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부족·선거 변수에도…대구 ‘수성못 공연장’ 강행

백경열 기자 2026. 3. 11.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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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수성구가 수성못에 건립을 추진 중인 ‘수상공연장’의 가상 조감도. 수성구 제공

구, 총 사업비만 300억 이상…‘꼼수 논란’ 부지 매입도 지지부진
시민단체 “수성못 정체성 훼손”…구청장 예비후보들도 “재검토”

대구 수성구가 대구의 대표 관광지인 ‘수성못’에 수천석 규모의 공연장 건립을 강행해 논란이 일고 있다. 자연경관을 해치는 것은 물론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전시성 사업이라는 지적이다.

구청장 출마를 선언한 예비후보들은 사업 재검토를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어 향후 건립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11일 수성구에 따르면 구는 수성못 서쪽 구역에 수상·지상 무대와 2000석 규모의 관람석을 만드는 ‘월드클래스 수성못 수상 공연장 조성 사업’을 추진 중이다. 수면 아래에 기둥을 박은 후 그 위에 시설물을 올려 공원을 겸한 공연장으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수성구는 2023년부터 이 사업을 추진했다. 총 사업비는 부지 매입비를 제외하고도 300억원 규모다. 당초 올해 상반기 중 착공하려 했지만 예산 확보 등에 차질을 빚고 있다. 준공 목표 시점은 내년 하반기다.

수성구는 관광 활성화를 위해 꼭 필요한 사업이라는 입장이다. 수성못의 상징물로 대규모 공연시설을 조성해 더 많은 사람이 찾는 곳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환경 훼손과 교통 혼잡을 키우는 등 난개발 사업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대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여러 차례 성명을 내고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수상 공연장 설치가 자칫 수성못의 정체성을 해치고 예산만 투입하는 애물단지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 대규모 공연장 운영으로 발생할 수 있는 교통 체증과 주차난에 대한 대책이 없는 점도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수성못 인근은 음식점 밀집 구역과 예식장을 갖춘 호텔 등이 있지만 접근 가능한 도로는 왕복 2차로밖에 없어 교통난이 심각하다.

수성구가 토지를 매입하는 방식에도 꼼수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성구는 현재 ‘유원지’로 지정된 토지 일부와 수성못 수면 일부를 한국농어촌공사로부터 매입하는 방식으로 수상공연장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수성못은 농업용 저수지로 조성된 시설로 소유권은 한국농어촌공사가 갖고 있다. 유원지에 설치하는 수상공연장은 특수 시설이 아닌 일반 문화 시설로 분류돼 도시관리계획 변경이나 주민 의견 수렴 등 까다로운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 사업 대상 부지 면적도 9943㎡로 설정해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기준인 1만㎡에 미치지 않아 별도의 환경영향평가를 받지 않아도 된다.

수성구청장에 도전하는 일부 예비후보는 수상공연장 원점 재검토 등을 공약하고 있어 선거 결과에 따라 사업의 향방이 결정될 가능성도 있다.

사업비 확보 문제도 하나의 변수다. 대구시는 올해 지원 예산을 반영하지 않았다. 총 지원금 100억원 가운데 90억6000만원이 미반영된 상태다. 공연장 건립에 긍정적이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자진 사퇴한 후 사업 자체가 우선순위에서 밀려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수성구는 국비(82억5000만원)를 확보한 만큼 일단 자체 예산을 들여 사업을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물론 한국농어촌공사가 토지 매도 의사를 철회하면 사업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 수성구는 부지 내 11필지를 매입하기 위해 공사 측과 협의 중이지만 관련 절차가 길어지고 있다. 수성구 관계자는 “지방선거 이후 추경을 통해 대구시가 예산을 지원할 것으로 기대하고, 일단 사업은 예정대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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