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는 꿈나무들 길잡이 역할… 고되지만 큰 보람” [차 한잔 나누며]

강승훈 2026. 3. 11.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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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후 책 쓰는 공무원’ 이여주씨
교동도 배경 ‘저어새 엄마’ 등 집필
22년째 공직… 독서모임 통해 입문
주요 소재, 본인 일상과 연관 특징
“어린이 긍정 시선 갖게 하는 게 몫”
“넓적한 부리로 바닥을 휘젓는 저어새를 볼 때면 주걱을 쥐고 밥을 푸는 엄마의 가는 손이 떠올라요. 우리 엄마는 식당에서 일해요. 일 년 내내 쉬는 날이 별로 없어요… 그러던 어느 날, 그 아이를 만났답니다. 날 곤경에서 구해 준 하얀 순무를 닮은 그 아이를요.”

인천 강화군 북서부의 교동도를 주요 배경으로 삼은 동화 ‘저어새 엄마’. 2023년 7월 초판이 나온 이 동화를 쓴 인물은 ‘퇴근 후 집필하는 공무원’이란 별명이 붙은 이여주(46) 강화읍 맞춤형복지팀장이다.
인천 강화군 사회복지공무원이자 동화작가인 이여주 강화읍 맞춤형복지팀장이 자신이 그동안 펴낸 동화들을 소개하고 있다.
11일 인천 강화읍에서 만난 이 팀장은 “2004년 강화군 임용시험에 합격해 22년째 공직생활을 이어가는 중이다. 사회복지직으로 노인·장애인 취약계층에 복지급여나 서비스 신청, 물품 지원 등을 담당한다”고 업무를 간략히 소개했다. 그는 동화 부문에서 2017년 제20회 공무원문예대전, 2019년 제37회 마로니에전국여성 백일장, 2021년 제43회 샘터상 등 여럿 수상을 거머쥐었다. ‘저어새 엄마’에 이어 지난해 동화 ‘마라톤 코치 빽마녀 1’을, 올해 초 친한 동료 4명과 ‘문 좀 열어주세요’를 펴냈다.

이 팀장이 동화를 쓴 계기는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당시 혼자서 야간근무 중이었는데 주취자가 사무실에 침입하는 사고가 벌어졌다.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았고, 이 트라우마를 이겨내려고 독서모임에 나갔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당시) 시를 강의하던 선생님이 동화가 적성에 맞겠다고 제안해 10년 넘게 관심을 쏟는 중”이라고 소개했다.

이 팀장에게 동화는 어린이 같은 마음을 가져야 쓸 수 있고, 동화를 읽으면 어린이의 맑은 눈을 갖도록 해준다. 그는 “동화는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자 미래 꿈나무들이 성장하며 나아갈 길을 제시하는 ‘안내서’”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저어새 엄마’ (예비)독자들에 대한 기대도 마찬가지다. 이 팀장은 “한마디로 압축한다면 ‘이 책 재밌다’로 충분하다. 이 말에는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는 따뜻한 생각이 담겼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팀장이 그동안 쓴 책들의 두드러진 점은 주요 소재가 본인 일상과 연관됐다는 것이다. 가장 애착을 가진 ‘저어새 엄마’의 경우 첫 발령지인 교동면 일대 이야기를 들려준다. 주인공은 교동초등학교에 다니고, 엄마가 운영하는 밥집이 60년 넘게 한자리를 지켜온 황해도식 냉면 노포 ‘대풍식당’이다. 저어새는 강화를 상징하는 군조이고 전학 온 여학생을 특화작물 순무에 비유했다.

책을 펴내는 과정은 무척 고되지만 보람은 그 무엇보다 크다. 이 팀장은 “보통 집에서 오후 10시부터 자정, 오전 5∼7시 사이 작업하는데 본연 업무에서 오롯이 벗어난 자신만의 시간이라 집중할 수 있다”며 “가끔 지칠 때도 있지만 평소 즐기는 마라톤으로 체력 향상을 꾀한다”고 밝게 웃었다. 대학생인 2명의 자녀와 남편은 언제나 힘이 돼주는 ‘든든한 후원자’라고 치켜세웠다.

이 팀장은 이웃에도 따뜻한 선행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상금과 판매 수익 대부분을 지역사회에 환원한 게 대표적이다. 앞서 강화도서관과 양사·서도초교, 아동센터 등지에 다른 작가의 동화책 300여권을 기부했고, 어르신 거주자가 많은 양사면에는 50인분의 삼계탕을 보냈다. 이 팀장은 “공직자로 월급을 받고 있기 때문에 추가적인 수입은 감사한 마음으로 자선활동에 선뜻 동참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향후 목표로 연간 1∼2권 출간 구상을 제시했다. 5월쯤 ‘마라톤 코치 빽마녀 2’가 독자들과 만날 예정이다. 까칠한 마녀가 학생들과 함께 마라톤 대회에 나가 1등을 만들려고 애쓰는 스토리라고 귀띔했다.

“어린이들이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건강하게 키우도록 이끄는 것이 동화작가의 몫”이라며 소신을 밝힌 이 팀장은 “공무원으로 맡은 바 일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인천=글·사진 강승훈 기자 shka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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