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청 사업장 교섭요구 사실공고 ‘단 6곳’ 불과

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시행 이후 원청이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하면서 원·하청 교섭 절차가 개시됐다. 다만 교섭요구 사실조차 공고하지 않은 원청이 대다수인 데다 하청 노조 또는 원청 사용자의 교섭단위 분리 신청에 따른 노동위원회 판단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 등을 감안하면 실제 교섭 테이블에 마주 앉을 때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하청노동자 8만여명 교섭 요구
11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개정 노조법 시행으로 원청 사업장(기관) 221곳을 대상으로 하청 노조·지부·지회 407곳에서 총 8만1천600명이 교섭을 요구했다. 이는 전날 오후 8시 기준 지방노동관서를 통해 집계된 것으로, 노동계가 파악한 현황과는 차이가 있다.
원청에 교섭을 요구한 하청 노조·지부·지회 407곳 중 357곳(87.7%)이 민주노총 소속이다. 원청 218곳을 대상으로 조합원 6만7천200명이 요구했다. 산별로 보면 금속노조는 현대자동차·현대모비스·현대글로비스·HD현대중공업·한화오션·한국지엠 등 16곳을 상대로 36개 하청노조 9천700명이, 건설산업연맹은 현대건설·현대엔지니어링 등 90곳을 대상으로 1만7천명이 교섭을 요구했다. 공공운수노조는 콜센터 노동자와 대학 청소노동자 등, 민주일반연맹은 지방자치단체 생활폐기물 민간위탁 사업장 등이 교섭요구를 했다. 서비스연맹의 경우 법원 판결을 받은 CJ대한통운 택배노동자와 백화점·면세점 입점업체 노동자들이 중심이 됐다. 한국노총은 포스코·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서울교통공사·한국철도공사·인천국제공항공사 등 원청 9곳을 상대로 42개 하청노조 조합원 9천200명이 교섭을 요구했다.
교섭을 요구받은 원청사업장 가운데 전날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한 곳은 한화오션·포스코·쿠팡CLS·부산교통공사·화성시 5곳(2.3%)에 불과했다. 대방건설이 이날 건설현장에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하면서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한 원청은 6곳(2.7%)이 됐다.
한화오션 웰리브지회 빼고 공고
현대중공업 조합원 소속 업체명 요구
교섭요구 사실 공고 자체가 사용자성을 인정했다는 의미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노동부 관계자는 "(개정 노조법에 따르면) 모든 근로조건에 대해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하는 게 아니라 실질적·구체적 지배·결정을 하는 범위 안에서 사용자성을 인정한다는 의미"라며 "범위에 대한 부분은 원청 사용자와 하청 노조가 생각이 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원청 사용자가 공고한 내용을 두고도 노사 간 이견에 따른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 한화오션은 조선소 하청노동자가 속한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와 한화오션 내 급식·수송 등을 담당하는 사외하청 노동자들로 구성된 금속노조 웰리브지회가 모두 교섭을 요구했는데, 원청이 낸 공고문에는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만 명시돼 있다. 이에 금속노조는 "원청 사용자성 인정 판결을 받은 사업장만 용인하겠다는 태도로 원청의 명백한 하청 사업장 갈라치기"라고 비판했다.
HD현대그룹 조선소 계열사의 경우 하청 노조에 보완을 요구했다. HD현대중공업은 "공문에 명시된 정보만으로는 당사가 노조법상 '계약외 사용자'로서 교섭당사자 지위에 있는지 판단할 수 없다"며 조합원이 소속된 업체 사명에 대한 정보를 요청했다. HD현대삼호도 △교섭요구 의제 △교섭대상 조합원 소속 협력사 현황 △교섭 대상 조합원 현황 등을 요구했다.
금속노조 전남조선하청지회 관계자는 "시간 끌기가 아닌지 의심된다"며 "업체명 공개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우려된다"고 밝혔다. 실제로 해당 지회장과 부지회장은 2024년 6월 협력업체가 교체되는 과정에서 고용승계가 되지 않아 해고됐고, 중앙노동위원회에서는 이들에 대해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했다.
인천공항공사 원청이 교섭단위 분리 신청
교섭 요구 더 늘어날 전망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해도 교섭단위 분리 신청이 접수되면 실제 교섭까지 절차는 지연될 수 있다. 포스코, 쿠팡CLS의 경우 각각 금속노조 포스코하청지회와 민주노총 택배노조가 교섭단위 분리신청을 한 상황이다. 노조법 시행령에 따르면 노동위는 접수한 날로부터 30일 이내 분리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노동부가 전날 집계한 바에 따르면 노동위에 31건의 교섭단위 분리신청이 접수됐다. 공공운수노조는 인천국제공항공사의 경우 원청 사용자가, 국민은행·국민카드·하나은행 등은 노조가 접수했다고 밝혔고, 건설노조는 GS건설·삼성물산·SK에코플랜트·한화 등을 상대로 신청했다고 밝혔다.
원청에 교섭을 요구하는 하청노동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노동부 관계자는 "한국노총은 본격적으로 교섭요구를 하지 않고 있고, 민주노총에서도 교섭요구가 더 들어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금속노조는 이날 중앙집행위원회를 통해 추가 원청교섭 요구 단위를 확정한다고 밝혔다.
Copyright © Copyright © 2026 매일노동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