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노조 407곳, 노란봉투법 첫날 “원청 교섭”… 공기관으로 확산
정부-지자체에 “진짜 사장 나와라”
위탁-용역 노동자들 요구 늘어나
‘사용자성 판단’ 노동부에 10건 접수

정부를 ‘진짜 사장’으로 지목하며 교섭 공세에 나서는 공공기관·지방자치단체 하청 노조도 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정부가 모범적 사용자가 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한 가운데 정부에 대한 ‘사용자성 판단’이 시험대에 올랐다.

상급단체별로 보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소속 노조가 88%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민노총 산하의 하청 노조 357곳, 조합원 6만7200명이 대기업과 건설사, 택배사, 대학 등 원청 218곳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했다. 한국노총은 하청 노조 42곳, 조합원 9200명이 원청 9곳에 교섭을 신청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한국노총은 아직 본격적으로 교섭에 나서지 않았고 민노총 역시 추가 요구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교섭을 요구하는 노조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하청 노조의 교섭 요구가 쏟아졌지만 이를 받아들인 원청은 한화오션, 포스코, 쿠팡CLS, 부산교통공사, 경기 화성시 등 5곳이다. 이들은 교섭 요구 사실을 즉시 공고하고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개시했다.
나머지 기업들은 자신이 사용자에 해당하는지 사용자성을 검토한 뒤 공고 여부를 결정하거나 최대 20일 걸리는 노동위원회의 판단을 거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노동부 산하 단체교섭판단지원위원회에는 사용자성 판단 등을 요청하는 안건 10건이 접수됐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은 사용자성이 인정될 경우, 노조는 부정될 경우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라며 “사용자 범위와 교섭 의제 등을 놓고 노사 분쟁이 장기화될 것”이라고 했다.
또 일부 하청 노조는 같은 원청 아래에 있는 다른 노조와 함께 교섭할 수 없다며 노동위원회에 31건의 ‘교섭 단위 분리’ 신청을 해 ‘쪼개기 교섭’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대통령도 나와라”… ‘정부 사용자성’ 쟁점
노동계 안팎에서는 민간 부문을 넘어 중앙 및 지방정부, 공공기관을 상대로 한 노조의 압박이 본격화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권혁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민간 하청 노조는 조직화가 쉽지 않은 반면 공공은 비정규직 지회 등 조직력이 강해 교섭 요구가 거세질 것”이라고 했다.
이미 서울시, 경기도, 화성시 등 지자체뿐만 아니라 한국공항공사, 한국철도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 등 공공기관들이 위탁·용역 노동자들과 자회사 노조의 교섭 요구를 받았다.
11일에는 민노총 산하 돌봄 노동자들로 구성된 ‘돌봄공동교섭단’이 보건복지부와 성평등가족부, 교육부에 교섭 요구 공문을 보냈다. 민노총은 “정부 부처는 돌봄 노동자의 사용자가 명백하다. 핵심 근로조건이 중앙정부 예산과 지침에 의해 결정된다”고 주장했다. 양경수 민노총 위원장은 전날 “대통령 스스로가 진짜 사용자로서 공공 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과의 교섭 자리에 앉아야 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이 ‘모범적 사용자’를 연일 강조한 만큼 정부 부처와 지자체들이 하청 노동자들의 교섭 요구를 거부하기 쉽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장은 “정부의 사용자성 인정 여부가 불투명하고 공공기관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조 간의 이해관계도 달라 혼란이 예상된다”고 했다.
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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