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크스바겐 영업이익 반토막… 현대차에 2등 내줘

조재현 기자 2026. 3. 12.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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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청이는 독일 자동차 산업

독일 폴크스바겐그룹(폴크스바겐·아우디·포르셰 등)이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902만2000대를 판매해 세계 2위 자리를 지켰지만, 영업이익 측면에서 세계 판매 3위 현대차그룹에 역전당했다. 연간 영업이익으로 현대차그룹이 폴크스바겐그룹을 앞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영업이익률 역시 현대차그룹은 6.8%로 폴크스바겐그룹(2.8%)을 크게 앞섰다.

폴크스바겐그룹이 겹악재를 맞은 결과다. 뒤늦게 전기차 전환에 나섰다가 최근 2~3년 이어진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여파로 손실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 지난해 트럼프발 미국 관세 충격까지 닥치며 수익성이 급속도로 악화됐다. 유럽 중심 공급망에 지나치게 의존한 결과였다. 반면 미국 내 생산 기지를 갖췄고 하이브리드라는 ‘징검다리’ 제품으로 캐즘을 버텨낸 도요타그룹과 현대차그룹은 2024년보다는 영업이익이 줄었지만 수익성을 지켜낼 수 있었다. 유럽 최대 자동차 기업인 폴크스바겐그룹의 부진은 최근 보쉬·콘티넨탈 등 부품사까지 포함해 독일 자동차 산업 전반이 구조조정 압박을 받는 양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폴크스바겐, 1년 새 영업익 100억유로 날아가

폴크스바겐그룹은 10일(현지 시각)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0.8% 감소한 3219억유로(551조원), 영업이익은 53.5% 급감한 88억6800만유로(15조1000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영업이익이 1년 새 100억유로(약 17조원) 가까이 줄어들면서, 배출가스 수치 조작 파문으로 막대한 비용을 떠안았던 2016년 ‘디젤 게이트’ 이후 9년 만에 가장 낮았다. 가장 큰 요인은 트럼프 관세였다. 지난 10일 그룹 콘퍼런스 콜에서 올리버 블루메 폴크스바겐그룹 회장은 “미국 관세로 인한 직·간접적인 영향이 약 50억유로(약 8조5000억원)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폴크스바겐그룹은 미국에서 60만대 안팎을 파는데 현지 생산 공장이 폴크스바겐 브랜드 차를 생산하는 테네시주 채터누가 공장(약 18만대) 한 곳에 불과했고, 나머지 수요는 멕시코 푸에블라 공장(연 35만대 안팎)과 유럽에서 생산한 차를 미국에 가져다 파는 방식으로 해결했다. 특히 수익성 높은 고급차 브랜드인 아우디, 포르셰는 미국 내 생산 공장이 아예 없다. 하지만 지난해 트럼프 정부가 유럽산뿐 아니라 멕시코산 차에도 25% 고율 관세를 매기면서 영업이익이 급감했다. 반면 현대차그룹은 미국 전체 판매량의 절반에 가까운 70만~80만대가 현지 생산이고 도요타 역시 미국 내에서만 140만대 안팎을 생산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관세 충격을 줄일 수 있었다.

◇부품사들도 구조조정 돌입

폴크스바겐그룹의 부진은 전기차 캐즘 여파도 크다. 전기차 선두 주자 테슬라를 추격하기 위해 최근 수년간 전기차 전환에 대규모 투자를 했지만, 중국 등 핵심 시장에서 판매량이 오히려 줄었다. 미래차 SW(소프트웨어) 개발도 느려지면서 매몰 비용만 대거 발생했다. 투자한 스웨덴의 전기차 배터리 기업 노스볼트는 지난해 파산까지 했다. 반면 현대차그룹이나 도요타는 캐즘 속 하이브리드 비율을 대거 늘리면서 캐즘 충격을 버텨냈다. 지난해 현대차그룹은 하이브리드 판매량이 100만대를 처음 돌파했고, 도요타도 하이브리드 판매 비율이 40% 안팎에 이른다.

유럽 다음으로 폴크스바겐그룹의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전기차를 앞세운 BYD(비야디)와 지리자동차 등 토종 기업과의 경쟁에서 밀린 것도 영향을 줬다. 폴크스바겐그룹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2024년 15%에서 지난해 11% 수준으로 크게 하락했다.

일각에선 폴크스바겐그룹만의 부진이 아니라, 유럽차의 전략적 실패라는 반응도 나온다. 최근 실적을 발표한 메르세데스-벤츠도 지난해 영업이익이 58억2000만유로(9조9200억원)로 전년 대비 57.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벤츠 역시 미국 관세 여파로 10억유로에 달하는 손실을 봤다고 했다.

대표 자동차 기업들의 부진은 독일 자동차 공급망 전반의 충격으로 확산하고 있다. 독일 최대 자동차 부품업체 보쉬는 2030년까지 1만3000명 감원을 추진하겠다고 지난해 밝혔다. 콘티넨탈·발레오 등 주요 부품사들도 적게는 1000명에서 수천 명에 달하는 구조 조정을 검토하고 있다. ZF 역시 지난 1월 “수익 달성이 불투명한 프로젝트들을 정리하고 최대 17억유로(약 2조4000억원) 규모를 손실로 처리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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