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창고형 약국… 주민에게 약, 약사에겐 독 될까
인천 1호선 아라역 인근 개점 임박
1200㎡ 규모… 5월 중 공사 마무리
소규모 약국 경쟁력 밀릴라 ‘시름’
검단 주민은 ‘값싼 상비약’ 기대감

인천에도 이른바 ‘창고형 약국’이 곧 문을 연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시민들의 기대와 시장 교란이라는 지역 약사들의 우려가 함께 나오고 있다.
11일 경인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인천도시철도 1호선 아라역 인근 한 건물(서구 원당동 1067) 1~2층에 들어서는 창고형 약국은 현재 공식 입점 전 내부 대수선 공사를 진행 중이다. 이 공사는 오는 5월 내 마무리될 예정이다.
이날 창고형 약국이 들어서는 건물에는 약국 상호가 적힌 신규 간판이 부착됐다. 창고형 약국은 1층(101호)과 2층(201~208호) 복층 구조로, 각 395㎡(약 120평), 813㎡(약 250평) 등 총 1천200여㎡(약 370평) 규모다. 지난달에는 창고형 약국 측과 서구보건소가 약국 개설 관련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초 해당 창고형 약국은 지난해 12월 개점을 목표로 건물 외벽에 ‘국내 최대 규모 창고형 약국’이라는 대형 현수막을 부착했다. 하지만 ‘창고’라는 명칭이 소비자의 의약품 오·남용을 유발할 수 있어 약사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고, 이후 약국 측에서 현수막에 있는 ‘창고’ 글자를 가렸다. 최근에는 창고형 약국에 대한 논란을 인식한 듯 해당 현수막을 아예 철거했다.
제약사와 의약품을 대량 직거래해 가격을 낮추는 창고형 약국은 최근 전국 곳곳에 우후죽순 생기고 있다. 인천에서는 개점 예정인 검단 창고형 약국이 현재까지 유일하지만, 신규 입점을 준비하는 창고형 약국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게 지역 약사들 의견이다.
타 지역에 생긴 창고형 약국들을 보면 일반의약품 등이 시중가보다 20~30% 저렴해 소규모 약국은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 검단신도시에 문을 여는 창고형 약국의 1㎞ 반경 안에도 20여개의 소규모 약국이 있다. 검단 아라동 한 개국 약사는 “약사 1인이 운영하는 대부분의 약국은 유통 단가가 달라 창고형 약국처럼 가격을 낮출 수 없다”고 했다.
검단 주민들은 창고형 약국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아라역 근처에서 만난 주민 김성훈(35)씨는 “작년까지 있던 홍보 현수막이 사라져 창고형 약국이 오픈을 포기한 줄 알았다”며 “집 근처에 상비약을 싸게 파는 대형 약국이 생기면 주민들에겐 오히려 이득 아니냐”고 했다. 주민 하모(40대)씨도 “타 지역 창고형 약국에 가보니 일반 동네 약국처럼 약사가 상주하며 복약지도를 했다”며 “박리다매로 팔겠다는 것인데 개점을 왜 문제 삼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약사법에 따르면 약사 1명당 1개의 약국만 개설할 수 있으며, 법인 형태의 약국 개설은 허용되지 않는다. 즉 창고형 약국도 약사 1명이 보건소에 약국 개설을 신청하고 개인사업자 등록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현행법으로는 규제할 방안이 없다.
국회에서는 일정 규모 이상의 약국에 대해 지방자치단체가 영업시간 및 휴업일을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약사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지만, 소비자의 접근을 제한하는 과잉 규제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어 입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윤종배 인천시약사회 회장은 “의약품은 공산품이 아니다. 전문가를 통해 필요한 사람에게 적정한 양으로 전달돼야 한다”며 “창고형 약국은 장바구니를 들고 약을 고르는 ‘쇼핑’ 개념으로 운영해 의약품 오·남용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검단에 생기는 창고형 약국 측과 협의하고 있지만 입장 차이가 커 양쪽이 만족할 수 있는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조경욱 기자 imjay@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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