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우의 핫스팟] 중국 소비 부양책 왜 안 먹히나···"사람은 명령으로 돈 쓰지 않는다"
30년 공장 돌린 中 경제
부동산 침체에 소비 냉각
강제 소비 정책 저항 직면
근본적 불안감 해소 시급

평생 자녀에게 "아껴 써라. 저축해라. 공부해라"라고 닦달하던 엄격한 부모가 있다. 13살 자녀는 부모 뜻에 따라 허리띠를 졸라매고 밤낮없이 책상머리에 앉아 기대에 부응했다. 한데 그 과정에서 만성 피로와 극도의 스트레스라는 부작용을 얻었다.
세월이 흘러 자녀는 보란듯이 좋은 대학에 입학했고 부모는 갑자기 태도를 바꾼다. 두툼한 용돈과 신용카드를 쥐여주며 "이제부터는 저축하지 말고 마음껏 돈을 쓰며 인생을 즐겨라"라고 등 떠민다.
당장 백화점이나 여행사로 달려갈까. 아마 그렇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불안에 떨며 생각할 확률이 높다. '지금 이 돈을 다 써버렸다가 나중에 지원이 끊기면 어떡하지. 당장 내일 성적이 떨어지면 불호령이 떨어질 텐데.' 부모는 돈을 쓰라고 부추기지만 자녀의 몸과 마음은 이미 오랜 통제와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굳어버린 상태다.
목표 슬라이드의 불일치···명령한다고 소비가 되나요
중국 경제의 현주소를 트랜서핑(Transurfing) 렌즈로 들여다보자. 베이징이 지금까지 붙들어 온 성장의 슬라이드를 바꾸려 하는데 정작 인민 심리와 에너지 흐름은 여전히 예전 슬라이드에 단단히 결박돼 있다는 점이다.

한데 최근 양회에서 베이징은 물건과 공장 대신 사람과 생활로 중심을 옮기겠다고 선언했다. 트랜서핑식으로 말하면 대상 중심 현실에서 상태 중심 현실로의 대전환 시도다.
문제는 우주의 균형력(Balancing Force)이 그렇게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오랫동안 공급·투자·부동산에만 에너지를 쏟아부은 탓에 과잉 포텐셜이 축적됐고 그 청구서가 지금 청년 백수·지방정부 파산 위기·디플레이션이라는 이름으로 날아왔다. 중국이 소비를 진작하자고 외치는 건 기존 공장 돌리기 모델이 한계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무너진 부동산 믿음···오늘 쓰면 내일 굶는다
중국 정부가 바우처를 뿌리고 휴가를 늘려줘도 약발이 안 먹히는 이유는 인간 행동을 바꾸는 것은 내면의 안전감이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 중산층의 심리적 에너지를 지탱하던 거대한 기둥인 부동산이 무너진 게 치명적이다. 예전 그들의 뇌내 필름은 '오늘 돈 써도 어차피 내일 우리 집값이 오르니까 괜찮다'는 식이었다. 그런데 지금 걸려 있는 필름은 '오늘 돈 쓰면 늙어서 빈곤층으로 전락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다.
집값은 오르지 않고 일자리도 없고 병원비와 육아 비용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이 상황에서 정부가 확성기로 소비하라고 외쳐봤자 지갑은 쉽게 열리지 않는다. 목표 슬라이드와 현실 감각이 완벽하게 어긋난 상태다.
돈 쓰게 하려는 속셈 아니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속 중국 네티즌 냉소는 정책과 삶 사이의 아득한 간극을 보여주는 증거다. 휴가를 줘봤자 고용이 불안하고 지갑이 얇은데 어떻게 놀러 가겠는가. 현실 뼈대(프레임)는 그대로 둔 채 행동만 바꾸려 하니 당연히 저항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번 정책에 담긴 사람에 대한 투자라는 문구는 꽤 흥미롭다. 트랜서핑 관점에서는 정교하게 방향을 튼 셈이다. 소비는 외부에서 억지로 하라고 명령해서 생기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소비는 '나는 이제 괜찮다 혹은 안전하다'고 느낄 때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결과물이다.
정말 소비를 살리고 싶다면 가계가 미래를 계산할 수 있게 만들어줘야 한다. 즉 돈을 쓰지 않고 모아두지 않아도 괜찮다고 느끼게 만드는 것이 진짜 해법이다.
하지만 베이징이 빠지기 쉬운 치명적인 함정이 하나 있다. 바로 중요도 과잉이다. 올해 성장률 5% 달성이라는 강박에 시달리다 보면 효과가 느릿느릿 나타나는 소비 진작보다 당장 눈앞에 숫자가 확실히 찍히는 공장 짓기나 인프라 투자로 돌아가고 싶은 유혹에 빠진다. 이게 바로 펜듈럼의 무서운 복원력이다. 만약 소비마저 국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또 하나의 할당량이나 동원 과제로 다뤄진다면 인민은 다시 시스템 부품으로 전락하고 신뢰는 바닥을 칠 것이다.
게다가 여전히 '우리는 세계 1등 제조 강국이자 인공지능(AI) 최강국이 될 것'이라는 자기 이미지도 놓지 못하고 있다. 최첨단 생산국과 여유로운 소비 복지국가라는 두 개의 이질적인 슬라이드를 동시에 틀어놓으니 정책의 초점이 흐려지는 것이다.
불안 부숴야 지갑 열린다
다시 처음의 엄격한 부모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자녀가 진짜로 마음 편히 돈을 쓰고 인생을 즐기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당장 성과를 내지 못해도 삶이 무너지지 않도록 든든한 안전망을 보여줘야 한다.
중국 경제도 마찬가지다. 회생 여부는 가계가 국가 의도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달려 있다. 지금 베이징은 인민의 행동 변화를 원하지만 인민은 삶의 안전을 원한다. 이 불일치를 풀지 못하면 소비 진작은 일시적 이벤트로 끝날 수밖에 없다.
중국 경제의 진짜 반등은 굴뚝에서 연기를 더 뿜어낼 때 오는 게 아니다. 억지로 지갑을 벌리려 하기보다 뼛속 깊이 자리 잡은 불안을 먼저 녹여낼 때 비로소 시작된다.
☞트랜서핑(Transurfing)=러시아 물리학자 바딤 젤란드가 제안한 개념으로 억지로 세상을 바꾸려 하기보다 자신이 원하는 상태의 주파수에 에너지를 맞춰 자연스럽게 목표를 이루는 것을 뜻한다. ☞펜듈럼(Pendulum)=트랜서핑 이론에서 사람들의 생각과 에너지가 모여 만들어진 독립적인 에너지 구조체를 말한다.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에너지를 흡수해 몸집을 키우며 개인 자유의지를 통제하려는 성질을 지녔다.
여성경제신문 김현우 기자
hyunoo9372@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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