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한복판서 깨어난 중학교 과학교사, ‘위기의 인류’ 구할까

김태언 기자 2026. 3. 12. 0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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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떴다.

이곳은 어디인지, 나는 누구인지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한데 왜 '프로젝트 헤일메리'에 관여하게 됐는지가 기억나지 않는다.

태양이 소멸하면서 각자의 행성에 사는 생명체들이 모두 사라질 위기에 처하자, 그 원인을 찾기 위해 우주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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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 18일 개봉
‘마션’ 원작자 신작소설 기반 제작
주연 고슬링-비주얼-스토리 ‘3박자’
웅장함보다 진한 감정의 여운 남아
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평범한 과학 교사 ‘그레이스’(라이언 고슬링)가 종말의 위협을 마주한 인류를 구할 마지막 미션을 수행하는 여정을 그린 작품이다. 또 다른 주인공은 그레이스가 우주에서 만난 외계 생명체 ‘로키’다. 두 캐릭터의 교감을 따뜻한 시선으로 다룬 이 영화는 로키의 무해하고 귀여운 성격 덕에 유쾌한 분위기를 더한다. 소니픽처스 제공
눈을 떴다. 이곳은 어디인지, 나는 누구인지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하나 알 수 있는 건 지금 이 공간엔 나 혼자뿐이란 사실. 모든 게 혼란스러운 상황. 천천히 몸을 일으키는데, 창문 밖으론 칠흑 같은 우주가 펼쳐져 있다.

18일 국내 개봉하는 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우주 한복판에서 혼자 깨어난 ‘그레이스’(라이언 고슬링)가 인류를 구할 마지막 미션을 수행하는 여정을 그린 공상과학(SF)물이다. 영화 ‘마션’(2015년) 원작자인 앤디 위어의 신작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를 제작했던 필 로드와 크리스토퍼 밀러가 연출을 맡았으며, ‘마션’의 각본가 드루 고더드가 각색을 담당했다.

‘프로젝트 헤일메리’의 관람 포인트는 중반을 기점으로 나뉜다. 전반부에 관객을 이끄는 동력은 ‘그레이스는 어쩌다가 이곳에 와 있는가’ 하는 의문이다. 그레이스는 평범한 중학교 과학 교사. 게다가 겁이 많고 소심하다. 한데 왜 ‘프로젝트 헤일메리’에 관여하게 됐는지가 기억나지 않는다. 영화는 그레이스가 서서히 기억을 되찾는다는 설정 아래, 과거와 현재를 수차례 교차하며 이 미스터리를 하나씩 풀어간다.

다만 이러한 구성은 코스 요리의 에피타이저 같은 장치에 가깝다. 진정한 재미는 그가 우주에서 외계 암석 생명체 ‘로키’를 만나는 중반 이후부터다. 로키와 그레이스는 사실상 같은 처지다. 태양이 소멸하면서 각자의 행성에 사는 생명체들이 모두 사라질 위기에 처하자, 그 원인을 찾기 위해 우주로 나섰다. ‘E.T.’(1982년)를 떠올리게 하는 이들의 첫 만남부터, 서로의 언어로 소통하고 협력하는 과정이 묘한 감동을 선사한다.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흔한 SF 재난 영화의 문법에서 비켜나 있는 영화다. 우주라는 광활한 무대와 블록버스터급 액션 스케일을 갖췄음에도 웅장함보다는 인간미가 핵심이다. 로키와의 어설픈 소통 과정에서 벌어지는 유쾌한 말장난을 시작으로, 둘은 서로에게 의지하고 나아가 서로를 구하고자 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 우주라는 배경을 걷어내고 보면 서로 다른 두 존재가 함께 위기를 돌파해 나가는 버디무비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영화가 끝난 뒤 사건보다 감정의 여운이 더 크게 남는다.

뭣보다 발군은 단연 고슬링의 연기다. 대부분의 시간을 우주선 안에서 혼자 보내는 그레이스를 연기함에도, 고슬링은 농담과 절박함을 오가며 장면마다 생기를 불어넣는다. 고독한 과학자의 고군분투를 정면으로 담아낸 촬영감독의 클로즈업, 황홀한 우주의 빛과 그림자를 만들어낸 조명감독의 드라마틱한 명암 대비 또한 고슬링의 존재감을 돋운다. 고슬링은 ‘노트북’(2004년), ‘라라랜드’(2016년)와는 또 다른 섬세한 감정 연기를 선보이는데, 새삼 스크린을 장악하는 그의 힘을 실감할 수 있다.

물론 호불호는 갈릴 수 있다.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SF 영화 가운데에서도 비교적 진지하고 지적인 편이다. ‘그래비티’(2013년)나 ‘마션’과 비교하면 오락적 재미는 다소 덜할 수 있다. 다만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천연덕스러움을 잃지 않는 캐릭터들과 SF 영화다운 경이로운 비주얼, 외계 생명체와의 우정을 가슴 벅차게 그려낸 줄거리의 삼박자가 조화를 이룬다. 아이맥스 포맷으로 제작돼 가능하면 특수관에서 관람하는 걸 추천한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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