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이의 북적북적] “쉬는 건 낭비가 아니라 전략입니다” — 장재열 작가가 말하는 ‘오프 먼트(OFF-MENT)’의 힘

[한국독서교육신문 김호이 기자] 『오프 먼트(OFF-MENT)』의 저자 장재열 작가가 이 개념을 처음 떠올린 순간은 역설적이게도 상담을 시작한 이후였다. 그는 오랫동안 쉬는 법을 모른 채 자신을 몰아붙이는 삶을 살았다. 열심히 노력해도 성과는 멀어지고, 번아웃은 반복됐다. 결국 200대 1 경쟁률을 뚫고 입사한 직장에서 우울증·공황장애·번아웃으로 스스로 퇴사해야 했다.
"대체 나는 왜 이렇게 생겨먹었나."
자신에 대한 답답함이 마음 건강 탐구의 출발점이었다. 블로그에 올린 글은 800만 조회수를 기록했고, 비슷한 고통을 겪는 또래 직장인들의 공감이 쏟아졌다. 그렇게 그는 자연스럽게 상담가이자 작가의 길에 들어섰다. "거창한 사명보다,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제 경험과 너무 닮아 있다는 사실이 오프 먼트의 출발이었어요."
지칠 때까지 달리는 사람들의 공통된 굴레
장 작가는 왜 '쉬지 못하는 사람'들이 같은 고민을 반복하는지 오랫동안 관찰해왔다. 그는 그 이유를 능력 부족이 아닌 만성화된 패턴에서 찾는다.
"'이번만 버티면 끝', '조금만 더 하면 좋아질 거야', '이 정도로 안 되면 더 갈아넣어야지'라는 마음이 계속 반복돼요. 그러다 일과 휴식의 균형이 완전히 무너집니다."
이 패턴은 심리학에서 말하는 기능적 고착화와도 맞닿아 있다. 예전에 '열심히 하면 된다'는 방식이 통했던 사람은 상황이 바뀌어도 같은 방식만 고집한다. "미닫이문만 열어본 사람이 여닫이문 앞에서도 계속 미는 것과 같아요. 더 세게 밀다가 문이 부서지거나 내가 먼저 지쳐버리는 거죠."
그는 말한다. "안 되는 건 능력 부족이 아니라 관성 때문일 때가 많습니다. 잠시 멈춰 다른 방법을 떠올리는 찰나, 그게 바로 오프 먼트입니다."
오프 먼트의 핵심: '세 단계 전략적 휴식법'
장재열 작가는 휴식을 단순한 '멈춤'이 아니라 성취를 위한 전략이라고 규정한다.
오프 먼트는 다음 세 단계로 설계됐다.
내 감정·동기 들여다보기(원인 파악)
나를 소모시키는 패턴 끊기(비워내기)
짧고 작지만 지속 가능한 회복 루틴 만들기(습관 재설계)
그는 "한국인은 휴식에 죄책감을 느끼는 사회적 특성이 강하기 때문에, 왜 쉬어야 하는지 인지적으로 이해하고 습관화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가장 즉각적인 효과를 주는 방법은 '케렌시아(심리적 안식처) 만들기'다. 집 근처 공원 벤치, 작은 무인 카페라도 좋다. 폰을 내려놓고 5분만 고요하게 앉아 있는 경험만으로도 놀라운 회복이 찾아온다고 한다. "휴식은 길이가 아니라 질, 그리고 환경의 문제예요."
"쉬면 뒤처질 것 같다"는 한국 청년들의 마음
그는 한국 청년들이 특히 쉬지 못하는 이유를 '비교의 일상화'에서 찾는다. "SNS, 링크드인, 유튜브… 타인의 성취가 실시간으로 눈앞에 펼쳐집니다. 그러니 내가 쉬는 동안 누군가는 달리고 있는 것 같죠."
몸을 쉬어도 마음이 쉼을 허락하지 못하는 시대. 오프 먼트는 바로 이 간극을 채우기 위해 만들어진 개념이다.
4만 5천 명의 상담에서 발견한 번아웃 직전의 신호
그는 번아웃 직전 사람들이 보여주는 공통적인 신호를 세 문장으로 정리한다.
"아프진 않은데 이상하게 피곤하다. 늪에 빠진 것 같다."
"인생이 억울하다."
"뭘 해도 공허하다."
무기력·억울함·공허감이 동시에 올 때, 그는 "정신의 마지막 경고"라고 말한다.
장재열 작가가 전하는 마지막 한 문장
"당신은 약해서 쉬는 게 아닙니다. 더 멀리 가기 위해 잠시 멈추는 겁니다."
그는 멈춤을 '후퇴'가 아니라 '주유'에 비유한다. "아무도 주유소에서 기름 넣으면서 '이럴 시간 없는데'라고 하지 않죠. 지금의 당신은 약한 게 아니라, 너무 오래 버텨온 겁니다."
그는 오늘도 같은 말을 되뇌인다.
"잠시 힘을 빼고, 나에게 작은 '오프'를 허락하세요. 그 작은 순간들이 결국 당신을 가장 원하는 미래로 데려다 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