결장했고 지난해에도 사타구니 부상으로 거의 시즌 절반을 결장했다. 데뷔 후 4년간 한 번도 규정이닝을 소화하지 못했던 그린이다. 올해도 마찬가지. 시즌을 시작하기도 전에 수술을 받는 그린은 올해도 시즌 절반을 재활에 쓰게 됐다.
신시내티는 2023시즌에 앞서 그린과 발빠르게 6년 5,300만 달러 연장계약을 체결했다. 그린의 잠재력을 믿은 신시내티는 그린의 20대 전성기를 연평균 1,000만 달러 미만의 저렴한 비용으로 확보했다. 충분히 '팀 친화적' 계약일 것 같았다.
하지만 그린의 내구성을 감안하면 이제는 해당 계약은 '적정가격' 수준으로 보일 정도다. 한 번도 규정이닝을 채우지 못했고 130이닝 이상을 투구한 것도 단 한 번 뿐이다. 매 시즌 1-3개월 정도를 꾸준히 결장하는 투수는 팀에 온전하게 도움이 될 수가 없다.
물론 최근 메이저리그에서는 '이닝이터' 유형의 에이스가 점차 사라지고 있고 '디퍼 꼼수'를 활용한 LA 다저스의 오버페이 전략 탓에 내구성이 부족한 투수들도 엄청난 고액의 연봉을 받곤 한다. 하지만 그건 다저스처럼 차고 넘치는 전력을 갖춘 팀에서나 허용되는 일. 일반적인 구단들 입장에서는 내구성에 심각한 하자가 있는 에이스는 고민거리일 수 밖에 없다.
1999년생 그린은 현재 26세. 부상에서 돌아오면 곧 27세가 된다. 20대 초중반에도 건강하지 못했던 몸이 20대 후반, 30대에 접어들어 갑자기 단단한 '금강불괴'의 신체가 될 가능성은 높지 않아보인다. 기량에는 이제 의심의 여지가 없다. 건강만 지킬 수 있다면 사이영상을 노릴 특급 활약을 충분히 선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 건강이 좀처럼 지켜지지 않는다. 과연 그린이 언제쯤 건강을 지키며 제 기량을 유감없이 펼쳐보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자료사진=헌터 그린)
뉴스엔 안형준 markaj@
사진=ⓒ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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