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초강경 내부통제 “거리로 나오면 적 간주… 방아쇠 당길 준비 됐다”

안준현 기자 2026. 3. 12.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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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이란 시민들이 수도 테헤란의 광장에 모여 경찰에 맞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미국·이스라엘과의 전쟁이 열흘 넘게 이어지는 가운데, 이란은 반정부 시위가 발생할 경우 강경 진압하겠다며 내부 통제를 강화하고 나섰다.

아흐마드레자 라단 이란 경찰청장은 11일(현지 시각) 국영 TV에 출연해 “적의 선동에 따라 거리로 나오는 사람은 시위 참여자가 아니라 적으로 간주될 것”이라며 “(보안군이) 이미 방아쇠에 손가락을 얹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내부 정보를 적과 공유한 혐의로 81명을 구금했다”고도 했다. 이란 정보 당국도 미국·이스라엘과 연계된 요원 30명을 별도로 체포했다고 발표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 국민의 봉기를 독려하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소셜미디어에 “아야톨라(최고지도자) 체제를 무너뜨리고 자유를 얻을 일생일대의 기회”라고 썼다. 공습 초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이란 국민이 스스로 정권을 교체하기를 바란다는 뜻을 밝혔다. 여기에 내부 동요가 맞물릴 경우 체제 전복 움직임이 본격화될 수 있어 이란 지도부가 미리 차단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말부터 이어졌던 대규모 가두 시위는 공습 이후 거의 사라졌다. 그러나 전쟁 상황에서 ‘적의 앞잡이’로 몰려 체포되거나 실종되는 사례는 오히려 늘고 있다고 한다. 일부 대학가와 도시 외곽에서 밤마다 소규모 시위와 낙서·방화 같은 저항이 이어지고 있다고 인권단체들은 전했다.

이란 당국의 강경한 태도가 서방의 지상군 투입 논의를 앞당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위 진압 과정에서 인도적 위기가 불거질 경우 지상군 투입의 명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라단 청장은 2009년 대선 당시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벌어진 ‘녹색 혁명’ 과정에서 시위대 구타·살해·불법 구금에 관여했다는 이유로 미국과 유럽연합 제재 명단에 올랐다. 2022년 ‘히잡 시위’ 때도 강경 진압을 주도했다. 올해 초 반정부 시위에서도 강경 진압으로 수만 명이 숨진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비극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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