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이세돌 78수’ 대 ‘알파고 37수’
이세돌 9단이 2016년 3월13일 인공지능(AI) 알파고와 벌인 제4국은 인간이 AI에 거둔 마지막 승리다. 승리의 착점이 된 78번째 수는 ‘신의 한 수’로 불린다. 한편 ‘알파고의 아버지’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는 제2국에서 알파고의 37번째 착점을 “전설이 된 단 하나의 수”로 칭한다. 허사비스는 11일 구글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인간 전문가의 방식을 모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완전히 새로운 전략을 발굴하는 AI 시스템의 놀라운 통찰력과 역량을 보여준 사례”라고 했다.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이 벌인 세기의 대결로 ‘AI가 인류를 넘어섰다’는 충격이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인류의 영역은 존재한다’는 낙관론을 압도하기 시작했다. AI 기술은 점점 우리 삶 곳곳을 변화시키고 있다. AI와의 단순 소통을 넘어 정서적으로 교감하는 ‘영화 속 미래’가 현실이 되고 있다. 산업과 돈의 흐름에 민감한 주식시장에서 AI 관련주는 가장 강력한 테마주다. 엔비디아가 전 세계 시총 1위 기업이 된 것도, 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메모리(HBM)로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을 추월한 것도 AI 산업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열어젖힌 ‘전쟁의 시대’도 AI를 기반으로 한다.
AI가 가져올 디스토피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10년 전 ‘세기의 대결’ 주인공들은 협업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 9일 10년 전 대국 장소였던 서울 시내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 9단은 “10년 전 우리는 AI와 대결을 했지만, 이제는 AI와 협업하면 인간이 풀지 못한 난제도 쉽게 풀 수 있다”고 말했다. 허사비스 역시 “과학적 발견과 진보의 새로운 황금기를 열고 있다”고 강조했다. 딥마인드의 AI 모델 ‘알파폴드 2’가 천년의 과제라던 단백질의 입체구조를 정확히 예측해 허사비스와 딥마인드 팀이 2024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게 대표적 사례이다.
구글 제미나이에 기계와 인간의 ‘신의 한 수’에 대해 물어보니 “AI는 정답을 제시하지만 그 이유를 설명하지 못하고, 인간은 그 정답을 보고 비로소 새로운 전략을 배운다”고 요약했다. 인간과 AI의 협력을 강조하는 답변이지만, 이 역시 인간을 안심시키려는 ‘교활한 정답’은 아닐까. 생각해보니 섬뜩한 답변이다.

박재현 논설위원 parkj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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