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했으면 큰일 날 뻔" '띨띨한' AI 믿었던 어느 기업의 고백
②깡통 AI의 탄생
콜센터에 먼저 온 미래
편집자주
인공지능(AI) 알파고가 바둑 최고수 이세돌을 꺾으며 특이점의 전조가 도래했음을 알린지 10년. AI는 이제 바둑판을 넘어 인간의 삶 곳곳에 깊이 침투했다. 로봇이 육체 노동을 대신하고 AI 비서가 의사결정을 돕는 시대. 모든 직업군에서 인간과 기계의 전쟁 같은 생존 경쟁이 불붙었다. 기획 연재 <그림자 전쟁 : AI의 직업 침탈기>에서는 AI가 회사에 조용히 침투해 노동자들을 밀어내는 현실을 현장 깊이 들어가 취재했다. 또 알고리즘에 밀려나지 않기 위한 노동자의 분투, AI와 인간이 공생하기 위한 해법 등을 알아봤다.

"당신은 정말 사람 맞아?"
신경질이 잔뜩 난 중년 남성의 목소리가 수화기를 타고 넘어온다. 업계 최상위권 카드사 고객센터에서 3년째 일하는 40대 상담사 이은영(가명)에겐 흔한 일이다. 은영은 잠시 멈칫하다 입을 뗐다. "고객님, 저는 사람입니다."
상대의 마음을 달래보려 했지만 화는 좀처럼 누그러들지 않았다.
"내가 언제 AI(인공지능)와 통화하고 싶다고 했어? 일은 멍청한 기계에 시켜놓고 너희는 돈만 받고 놀고 있는 것 아냐?"
괴롭지만 고객의 마음이 영 이해 안 되는 건 아니었다. 은영이 종일 받는 상담 전화의 네 통 중 한 통꼴이 'AI 상담사'에 대한 항의다. 회사로부터 AI 상담사의 실체를 설명 들은 적은 없지만 고객이 쏟아내는 불만을 통해 '보이지 않는 동료'의 업무 능력을 알 수 있었다.
은영과 같은 콜센터 노동자들은 다른 업종보다 일찍 찾아온 미래를 견디고 있다. 그들이 2년여간 함께 일해본 AI는 디스토피아(암울한 미래상)다. 'AI가 대체할 직업 1순위'로 꼽혔던 콜센터 상담원은 실제로 2024년을 전후해 은행·카드·보험사는 물론 국세청 등 공공기관에도 AI 상담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입지가 크게 흔들렸다.
문제는 비용을 절감한 회사를 제외하고는 고객과 노동자 누구도 AI 상담원에 만족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20년 차 상담사 김현주(48·KB국민은행)는 예견된 비극이라며 한숨 지었다.
"회사가 자동화 체계를 도입하기 전에 고객의 질문 패턴 등을 잘 아는 인간 상담사와 충분히 상의해 서비스에 반영했다면 달랐겠죠. 바보 같은 AI 상담사가 태어나지 않았을 겁니다."
기업들이 인간 노동자를 대체할 목적으로 은밀히 AI를 도입하려다 보니 제 기능을 못하는 '깡통 AI'가 등장하게 됐다는 얘기다.
한국일보는 콜센터 노동자 6명과 이 직무를 연구한 학자 4명, 'AI 상담 서비스' 도입 업체 관계자 3명, 고객 2명 등 모두 15명을 인터뷰하고, 관련 자료 등을 분석해숙련 노동자와 상의 없이 도입된 AI가 어떤 재앙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 확인했다.

AI 상담사의 '몰래 입사'

AI 상담사는 2023년쯤 소리 소문 없이 인간 상담사의 동료가 됐다. 사측에서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2023년 하반기쯤부터 고객들이 "당신도 AI야, 사람이야?"라고 자주 묻는 통에 이상함을 감지했다. 현주는 "영문을 몰라 고객센터에 직접 전화를 해봤다"고 했다.
"AI에 연결되더라고요. 도입 후 1년 가까이 모르고 지낸 거죠. 고객들은 사람인 상담사가 어렵게 연결되면 'AI를 거치지 않고 당신과 바로 닿는 법을 알려달라'고 아우성이었어요."
현주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회사는 왜 직원들에게 아무 말 없이 AI 상담원을 도입했을까. 10년간 콜센터를 연구한 김관욱 덕성여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AI 도입 사실을 의무적으로 고지해야 한다는 내용이 법률에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AI가 노동자를 사무실 밖으로 밀어낼 수 있지만 회사는 이를 미리 설명할 의무가 없었다는 말이다. 김 교수는 단언했다. "기업은 법보다 더 앞서서 도덕적일 필요가 없죠."
콜센터 업무를 '저숙련 단순 노동'으로 보는 시각 탓도 크다. 김 교수는 "기업은 상담 노동을 '특별한 지식이나 노하우 없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 쯤으로 치부한다"며 "콜센터 노동자 중 다수가 경력 단절 상태인 저학력 여성인 터라 낮은 임금으로 필요하면 뽑아쓸 수 있다고 인식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콜센터 노동자 현황
콜센터 용역업체 대부분이 속한 한국컨택산업협회의 추산에 따르면 콜센터 종사자 수는 약 40만 명(2024년 기준)이다. 이 가운데 53.4%는 원청사와 맺은 하도급 계약(아웃소싱)으로 근무한다. 지난해 기준 금융권 주요 은행 등 48개사는 콜센터 상담사 10명 중 9명을 간접고용했다. 노조에 따르면 10년차 이상 콜센터 상담사들의 임금도 월 평균 200만 원 대다.
AI 상담사를 만들 때 현장을 잘 아는 노동자들에게 감수 받지 않은 대가는 컸다. AI는 흉내만 낼 뿐 제대로 일할 줄 몰랐다. 시스템 개발자가 콜센터 노동자에게 한 번만 물어봤어도 피했을 상황이 벌어졌다. 현주가 답답해했다.
"예컨대 주말이 지나면 월요일에 콜이 몰려요. '피크데이'라고 해서 휴가도 못 내게 할 정도죠. 그런데 AI 상담사는 이런 날에 고객에게 장기미사용계좌 해지 안내처럼 시급하지 않은 걸 대량 메시지로 보내서 전화를 눌러보게끔 해요. 그러면 콜이 더 몰려서 고객의 대기시간은 더 길어지겠죠."

공공기관인 국세청의 5년 차 상담사 남미경(35)의 증언도 다르지 않다. 국세청은 세금 신고 서비스에 AI를 들여왔다. 세금은 가뜩이나 예민하고 복잡한 문제인데 AI가 질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납세자의 화를 돋웠다.
"국세청에 'AI 도입할 거면 노조와 이야기해달라'고 요청했죠. 그런데 당일에 통보하거나 교육도 없이 종이 하나 주고는 '알아서 기능을 익혀라' 하는 식으로 해요."

AI 상담사 도입한 업체 입장은?
인공지능(AI)를 들여온 기업·기관은 "사전에 상담사들에게도 알렸다"는 입장이다. KB국민은행 측은 "AI 상담 서비스 도입 때 용역사 직원들(인간 상담사)에게 상담 과정 개선 및 상담지원시스템 활용 방법 등을 충분히 안내했다"며 "향후에도 현장 의견을 청취해 반영할 예정"이라고 했다. 국세청 측도 "단순·반복 문의는 AI 상담사가 처리해 상담 인력 연결 실패 빈도를 낮추고 대기 시간을 줄였다"고 주장했다. KB국민은행과 국세청은 실제로 AI 도입 이후 상담 인력을 통한 콜 유입은 점진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라고 강조했다.
상담사 노하우 가져다 공부한 AI
상담사들에겐 더 끔찍한 기억이 있다. 자신의 자리를 대신 꿰찰지 모를 AI를 자신도 모르는 사이 스스로 가르쳤다는 점이다.
발단은 2022년쯤 여러 금융기관에서 'STT(Speech To Text·음성 문자 변환)·TA(Text Analytics·상담 분석)'라는 난해한 이름의 시스템을 도입한 때다. 상담사가 고객과 대화하는 내용이 실시간 문자로 바뀌어 모니터에 떴다.
회사는 AI가 자동 생성한 녹취록을 일일이 저장하라고 시켰다. 저장 횟수에 따라 인센티브를 내건 곳도 있었다. 허술한 녹취록의 오탈자를 잡는 일도 맡겼다. 회사는 모든 게 상담사를 위한 일이라고 했다.
이렇게 잔뜩 모은 고객들의 질문 녹취와 상담사의 노하우는 AI가 교과서로 썼다. 12년 차 하나은행 상담사 현진아(45)는 착잡해했다. "내 일자리를 뺏을 수도 있는 AI를 내 입으로 성장시켰던 거죠."
상담사들은 실제 일자리를 잃을 뻔했다. 2023년 말, KB국민은행이 상담 업무를 나눠 맡은 콜센터 용역회사 중 2곳과 도급계약을 해지했다며 용역사가 소속 상담사 240명에게 해고 예고 통지한 것이다. 사람 대신 AI에 고객 응대를 맡기겠다는 원청사(은행)의 발상 때문이었다. 노동계·정치권의 반발로 해고는 가까스로 번복됐지만 기계와의 불편한 동거는 계속되고 있다.

쉬운 일만 가져가고 어려운 일 남겼다
인간 상담사들도 AI에 기대가 전혀 없었던 건 아니다. 하루 최대 200통의 전화를 받느라 방광염을 달고 살던 현주도 잠시나마 기대했다. 'AI가 콜 처리를 나눠서 해주면 우리도 인간답게 일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는 금세 엇나갔다. AI는 상담사의 일을 도리어 더 늘렸다. 모든 고객 민원을 채가놓고는 '매뉴얼에 적힌 안내' 같은 단순한 문의만 답해줬다. 이 탓에 어렵고복잡한 응대는 모두 인간 상담사 몫이 됐다. 하나은행에서 대출 상담 업무를 하는 8년 차 상담사 이영선(50)은 가중된 어려움을 설명했다.
"예전엔 하루 200콜 가까이 받았다면 지금은 120~130콜 정도 받는 거죠. (AI가 간단한 상담은 처리하니) 콜 수는 줄었지만 훨씬 어려운 상담만 남은 겁니다. 그래서 통화 길이가 2, 3배는 길어졌죠. 연세 있는 고객들은 1시간가량 애플리케이션 설치 방법부터 뭘 터치해야 하는지까지 하나씩 다 알려드려야 해요. 그러니 자연히 받을 수 있는 콜 수도 줄게 되죠. 그런데 기업 입장에선 수치상으로는 1인당 하루 처리 콜 수가 줄었으니 인간 상담원을 줄여도 된다는 식으로 결론짓는 겁니다."
실제 한국노총 중앙연구원이 지난해 콜센터 종사자 16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해보니 AI 도입 후 하루 평균 상담 콜수는 감소했지만 건당 평균 상담 통화시간은 외려 증가했다. 'AI가 과로하는 인간 노동자를 구원해줄 것'이라는 낙관론은 아직 현장에서 통하지 않는다.

똑똑하지 못한 AI는 고객들도 지치게 했다. 우선 여러 궁금증이 뒤섞인 복합적 질문을 이해하지 못했다. 편의점을 운영하는 최윤락(68)씨는 '코스피 불장'이 이어지던 지난달 증권사 계좌 추가 개설 절차에 문제가 생기자 고객센터에 전화했다.
"0번을 눌러서 상담사 직통하게끔 했더니 AI로 연결되더군요. 사람 목소리 비슷하길래 '계좌를 열려고 하던 중 중간에 멈췄는데, 뭐 때문이고 어떻게 해야하나요'라고 말했더니 자꾸 '정확한 업무를 알려달라'는 말만 반복했어요."
AI는 공부한 적 없는 신규 서비스는 이해조차 못했다. 예컨대 정부가 민생 지원금을 지급하거나 퇴직연금 개편 등 새로운 제도를 발표할 때마다 상담 수요가 폭주하지만 AI는 무용지물이다.

더 큰 문제는 AI가 고객과 감정을 나누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는 치명적이다. 가령 손해보험사 상담사는 고객으로부터 "고속도로 한복판에 차가 멈췄으니 빨리 고장 출동해달라"고 요청받는 일이 있다. 이때 상담사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고객을 진정시키는 일이다. 2차 사고 발생 위험 탓에 한껏 예민한 상대에게 "고객님, 빠른 조치를 위해 최대한 서둘러 진행해드리려고 합니다. 위치를 안전한 곳으로 이동하실 수 있겠어요?"라며 마음을 안정시켜줘야 한다.
'AI 뺑뺑이'를 돌다가 부아가 치민 고객을 달래주는 것도 인간이다. 국세청 상담사 미경도 고역을 겪었다. "문제는 AI의 상담 내역을 보면 무슨 대화가 오갔는지 알 수 없다는 거예요. 결국 처음부터 다시 물어봐야 해요. 그러면 납세자는 더 열받죠. '다시 말해야 해?' 하면서."
고객은 화 내거나, 포기하거나
불친절함으로 무장한 AI는 고객까지 길들이고 있다. 12년차 은행 상담사 진아의 증언이다.
"AI에 '응'이라고 말하니 그걸 못 알아들어서 '네, 아니오로 말해주세요'라고 했단 거예요. 인간 상담사에게 겨우 닿은 고객이 '내가 기계한테 왜 존댓말을 해야 하냐'며 화를 내셨죠."
AI는 얼마나 헛똑똑이일까. 20대 후반인 기자가 직접 증권사 한 곳에 전화해 봤다. 상담원 연결을 위해 '0번'을 누르자 "시장변동성 확대로 콜이 많다"며 '보이는 ARS'를 이용하라며 문자메시지로 링크가 전송됐다. 이를 누르지 않고 기다리자 'AI콜봇 상담'으로 이어졌다. "필요한 서비스를 말해주세요"라는 음성을 듣고 "잔고 증명서 발급!"이라 말하니 "잔고 조회를 도와드릴게요. 계좌번호 10자리와 비밀번호를 눌러주세요"라는 엉뚱한 답이 돌아왔다. 처음으로 돌아갔다. 이번엔 "인간 상담사 연결해줘!"라고 또박또박 말했다. 그러자 "필요한 서비스를 말해주세요"만 반복하다 전화가 끊겼다. 8분간 아무런 소득이 없었다.
무한 굴레에 빠진 고객은 선택의 기로에 선다. 인간 상담원과 연결되기 위해 전화통을 더 붙잡거나, 중도에 포기하거나. 미술학원 강사 윤지현(26)은 신용대출 상품 비교를 위해 카드사에 전화했다가 도중에 끝냈다. "유치원생 수준의 티키타카(주고받음)도 안 돼요. 사람이 받으면 성낼 것 같아서 그냥 끊었죠." 결국 더 높은 이율을 감수하며 심사 없는 비상금 대출로 급전을 해결했다.

이와 달리 상담사들은 고객의 마음을 기막히게 알아듣는다. AI는 배우기 어려운 암묵지(개인의 경험이나 노하우, 신체감각 등 몸에 익혀 말 또는 글로 쉽게 표현하기 어려운 무형 지식)의 영역이 있는 것이다.
은행 상담사 영선은 금융 지식을 고객 눈높이로 '번역'하는데 도가 텄다. "많은 고객이 '공인인증서'를 '그거 있잖아요. 연말에 소득공제 받을 때 필요한 것'이라고 표현하거나 OTP(일회용 비밀번호 생성기)를 '비밀번호 나오는 기계'"라고 말씀하시죠."
한국장학재단 상담사 김윤숙(55)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학자금 대출 부서에 만학도들이 전화를 많이 하는데 '최신화신청' '기산일' 같은 어려운 용어가 너무 많잖아요. 어르신들은 불만이 있으면 그냥 '이거 왜 안 돼요?'라고만 해요. 우린 경험으로 알아듣는 거죠."
고객들은 AI를 건너뛰고 '인간' 상담사에게 물어보기 위해 긴 줄을 선다. 꼼수까지 등장했다. "카드 분실 신고 접수는 빨리 연결이 되잖아요. 그래서 다른 용무가 있을 때도 분실 접수를 눌러서 상담사를 연결하죠. 그리고는 승인내역 취소 같은 진짜 용건을 말해요." 은영은 AI 도입 뒤 사고 건 접수가 눈에 띄게 늘었다고 느꼈다.

여러 기업이 AI 도입을 명분 삼아 콜센터 직원을 대량 해고하려고 했던 걸 막아냈던 현주는 최근 기업 관계자들로부터 감사 인사를 곧잘 받는다며 어색해했다. 칼자루를 쥔 갑(甲)의 고백이었다.
"담당자들이 '당신들이 해고를 못하게 한 덕분에 전화위복이 됐다. 만약 그때 수많은 상담사를 잘랐다면 고객 대응 업무를 할 수 없었을 지경'이라고 하더라고요."

책임도 안 지면서, 우리를 평가한다고?
AI가 잘못된 안내를 했을 때는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할까. 은행이나 카드사 등은 이 문제를 정리하지 못한 채 비용만 따져 기계를 급히 도입했다. '고객이 15만 원 송금을 요청했는데 실수로 150만 원을 송금했다면? A계좌에서 빼야 하는데 B계좌에서 뺐다면? 위험성 높은 상품 설명을 잘못했다면?' 콜센터 노조가 생기기 전엔 상담사 실수나 고객 오인으로 인한 금전적 피해를 상담사가 배상하는 일이 허다했다. 금융당국도 'AI 오류 발생 때 책임을 누구에게 물을지 지침을 마련하라'는 지시를 하지 않고 수수방관하고 있다.

이런 애물단지에 상담사들은 도리어 근무 평가까지 받게 됐다. 상담품질평가(QA 평가)를 AI에 맡기는 곳이 생긴 것이다. 이전에는 용역사 팀장(중간관리자)이 두세 콜을 무작위로 뽑아 녹음을 직접 들어보며 평가했다. QA 평가 결과 1등부터 꼴찌까지 줄 세운 뒤 임금(인센티브)에 차등을 주는 만큼 AI가 상담사의 밥줄까지 쥐고 있는 셈이다. 현주는 AI가 사람을 감독할 능력이 있는지 의심했다. QA 평가 때 '18'이라는 숫자를 욕설로 오인해 감점한 사례도 있었다.
"'요죠'체와 '다까'체의 비율은 6대 4 정도여야 하고 '쿠션어'(그러셨어요~, 불편하셨겠습니다~ 등)의 사용 정도와 음성 높낮이가 '솔' 정도인지를 평가해요. 그런데 '아~예~예~' 같은 친절한 공감의 톤을 AI가 과연 인지할까요?"

AI는 직원을 실시간 감시할 좋은 명분이 되기도 했다. "관리자들 화면에 누구는 통화 중이고 누구는 대기 중이고 누구는 화장실을 갔는지 다 보여요. 만약 상담사의 콜이 길어지면 어떤 대화를 나누고 있는지 녹취록을 열어보는 거예요. 즉청(끼어들어 상담원과 고객 통화를 실시간 청취)을 해본 뒤 '이런 말은 하지 말라'며 메신저를 보내기도 해요. 너무 감시당한다 느껴져요."(김현주)

'미리 겪은 미래' 되지 않으려면
2026년의 콜센터 내부를 보면 우리 직장의 미래를 엿볼 수 있다. 한국의 기업과 노동자들이 AI의 효용성에 주목해 초고속으로 받아들이고 있어서다. 한국은행이 작성한 'AI의 빠른 확산과 생산성 효과' 보고서(2025)에 따르면 근로자의 51.8%가 업무 용도로 AI를 쓴다. 미국보다 2배 높다. 응답자 48.1%는 "AI 기술이 우리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 답해 부정적인 응답(17.5%)을 압도했다. 하지만 지난해 8월 미국매사추세츠공대(MIT) 미디어랩은 "AI에 투자한 기업 95%가 전혀 이익을 얻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낙관적으로만 볼 수 없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AI는 완벽하지 않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말한다. 김관욱 교수는 "기업들이 기술 낙관주의에 빠져있다"고 짚었다.
"기업들은 AI 신기술을 도입해서 정확하고 빠르고 개별화된 상담을 시간 제약 없이 해줄 수 있다라고 광고하지만 현실적으로 매우 큰 제약이 있다는 걸 숨기고 있어요."
진짜 똘똘한 AI를 일터에 들여 노동자를 도와주려면 현장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시스템을 개발해야 한다. 콜센터 상담 노동자를 연구하는 코넬대 노사관계학 박사과정생 김정훈(38)씨는 "AI가 톱다운 방식(하향식)으로 도입이 되면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 피해를 예측하기 어렵다. MIT의 분석 결과도 'AI가 현장에서 필요한 지식과 결합하지 못해서 효과적으로 작동하지 못한다'는 게 요지"라고 설명했다.
세계적인 빅테크 기업 마이크로소프트(MS)는 2023년 12월 미국의 최대 노조연맹인 '미국노동연맹(AFL-CIO)과 AI 관련 합의를 했다. AI 기술 개발·도입 때 노사가 대화를 나누고, 노조 지도층은 물론 노동자에게도 AI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교육하기로 했다. 근로자들이 영문도 모르고 AI에 일자리를 뺏기는 가능성을 예방한다는 취지다. 노조와 테크 기업 간 AI를 두고 이뤄진 최초의 공식 협력 사례다.
현주는 '사람이 지워진' 기술을 경계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AI를 구축하는 건 결국 사람입니다. 데이터가 없으면 AI도 없습니다. 노동자들이 사라진다면 경제도 없고 국가도 없고, 미래도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AI를 우리한테 맞추려고 해야 돼요."
<그림자 전쟁 : AI의 직업 침탈기> 특별기획팀
취재 : 송주용·박지윤·강지수·전예현 기자
사진 : 최주연·강예진 기자
영상 : 권준오 PD, 박홍균 인턴 PD
그림자 전쟁 : AI의 직업 침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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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울산 할매와 로봇
- • "로보트가 밥을 먹나, 월세를 내나. 울산은 끝인 기라"
(www.hankookilbo.com/news/article/A2026030816340004040) - • "킹산직? 끝났어요… 주식이 답이죠" 현대차 MZ들의 '각자도생'
(www.hankookilbo.com/news/article/A2026030816360000717)
- • "로보트가 밥을 먹나, 월세를 내나. 울산은 끝인 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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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깡통 AI의 탄생
- • "해고했으면 큰일 날 뻔" '띨띨한' AI 믿었던 어느 기업의 고백
(www.hankookilbo.com/news/article/A2026030813440001163)
- • "해고했으면 큰일 날 뻔" '띨띨한' AI 믿었던 어느 기업의 고백
서울·대전= 강지수 기자 s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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