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디지털 금융 ‘반값 환전’ 사고, 결국 큰 사태 터질 것

조선일보 2026. 3. 12.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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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원 빗썸 대표이사가 지난 달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빗썸 관련 긴급 현안질의에서 허리숙여 사과하고 있다./남강호 기자

엔화 가격을 잘못 올려 ‘반값 환전’ 소동을 빚은 인터넷 은행 토스뱅크에 대해 금감원이 현장 점검에 나섰다. 토스뱅크의 앱에서 약 7분간 100엔당 934원이어야 할 환율이 472원으로 고시되며 100억원대 손실이 발생한 데 따른 조치다.

사고는 단순한 전산 실수 문제가 아니다. 디지털 금융의 안전판이 얼마나 취약한지 다시 한번 보여준 사례였다. 가격 고시가 잘못됐음에도 즉각 차단하는 입력 값 자동 제동 장치가 작동하지 않았다. 토스뱅크는 전자금융거래법을 근거로 반값에 이뤄진 거래 취소를 검토 중이다. 하지만 2022년 계열사인 토스증권에서 달러 환율이 시장가보다 150원이나 낮게 적용됐을 때 “시스템 오류 또한 회사의 책임”이라며 환수하지 않은 전례가 있다. 같은 그룹 안에서도 대응 원칙이 제각각이다.

황당한 디지털 금융 사고는 끊임없이 꼬리를 물고 있다. 얼마 전 가상 자산 거래소 빗썸은 62만원을 보내려다 직원의 단위 입력 실수로 61조원어치의 비트코인을 오입금했다. 국내 최대 거래소인 업비트 역시 해킹으로 445억원 자산이 털린 데 이어 최근엔 스캠(사기) 세력이 만든 ‘가짜 앱토스 코인’을 시스템이 진짜로 인식해 10만명의 계좌에 입금하는 오류까지 범했다. 과거 은행들의 사고는 직원들의 횡령이 많았다. 이제 디지털 금융은 밖으로는 해커의 공격으로, 안으로는 허술한 설계로 사고가 일어나는데 그 규모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게 크다.

금융 당국 역시 책임을 피할 수 없다. 금감원은 감독 분담금이라는 명목으로 가상자산 거래업체와 금융사들로부터 거액을 받아가고 있다. 그러면서도 “규제할 근거가 없다”거나 “업체가 자체적으로 해결하는지 지켜보겠다”는 식의 변명만 반복한다. 금융의 기본인 ‘이중 결재’나 ‘상호 점검’ 같은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없이 직원 한 명 손가락에 천문학적 자산과 환율 시스템이 돌아가고 있다. 이번엔 100억원대 문제이지만 만약 오류 시간이 길어졌더라면 초대형 금융 사고가 될 뻔했다.

글로벌 수준의 안전판이 시급하다. 이상 거래를 즉각 차단하는 ‘서킷브레이커’나 보안 기준 미달 시 허가를 뺏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디지털 금융의 핵심은 편리함이 아니라 신뢰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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