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코딩하는 시대에, 사교육 부추기는 학원들

최예나 기자 2026. 3. 11.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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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2학년 이모 군(8)은 매주 2시간씩 학원에서 코딩을 배운다.

'AI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는 막연한 불안감에 학부모들은 자녀를 코딩 학원에 보내고, 학원들은 'AI를 잘 활용하려면 코딩부터 배워야 한다'며 수강을 부추기고 있다.

대부분 코딩 학원들은 AI를 능숙하게 사용하려면 코딩의 기본 원리를 배워야 한다고 설명한다.

강남구 신사동의 코딩 학원 관계자는 "문과나 이과 상관없이 자녀에게 코딩을 AI의 기본 소양처럼 가르쳐야겠다는 학부모가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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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2학년 이모 군(8)은 매주 2시간씩 학원에서 코딩을 배운다. 그는 2년 뒤 자율주행 차량과 로봇 등에 활용되는 ‘파이선’ 같은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우는 게 목표다. 이 군의 부모는 “정부가 인공지능(AI) 교육을 확대한다고 하는데 몇 학년부터 뭘 배울지 몰라 불안하다”며 “코딩의 원리라도 아이에게 가르쳐 AI 시대에 잘 대응하도록 하고 싶다”고 말했다.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대학가와 채용 시장에서는 코딩의 인기가 시들해졌지만, 이른바 서울 강남구 대치동 등 ‘사교육 특구’에서는 코딩을 배우는 학생이 늘고 있다. ‘AI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는 막연한 불안감에 학부모들은 자녀를 코딩 학원에 보내고, 학원들은 ‘AI를 잘 활용하려면 코딩부터 배워야 한다’며 수강을 부추기고 있다.

● 한 달 학원비 수십만 원에도 “코딩 배우자”

11일 서울강남서초교육지원청 등에 따르면 학원이 밀집된 서울 강남·서초·노원구, 경기 성남시 분당구 등에서 운영 중인 코딩 및 로봇 관련 학원은 2022년 90개에서 지난해 125개로 늘었다. 대부분 코딩 학원들은 AI를 능숙하게 사용하려면 코딩의 기본 원리를 배워야 한다고 설명한다. 대치동의 한 코딩 학원 관계자는 “코딩을 배워야 고교학점제에서 AI 기초, 데이터 과학 등 심화된 정보 과목을 듣고 학교생활기록부를 차별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코딩 학원들은 대부분 실기 위주로 수업해 학원비가 비싼 편이다. 주당 2시간씩 배울 경우 교구비 등을 포함해 학원비가 월 최대 60만 원에 달하기도 한다.

비싼 학원비에도 학부모들은 대학 전공이나 취업에 대비하기보다는 AI 기본기를 다져야 한다는 취지에서 어린 자녀들을 코딩 학원에 보내고 있다. 강남구 신사동의 코딩 학원 관계자는 “문과나 이과 상관없이 자녀에게 코딩을 AI의 기본 소양처럼 가르쳐야겠다는 학부모가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코딩 학원 관계자도 “아이가 역사와 데이터 사이언스를 좋아하는데, AI를 활용해 관련 프로젝트를 해보고 싶다는 식으로 문의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 “공교육이 AI 기본 원리 등 전반적 교육을”

최근 초등학교 ‘방과 후 수업’에서도 코딩 관련 교육이 늘어나는 추세다. 서울 송파구의 한 초등학교는 방과 후 컴퓨터수업 중 절반을 코딩 교육으로 채웠다. 지난해까지 타자, 인터넷 학습, 파워포인트 등을 가르쳤는데, 학부모들의 요구에 따라 과정을 개편했다.

유치원생들도 코딩 공부에 뛰어들고 있다. 일부 사립유치원은 로봇, 게임 등을 활용해 코딩 개념을 가르친다. 학습지 업체들도 6세부터 할 수 있는 코딩 교육 프로그램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성남시 분당구의 코딩 학원 관계자는 “학부모들이 아이가 한 살이라도 더 어릴 때 코딩을 가르치려고 한다”며 “코딩을 단계에 따라 꾸준히 배우면 나중에 고난도 수학 문제를 풀 때도 도움이 된다고 믿는 학부모가 적지 않다”고 전했다.

정부가 구체적인 방향성 없이 AI 교육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사교육 시장을 부추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상당수 학원들은 정부가 지난해 11월 초중고교 ‘AI 중점학교’ 도입, 교육 과정 개편 예정 등을 발표한 뒤 학부모 문의가 늘었다고 전했다. 박남기 전 광주교대 총장은 “코딩을 배운다고 해서 취업에 유리한 것도 아닌데 학부모들은 불안감에 자녀를 학원으로 보낸다”며 “공교육이 AI의 기본 원리와 활용 역량 등을 전반적으로 교육해야 한다”고 했다. 신종호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는 “코딩이나 AI 기술이 아니라 논리적 사고력, 문제 해결력, 협업 등의 역량을 키울 수 있게 교육 과정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김민지 기자 minj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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