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강 머리 앤’ 국내 첫 소개… 제1회 아동문학상 신지식
2020년 3월 12일 90세

1979년 신설 제1회 아동문학상 수상자는 49세 이화여고 국어 교사 신지식(1930~2020)이었다. 3년 전 낸 동화집 ‘열두 달 이야기’로 상을 받았다.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속상하고 화날 때 동화를 읽는다”고 했다.
“진짜 좋은 동화는 어른이 읽어도 좋고 어린이가 읽어도 좋은 것이지요. 안데르센의 ‘인어공주 이야기’만 해도 어린이들에게는 재미있는 이야기지만 어른들에게는 사랑의 이야기가 되잖아요?”(1979년 6월 5일 자 5면)

신지식은 “동화는 쓰면서 기분이 좋아요. 동화는 그 말들이 시에 가깝게 아름답거든요. (중략) 우리말로 쓰인 우리 동화를 어릴 때 많이 보게 해야 할 것 같아요. 읽는 동안에 국어 문장력이 길러지지요”라고 말했다.
신지식은 1956년 첫 소설집 ‘하얀 길’, 1958년 ‘감이 익을 무렵’을 내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평생 40여 권 책을 썼다. 캐나다 작가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1908년 작 ‘빨강머리 앤’을 국내에 처음 소개했다. 헌책방에서 일본어 책을 발견하고 1960년대 초 이화여고 주보에 번역해 실었다. 1963년 책으로 출간했다.

84세 때인 2014년 인터뷰에서 “필요하다고 생각해 번역했지만 자랑스럽지는 않아요. 일본어 중역(重譯)을 했잖아요. 번역의 정도(正道)는 아니죠”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빨강머리 앤’은 선생님 인생에 어떤 존재입니까.
“커다란 위안이었죠. 저는 책을 번역하면서 완전히 앤이 되었다 나왔어요. 앤을 통해, 그 상상력을 통해 저는 전쟁의 우울함을 극복하고 소생하였습니다.”
―어떤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까.
“맨 마지막 장 ‘길이 굽어지면’. 거기서 앤이 보여주는 긍정이 참 좋아요. 팔십 평생 살아보니 삶이란 그런 것 같아요. ‘아, 이건 끝이구나’ 싶다가도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새 길이 열리기도 하고….””(2014년 3월 22일 자 B6면)

“왜 ‘앤’을 번역했느냐”는 질문에 그는 답했다. “정말로 절망 같은 시절이었으니까. 6·25 직후라 부모 잃은 아이, 집 없는 아이… 불행한 학생들이 너무너무 많았어요. 그들에게 부모가 없는데도 발랄하고 상상력 풍부하고, 세상을 아름답게 보는 ‘앤’의 위로를 전해주고 싶었어요.”(2021년 4월 2일 자 A28면)
2020년 3월 12일 별세 소식에 소설가 김훈은 “신지식의 글들은 짓밟히고 배고팠던 내 소년 시절의 위안이었다. 신지식은 슬픔의 힘으로 슬픔을 위로했다. 내 소년 시절에는 신지식의 ‘하얀 길’과 마크 트웨인의 ‘허클베리 핀의 모험’이 있었다”(2020년 3월 18일 자 A25면)고 애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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