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만2000명? 2만3000명?…일본 정부의 축소 지향 피난민 집계

정부, 귀환 포기자는 집계 제외
도쿄신문 보도 수치와 2만명 차
지역 실정과 안 맞는 부흥계획
피난 생활 중 고독사도 잇따라
일본 정부가 2011년 3월11일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제1원전 폭발 사고로 인해 피난민 신세가 된 이들의 수를 지나치게 축소해서 집계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지진과 원전 사고 이후 피난구역으로 지정됐던 곳에 돌아와 실제 거주하는 인구는 20%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쿄신문은 11일 후쿠시마현 내 12개 시·정·촌(기초지자체) 주민 중 여전히 피난 생활을 하는 이들의 수를 자체 집계한 결과 4만2000명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이는 일본 정부가 집계한 지난 2월1일 현재 피난민 수 2만3410명보다 2만명 가까이 많은 수치다. 후쿠시마현 외에 이와테현, 미야기현 등까지 합한 피난민 수는 2만6281명이다.
도쿄신문은 일본 정부가 지자체 전역을 피난구역으로 지정했던 오쿠마초, 도미오카초, 나미에마치, 후타바초, 이타테무라, 가쓰라오무라 등 6개 지자체와 일부가 피난구역으로 지정된 6개 지자체의 실거주 인구를 파악하는 방식으로 여전히 피난 생활을 하는 인원수를 산출했다. 12개 기초지자체 중 피난민이 가장 많은 곳은 바다에 인접해 쓰나미 피해가 컸던 나미에마치로, 1만1633명이 피난 생활 중이었다. 이 지역에 현재 거주하는 주민은 2420명에 불과하다.
도쿄신문은 정부 통계에 귀환을 포기한 이들의 수는 포함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피난처에 정착한 이들도 있기 때문에 실제 피난민 수는 정부가 집계한 것 이상으로 많다는 것이다. 도쿄신문은 지자체 전역이 피난구역이었던 6개 지자체의 경우 현재 실제 거주하는 인구는 주민등록 인구의 18.7%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특히 후쿠시마 제1원전이 있으며 오염토를 보관하는 중간저장시설도 설치되는 오쿠마초와 후타바초에는 각각 11%와 4%만이 실제 거주 중이다.
이들 6개 지자체에 현재 거주 중인 인구 8000여명 가운데 절반가량은 지진 이후 새로 이주해 온 이들이거나 새로 태어난 아이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후쿠시마현은 15년이 지나도 피난민들의 귀환이 이루어지지 않자 새로 이주해 오는 이들을 늘리는 정책에 힘을 쏟고 있다고 도쿄신문은 전했다.
장기간 고향을 떠나 피난 생활을 하던 이들 중에는 혼자 생을 마감하는 사례도 많다. NHK에 따르면 이와테, 미야기, 후쿠시마 등 3개현에 지진·원전 피해자를 위해 마련된 ‘재해공영주택’에선 고령화, 1인 가구 증가 등의 이유로 고독사하는 이들이 잇따르고 있다.
피난민들이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는 데는 일본 정부가 거액을 들여 추진 중인 이른바 ‘부흥계획’이 지역 실정에 맞지 않게 겉도는 경우가 많은 탓도 있다. 일본 정부가 지진 이후 41조엔(약 380조원)을 투입한 재해지역 부흥계획이 인프라 정비에만 편중된 데다 대부분 도쿄에 있는 외부업체 컨설팅을 받아 이뤄지면서 주민 참여는 매우 저조한 상황이다.
아사히신문은 지난 1일 현재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피해자는 사망 1만5901명, 행방불명 2519명이며, 피난 이후 사망자 중 관련사로 인정된 이는 지난해 말 현재 3810명으로 집계됐다고 전했다.
이날 지진 발생 15년을 맞아 이와테, 미야기, 후쿠시마 등 피해지역에서는 유족 등이 추모 행사를 열었다. 일본 곳곳에서 시민들이 지진 발생 시각인 오후 2시46분 희생자들을 애도하면서 묵념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이날 후쿠시마시에서 열린 추도식에서 향후 5년간 어떻게든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강한 결의로 재해지역 부흥에 전력을 기울이겠다면서 연내 방재청을 설립하기 위한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재해에 강한 국가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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