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 덜어낸 고선웅표 '리어왕'…"원작 마무리 탐탁지 않아서"

임순현 2026. 3. 11.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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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연출가 고선웅의 연극 '리어왕외전'은 원작인 셰익스피어의 희곡 '리어왕'과 달리 주인공들이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하지 않는다.

고선웅은 "'리어왕'이라고만 제목을 달면 '저게 무슨 리어왕이냐'라는 지적이 있을 것 같아 굳이 '외전'을 덧붙였다"며 "어렵게만 느껴지는 셰익스피어의 비극에 가장 쉽게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이 이 작품의 매력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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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리어왕외전' 20일 개막…조용필 '허공'으로 압축한 회한의 정서
과감한 설정 변경에 '외전' 붙여…정웅인 "레슨받는 기분으로 연습"
연극 '리어왕외전' 연습 현장 [옐로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스타 연출가 고선웅의 연극 '리어왕외전'은 원작인 셰익스피어의 희곡 '리어왕'과 달리 주인공들이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하지 않는다. 리어왕은 악한 이들을 처단하고 자신도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또 다른 주인공 셋째 딸 코딜리어도 살아남아 글로스터의 아들 에드거와 새로운 사랑을 기약한다.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백미로 꼽히는 작품을 이렇게 변주한 이유는 무얼까. 11일 '리어왕외전'의 연습실이 마련된 서울 성신여대 미아운정그린캠퍼스 마루연습실에서 기자들을 만난 고선웅은 "코델리아가 살해되고 그 충격에 리어왕도 죽는 원작의 마무리가 별로 매력적이지 않고 탐탁지 않았다"며 "각각의 아버지로부터 버림받은 코델리아와 에드거를 맺어줘 다음 세대를 잇게 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고선웅 연출 [옐로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원작에서 빈번하게 등장하는 리어왕이 탄식하는 장면도 과감하게 생략했다. 대신 인간사의 허탈함을 노래한 조용필의 '허공'으로 원작의 회한 정서를 압축했다. 리어왕이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며 독백하는 장면에서 '허공'이 백그라운드뮤직(BGM)으로 흘러나오는 식이다. 극 중반에는 리어왕이 직접 '허공'을 부르는 장면도 넣었다.

고선웅은 "원작에선 (리어왕이) 탄식하고 개탄하는 장면이 너무 많아 관객이 견디기 힘들 정도"라며 "관객 입장에서는 벌어진 상황을 이미 다 목격했기 때문에 굳이 필요한 신이 아니라고 생각해 '허공'으로 대체한 것"이라고 말했다.

첫째 딸과 둘째 딸에게 재산을 나눠주고 빈털터리로 버려진 리어왕을 곁에서 보좌하는 궁정 광대도 이 작품에선 '거북이'라는 상상 속 캐릭터로 대체된다.

고선웅은 "원작에서 궁정 광대는 현명함을 잃은 리어왕에게 아주 멋진 문장으로 조언해주는 역할"이라며 "듣다가 지칠 정도로 대사가 많은데 매력적인 몇 문장만 남겨 리어왕이 상상으로 만들어 낸 거북이가 그 역할을 대신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리어왕 역의 이영석 배우 [옐로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처럼 과감하게 설정을 변경한 탓에 원작과 달리 작품의 제목에 '외전'을 추가했다고 한다. 원작 그대로 제목을 달 경우 자칫 관객이 위화감을 느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고선웅은 "'리어왕'이라고만 제목을 달면 '저게 무슨 리어왕이냐'라는 지적이 있을 것 같아 굳이 '외전'을 덧붙였다"며 "어렵게만 느껴지는 셰익스피어의 비극에 가장 쉽게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이 이 작품의 매력인 것 같다"고 말했다.

현명함을 잃고 스스로 몰락의 길을 걷는 브리튼 왕국의 리어왕 역은 고선웅의 또 다른 연극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에 출연한 베테랑 배우 이영석이 맡는다. 특유의 대사 전달력으로 고선웅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한다.

고선웅의 출연 제안에 그 자리에서 곧바로 승낙했다는 이영석이지만, 막상 연습이 시작된 뒤로는 매우 힘들었다고 한다.

이영석은 "극 중반에 기저귀만 차고 '허공'을 부르는 장면이 있는데 그동안 무대에서 노래를 부른 적이 없어서 아주 어려웠다"면서 "춤도 춰야 해서 열심히 연습하고 있는데 무릎에 통증이 있어서 아프지 않게 춤추는 방법을 연구 중"이라고 웃으며 토로했다.

글로스터 역의 정웅인 배우 [옐로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리어왕과 마찬가지로 자식에게 버림받고 비극적 최후를 맞는 글로스터 역에는 정웅인이 캐스팅됐다. 정웅인은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을 관람한 뒤 고선웅을 직접 찾아가 작품에 출연하고 싶다고 졸라 이번 작품에서 배역을 맡게 됐다고 한다.

그는 "주로 (TV·영화 등의) 매체 작품에서 작게 속삭거리는 역할을 했던 배우로서 이번 작품에 마치 돈을 받고 레슨까지 받는 기분으로 참여하고 있다"며 "고선웅 특유의 적확한 디렉팅을 받으며 새로운 연기 수업을 받는 것처럼 연습하고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고선웅의 색깔로 다시 쓰인 연극 '리어왕외전'은 오는 20일부터 다음 달 12일까지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h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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