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걱정에 이코노미 탔는데'→이젠 '전세기 특급대우', 17년 멈춘 韓 야구 시계가 다시 돈다

안호근 기자 2026. 3. 12.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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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안호근 기자]
미국 마이애미로 향하는 전세기에서 기념촬영을 한 이정후(왼쪽부터), 안현민, 김도영. /사진=KBO 공식 SNS
"일반석으로 했다. 아직 한 번에 너무 많은 지출을 하는 게 부담스럽더라."

2026시즌 연봉 3억 5000만원을 받게 된 대표팀 유격수 김주원(24·NC 다이노스)은 여전히 일반석(이코노미)을 타고 미국 플로리다행 장거리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구단에서 제공하는 건 기본적으로 이코노미 좌석이지만 고연봉 혹은 고연차 선수들은 마일리지 혹은 자비를 들여 항공권을 업그레이드하는 경우가 많다. 적지 않은 금액이지만 훈련을 떠나야 하는 상황에서 컨디션에 지장이 없게 하기 위한 불가피한 지출이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김주원은 아직은 젊다며 이코노미를 고집했다. 다만 "내년부터는 업그레이드를 해야할 것 같다"며 자신도 장거리 비행의 어려움을 알고 있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이번엔 달랐다. 돈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고 심지어 비행기는 훨씬 더 호화롭게 바뀌어 있었다. 한국이 극적으로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8강에 진출하며 받게 된 특혜다.

나란히 앉은 한화 듀오 정우주(왼쪽), 문현빈. /사진=KBO 공식 SNS
대표팀이 탑승한 비행기는 아틀라스 항공의 보잉 747-400 VIP로 400~500석 규모의 대형기를 189석으로 개조한 전용기다. 주로 메이저리그에서 원정을 떠날 때 이용하는 항공기로 LA 다저스가 MLB 서울시리즈를 위해 한국에 올 때 몸을 실었던 비행기이기도 하다. '하늘 위를 나는 호텔'이라는 별칭까지 붙을 정도로 초호화 항공기다. 소수의 퍼스트 클래스와 대부분 비즈니스석으로 꾸며져 있다.

대표팀 주장 이정후는 호주전 승리 직후 "저는 많이 타봤다"면서도 "메이저리그 팀에서 비행기에서 했던 행동들, 했던 일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같이 공유하면서 재밌게 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장거리 비행임에도 대표팀 선수들은 이 순간을 마음껏 즐겼다. KBO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게시물에서 문보경은 항공권을 공개하며 "아틀라스에요"라고 말했다.

대표팀 선수들은 하나 같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전세기 혜택을 누렸고 이날 42번째 생일을 맞이한 노경은을 위해 케이크를 준비해 축하 노래를 부르며 함께 이 순간을 만끽했다.

이 전세기는 WBC를 주관하는 메이저리그 사무국에서 8강 진출국에 제공하는 혜택이다. 수속에 필요한 많은 절차가 생략되고 가격까지도 MLB 사무국에서 전부 부담한다. 더구나 도쿄에서 마이애미까지는 직항편이 없지만 전세기를 통해 편하게 이동할 수 있다는 점도 13시간 시차의 피로도를 줄이는데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문보경이 KBO SNS를 통해 전세기 비행기 티켓을 공개하고 있다. /사진=KBO 공식 SNS
소형준이 자신의 SNS를 통해 전세기 외관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소형준 SNS
더구나 이정후(샌프란시스코), 김혜성(LA 다저스)과 같이 빅리그에서 뛰며 수시로 전세기를 타는 선수들과 달리 국내에선 주로 버스로 이동하는 선수들에겐 이는 특별한 경험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09년 WBC 준우승의 주역이자 이번엔 티빙의 해설위원으로 나선 윤석민은 호주전 종료 후 자신의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켜서 구독자들과 소통했는데 그는 "이제 전세기를 탈텐데 비행기를 타면 앞쪽부터 꼬리까지 1등석이다. 그걸 타고 미국에 한 방에 간다. 활주로에 버스 2대가 서 있어서 비행기에서 내려서 버스를 타고 호텔로 가서 핸디 캐리어만 들고 들어가서 씻고 나오면 누가 벨을 누르고 선수의 짐을 방 안까지 하나하나 다 가져다 준다"며 "자고 야구장에 나가면 도쿄돔에서 챙긴 야구 짐이 마이애미 야구장 라커에 짐이 다 걸려 있다. 경기 후 한국에 돌아올 때도 짐 싸고 방 안에 두면 다 비행기에 실어주고 활주로에서 바로 한국으로 출발한다. 메이저리그 시스템이다. 장난이 아니다. 이걸 대표팀이 17년 만에 느끼게 됐다. 호텔에 갈 때도 호위 오토바이가 50대 정도가 모든 신호를 차단하고 길을 다 막고 야구장까지 쭉 바로 간다"고 설명했다.

이어 "본선에 올라온 선수들이 호텔을 같이 쓰는데 조식 먹을 때 밥을 먹고 있으면, '어? 매니 마차도다, 어? 오타니네'라고 하게 된다. 그런 걸 선수들이 느끼게 되니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될 것 같다"고 전했다.

단순히 전세기라는 편안함이 주는 호화스러운 한 번의 경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왜 더 야구를 잘해야 하는지, 나아가 이런 대우를 매일 같이 받는 메이저리거의 꿈을 키우게 되는 등 이미 2006년, 2009년 WBC를 거친 선배들은 느꼈던 경험이다. 이걸 먼저 경험했던 윤석민은 후배들이 이러한 동기부여를 통해 한뼘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노경은이 동료들이 준비한 생일 케이크 촛불을 불어 끄고 있다./사진=KBO 공식 SNS 영상 갈무리
류지현 감독은 현지 도착 후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도착 전에 언론을 통해서 비행기 안에서 찍은 사진이 나온 걸 봤다. 즐거워하는 것 같더라. 역시 야구 선수라면 가장 큰 대회인 WBC에서 가장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영역이 전세기라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그렇기에 즐겁게 이동한 것 같다. 이런 게 자연스럽게 경기력과 연결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공항에 도착해 숙소로 이동하는 동안에도 수십대의 싸이카의 호위를 받았다. 류 감독은 "몇 대인지 확인은 안했지만 12대 정도였던 것 같다. 30분 정도 걸린다고 했는데 느낌상 10분 만에 온 것 같다"며 "주최 측에서도 잘 준비해주시는 것 같다. 이런 대우 받는 게 흔치 않은데 그런 걸 느끼면 선수 생활하면서 느끼는 감정이 많을 것"이라고 전했다.

13시간에 달하는 시차에 적응하는 게 과제다. 8강전이 열릴 마이애미 구장에선 현재 1라운드가 펼쳐지고 있어 12일엔 인근 대학교에서 1시간 가량 훈련을 한 뒤 13일엔 경기장에서 짧게 훈련을 갖고 14일 오전 7시반부터 치른다.

많은 체력적 부담이 있었던 선수들은 많은 시간 훈련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8강전까지 남은 시간 동안 충분히 회복하고 휴식을 취하며 다음 상대를 준비할 전망이다.

김형준(앞)이 전세기 탑승 후 동료들과 기념 촬영을 한 사진을 SNS에 공개했다. /사진=김형준 SNS

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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