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과 욕망의 충돌… 오페라판 ‘왕좌의 게임’ 보여줄것”

사지원 기자 2026. 3. 12. 0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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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6세기 바빌로니아제국의 왕 '나부코'는 예루살렘을 정복하고 히브리인들을 바빌론으로 강제 이주시킨 오만한 군주다.

"나부코는 연출에 따라 정말 재밌을 수도, 지루할 수도 있는 작품입니다. 지나치게 신앙적 측면에 집중할 수도 있고, 반대로 한없이 세속적으로 끌고 갈 수도 있고요. 예전에 나부코를 맡았을 때는 혈기 왕성하게 뛰어다니며 노래했다면, 이번엔 어느 때보다 섬세한 나부코를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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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나부코’ 40년만의 귀환
‘초연’ 서울시오페라단, 내달 재공연
“‘혈기왕성’ 아닌 섬세한 나부코 선봬”
9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만난 오페라 ‘나부코’에 등장하는 양준모 성악가(왼쪽)와 장서문 연출은 “서로 다른 이데올로기를 가진 인간의 갈등을 강렬한 드라마적 연출로 그려냈다”고 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기원전 6세기 바빌로니아제국의 왕 ‘나부코’는 예루살렘을 정복하고 히브리인들을 바빌론으로 강제 이주시킨 오만한 군주다. 그러나 스스로를 신과 같은 존재로 여기는 도를 넘은 오만은 결국 그를 몰락으로 이끈다. 여기에 왕위를 노리는 장녀 아비가일레의 야망, 사랑에 몸을 던지는 둘째 딸 페네나, 신앙을 지키려는 유대 지도자 자카리아와의 갈등이 얽힌다.

이탈리아 작곡가 주세페 베르디(1813∼1901)의 초기 오페라 ‘나부코’는 구약성서 속 ‘바빌론 유수(Babylonian Captivity)’를 바탕으로 인간의 권력욕과 자유, 신에 의한 구원의 문제를 다룬 작품이다.

서울시오페라단은 다음 달 9∼12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이 작품을 선보인다. 다른 극단에선 종종 ‘나부코’를 공연해 왔지만, 서울시오페라단이 무대에 올리는 건 1986년 국내 초연 이후 약 40년 만이다. 9일 세종문화회관에서 만난 나부코 역의 바리톤 양준모(56)와 연출 장서문(43)은 “이번 무대를 권력과 욕망이 충돌하는 거대한 드라마로 풀어내겠다”고 했다.

이번 공연은 판타지 드라마 ‘왕좌의 게임’을 연상시키는 웅장한 연출이 특징. 장 연출은 “처음 대본 리딩을 할 때 ‘운명의 수레바퀴’ 타로카드를 키워드로 떠올린 뒤 레퍼런스를 찾다 보니 ‘오페라판 왕좌의 게임을 만들어야겠다’ 싶었다”며 “서로 다른 이데올로기를 가진 인물들의 드라마를 섬세하게 표현하고 싶다”고 했다.

뮌헨 ARD 국제콩쿠르 1위를 수상한 바리톤 양 성악가는 이번 공연 포함 다섯 차례나 나부코 역할을 맡은 베테랑이다.

“나부코는 연출에 따라 정말 재밌을 수도, 지루할 수도 있는 작품입니다. 지나치게 신앙적 측면에 집중할 수도 있고, 반대로 한없이 세속적으로 끌고 갈 수도 있고요. 예전에 나부코를 맡았을 때는 혈기 왕성하게 뛰어다니며 노래했다면, 이번엔 어느 때보다 섬세한 나부코를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양 성악가는 특히 아비가일레와 나부코의 이중창을 작품의 백미로 꼽았다. 그는 “캐릭터의 디테일이 매우 중요한 장면”이라며 “노래는 물론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표정과 연기를 보여줄 것”이라고 했다. 장 연출은 “시각적으로는 나부코가 등장하는 장면이 가장 강렬할 것”이라며 “관객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는 순간을 만들겠다”고 했다.

이 작품이 오랜 세월 사랑받는 이유로는 대중적인 베르디 음악의 힘이 주로 거론된다. 특히 3막의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은 조국을 잃은 민족의 비애를 노래하는 장면으로, 오페라 역사에서 가장 유명한 합창곡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양 성악가는 “베르디가 이 작품을 쓸 당시 이탈리아 역시 합스부르크 왕가의 지배를 받고 있었다”며 “조국을 잃은 민족의 이야기가 당시 이탈리아 상황과 겹치며 큰 공감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공연에선 위너오페라합창단에 시민합창단 60명이 추가로 참여해 대규모 합창 장면을 연출할 예정이다.

두 사람은 “성경을 기반으로 한 오페라라고 딱딱하게 여길 필요는 없다”고 입을 모았다.

“오페라 보기 전에 사전 공부도 많이 하신다고 알고 있는데요. 저희 작품은 편안하게 오셔서 보셔도 충분히 재밌을 거라고 자신합니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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