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노란봉투법 첫 날 “세상 바뀌었다, 진짜 사장 나와라” 봇물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개정안) 시행 첫날 전국 407개 하청 업체 노조가 221곳의 원청 사업장을 상대로 직접 교섭을 요구한 것으로 집계됐다. 참여한 하청 노조원은 8만명이 넘는다. 민노총은 약 900개 사업장에서 14만여 명이 원청을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할 것으로 추산했다. 당초 우려대로 하청 노조의 원청 상대 협상 요구가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민노총은 ‘원청 교섭 쟁취’ 투쟁 대회를 열고 “세상이 바뀌었다”며 “진짜 사장 나와라”고 했다. 원청이 교섭을 거부하면 7월 총파업에 나설 예정이다. 노란봉투법은 노조의 불법 행위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도 제한하고 있어 하청 노조의 과도한 행동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 노조의 폭력 행위나 작업장 점거 등이 곳곳에서 벌어진다는 뜻이다.
노동부는 법 관련 지침에서 ‘임금은 원칙적으로 하청 노조와 원청의 교섭 의제가 아니다’라고 했다. 그런데 ‘원청이 임금을 실질적·구체적으로 결정했다면 예외적 교섭 대상’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임금이 교섭 대상이란 것인지 아닌지 모호하다. 하청 노조의 요구는 대부분 임금 인상이나 원청 수준의 성과급 지급 등에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법안과 정부 지침이 모두 불분명해 원청 대기업들은 교섭 여부부터 결정하지 못하고 정부와 노조 눈치를 보고 있다.
노란봉투법은 사용자 범위, 쟁의 대상이 되는 사업 경영상 결정의 범위, 교섭 창구 단일화 절차 등 많은 불확실성을 안은 채 시행됐다. 어떤 하청 노조는 원청 대기업의 경영상 사업부 매각도 ‘단체 협약 위반’이라며 시위에 나서기도 했다. 경영계는 인수·합병이나 공장 이전, 해외 투자 등까지 노조 파업의 원인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는데 첫날부터 현실화한 것이다. 주요 기업의 하청 업체는 수천 곳에 달한다. 일일이 교섭하려면 1년 내내 노조와 씨름해야 한다. 법안을 둘러싼 혼선은 이제 시작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노란봉투법 첫날 기업과 노조의 ‘상생’을 강조했다. 그런데 하청 노조들은 원청 대기업에 교섭 요구를 쏟아내며 “법을 지키라”고 압박했다. 정부는 주 4.5일제와 노동자 추정제 등 노조 일변도 노동 정책을 추가로 밀어붙이고 있다. 기업과 노조의 균형이 깨지면 상생은 물론 글로벌 경쟁에서 기업 생존도 어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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