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삶] 오래 앉아있는 것이 운동 부족보다 더 위험한 이유

이상현 2026. 3. 11.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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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현 인천시체육회 인천스포츠과학센터 연구원

현대인의 하루는 대부분 '앉아있는 시간'으로 채워져 있다. 출근길 자동차나 지하철, 사무실의 의자, 집으로 돌아와 소파와 스마트폰까지. 하루를 계산해 보면 많은 사람이 8시간에서 많게는 10시간 이상을 앉아서 보내고 있다. 최근 건강 분야에서 자주 언급되는 '좌식 질환(sitting disease)'이라는 용어도 바로 이러한 생활 방식에서 등장했다.

과거에는 단순히 "운동을 하지 않아서 건강이 나빠진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최근 연구들은 운동 부족과 장시간 좌식 생활이 서로 다른 건강 위험 요인이라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하루에 일정 시간 운동을 하더라도 나머지 시간을 대부분 앉아서 보내면 대사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이 계속 누적될 수 있다는 것이다.

스포츠과학과 운동생리학 관점에서 보면 그 이유는 명확하다. 우리 몸에서 가장 큰 근육군은 하체 근육이다. 걷거나 서 있을 때는 대퇴부와 둔근 같은 큰 근육들이 지속해 활성화되면서 혈액을 심장으로 다시 밀어 올리는 '근육 펌프(muscle pump)'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의자에 오래 앉아 있으면 이러한 근육 활동이 거의 사라지게 된다.

근육 활동이 줄어들면 에너지 소비와 대사 효율이 동시에 떨어진다. 특히 지방 대사와 관련된 효소인 리포단백질 리파아제(Lipoprotein Lipase, LPL)의 활성도가 감소하는데, 이 효소는 혈중 지방을 분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일부 연구에서는 장시간 앉아 있을 경우 이 효소의 활동이 심하게 감소하면서 지방 대사가 억제되고, 결과적으로 혈중 중성지방 증가와 HDL 콜레스테롤 감소와 같은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

혈액순환도 영향을 받는다. 오래 앉아 있는 자세에서는 하체 혈류가 감소하고 정맥 순환이 둔화하기 때문에 심혈관계 부담이 증가한다. 이러한 상태가 반복되면 장기적으로 심혈관 질환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여러 역학 연구에서는 하루 좌식 시간이 길수록 심혈관 질환과 조기 사망 위험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고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하루에 운동하더라도 좌식 시간이 길면 이러한 위험이 완전히 상쇄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하루 1시간 운동을 하더라도 나머지 10시간 이상을 앉아서 보내는 생활 패턴이라면, 신체의 대사 시스템은 여전히 '비활동 상태'에 가까운 환경에 놓이게 된다. 즉, 운동의 문제라기보다 "움직이지 않는 시간이 너무 길다"는 것이 핵심 문제인 것이다.

해결 방법은 무엇일까. 반드시 격렬한 운동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스포츠과학 연구에서는 짧은 움직임을 자주 반복하는 것이 대사 활성 유지에 도움이 된다고 보고한다. 30~60분 정도 앉아 있었다면 잠시 일어나 걷거나 가볍게 몸을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근육 활동과 혈액순환이 다시 활성화된다. 이러한 작은 움직임이 하루 동안 반복되면 에너지 소비와 대사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건강은 하루 한 번의 운동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오히려 하루 동안 몸을 얼마나 자주 움직이느냐가 더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의자에서 잠시 일어나 몇 걸음 걷는 행동은 사소해 보일 수 있지만, 그 작은 움직임들이 쌓여 우리의 몸을 더 건강한 상태로 유지한다. 어쩌면 현대인의 건강을 위협하는 가장 큰 적은 운동 부족이 아니라, 너무 오래 앉아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상현 인천시체육회 인천스포츠과학센터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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