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부짖는 개들, 노래 부르며 음높이도 조절한다

김지숙 기자 2026. 3. 12.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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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미디어(SNS)에서는 개들이 주변 소리에 따라 소리를 내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파텔 교수는 "개들은 자신이 듣는 소리에 맞춰 울음소리를 조절하려고 노력하는 것처럼 보였다"면서 "단순히 자동으로 튀어나오는 본능적 울음소리와는 달랐다"고 설명했다.

파텔 교수는 "우리가 노래할 때 다른 사람과 음높이를 맞추려는 욕구는 매우 오래된 진화적 뿌리를 지녔을 수 있다"며 "단순히 복잡한 소리를 모방하는 능력의 부산물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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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암컷 사모예드 ‘루나\'가 팝스타 레이디 가가와 배우 브래들리 쿠퍼가 부른 곡 ‘Shallow\'에 따라 울부짖는 장면. 아니루드 파텔/커런트 바이올로지 제공

소셜미디어(SNS)에서는 개들이 주변 소리에 따라 소리를 내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개들은 울부짖는 걸까 아니면 음악에 맞춰 노래하는 걸까.

인지심리학자 아니루드 파텔 교수 등 미국 매사추세츠주 터프츠대 연구진은 동물들이 집단 내에서 목소리의 높낮이를 맞추는 능력이 학습의 결과물인지, 아니면 그보다 먼저 진화한 독립적인 능력인지 확인하기 위해 늑대와 유전적으로 유사한 ‘고대 견종’들의 울음소리를 분석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훈련 없이도 여럿이 노래할 때 음높이를 맞추는데, 연구진은 이런 능력이 복잡한 언어 학습 능력보다 먼저 나타난 능력일 거라 가정했다. 이를 검증하기 위해 먼저 늑대의 울음소리(하울링)에 착안했다. 파텔 교수는 “늑대의 울음소리는 인간의 노래와 어느 정도 비슷하다”면서 “둘 다 길게 지속하는 발성을 지녔다”고 과학잡지 ‘뉴사이언티스트’에 설명했다.

야생 늑대들은 하울링을 할 때, 동료와는 다른 음을 내려고 노력한다. 그 결과 늑대들의 하울링은 마치 불협화음 같은 합창이 되고 마는데, 이는 실제보다 더 무리가 큰 것처럼 들리게 해 잠재적 포식자의 위협을 막아내는 효과를 지닌다고 한다. 이 때문에 일부 생물학자들은 늑대가 상대의 소리를 듣고, 자신 낼 음높이를 조절한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야생동물인 늑대에게서 이를 검증하기란 쉽지 않았다. 파텔 교수와 연구진은 야생 늑대 대신 늑대와 유전적 거리가 가까운 고대 품종의 개들에 주목했다. 연구진은 특정 음악이나 사이렌 소리에 울부짖는 것으로 알려진 ‘고대 견종’을 키우는 보호자에게 개들의 울부짖음을 녹화하도록 요청했다. 먼저 개들에게 원래 음조의 노래를 들려주고, 이후에는 음높이를 올린 버전과 내린 버전 등 3가지 버전의 음악에 개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촬영하도록 했다. 연구진은 이렇게 모은 영상 가운데서 1초 이상 이어지는 울음소리가 최소 30회 이상 담긴 것만 분석 대상으로 삼기로 했다. 그 모든 조건을 충족한 개는 사모예드 4마리와 시바견 2마리였다.

늑대와 유전적 거리가 가까운 고대 품종의 개는 아직도 늑대의 하울링에 잘 응답한다. 특히 시베리안 허스키는 하울링에 능하다. 그러나 현대 품종의 개들은 종종 짖는 것으로 대신한다. 다니엘 오슈카르 가티 제공.

개들의 울음소리를 분석한 결과, 모든 사모예드들은 음악의 음높이가 달라졌을 때 울음소리에도 유의미한 변화가 관찰됐다. 모두 음높이에 따라 민감하게 반응하며 새로운 음조에 맞춰 울음소리를 조절했다. 다만 이러한 노력에도 정확하게 음을 맞춘 것은 아니었다. 파텔 교수는 “개들은 자신이 듣는 소리에 맞춰 울음소리를 조절하려고 노력하는 것처럼 보였다”면서 “단순히 자동으로 튀어나오는 본능적 울음소리와는 달랐다”고 설명했다. 반면 시바견 2마리는 음높이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고대 견종 가운데서도 유전적 변이가 있어, 울부짖는 성향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인간의 노래를 이해하는 데 단서를 제공할 수 있다고 봤다. 일부 학자들은 노래가 언어에서 비롯된 정교한 발성 조정 능력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한다. 즉 복잡한 소리를 모방하는 능력에서 진화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개들은 특별한 발성 학습이 없이도 음높이를 조절할 줄 알았다. 이는 언어가 노래하는 능력의 선행 조건이 아니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파텔 교수는 “우리가 노래할 때 다른 사람과 음높이를 맞추려는 욕구는 매우 오래된 진화적 뿌리를 지녔을 수 있다”며 “단순히 복잡한 소리를 모방하는 능력의 부산물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 2월호에 실렸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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