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기획]‘코리안 드림’의 그림자…단속만으론 못 줄인다

임지섭 기자 2026. 3. 11.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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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노동자 리포트 ② 불법체류자
전국 35만명…정확한 집계 안돼
고용허가제 등 합법 채널 마련 불구
코리안 드림 실현코자 제도 벗어나
3D 업종, 인력난 해소 위해 몰래 고용
신분 탓 브로커에 부당 대우 받기도
"노동 수요 고려한 단속 정책 필요"
국내 외국인 불법체류자가 양산되는 배경에는 구조적 문제가 자리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불법체류는 분명 해결해야 할 문제지만, 현장의 노동 수요와 제도 사이의 간극이 이를 반복적으로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ChatGPT 생성

외국인 불법체류가 지속되면서 인권 침해와 브로커 개입 등 사회적 부작용이 이어지고 있지만, 단속 중심의 기존 정책만으로는 해결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직된 외국인 고용 제도와 산업현장의 만성적 인력 부족이 엇박자를 내며 불법체류를 구조적으로 낳고 있어, 현장의 노동 수요를 반영한 종합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11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 통계월보(2026년 1월)'에 따르면 출입국 기록을 기준으로 계산한 국내 불법체류 외국인은 35만4천576명이다. 총 체류 외국인 수 270만430명의 약 13%에 해당한다.

불법체류자(이하 불체자)는 국내 외국인 중 체류기간을 넘긴 사람을 말한다. 관광비자나 취업비자로 입국한 뒤 귀국하지 않고 국내에 남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유학생이나 단기 체류 비자로 입국했다가 취업하면서 기간을 넘기는 사례도 적잖다.

현행법상 불체자 단속에 적발되면 즉시 외국인보호소에 구금된다. 이후 사범심사를 거쳐 강제 추방된다. 이들을 고용한 사업주도 최대 3천만원의 범칙금이나 외국인 고용 제한 등이 걸린다.

문제는 제도와 현장 간의 인식 차이다. 현 고용 제도로는 불체자를 양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고용허가제(E-9)로 입국한 외국인 노동자는 근무 사업장과 직종, 근무지역이 제한되고 체류기간도 최대 4년 10개월로 정해져 있다. 재입국을 위해서는 6개월간 본국에 머물러야 하는 절차도 있다. 사업장을 옮기려면 기존 사업주의 동의가 필요하고 일정 기간 안에 새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면 체류 자격을 유지하기 어렵다.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제약이 많다는 얘기다.

현장에서는 이런 제한 탓에 불체자가 양산되고 있다고 본다. 결국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한국을 찾은 만큼, 비자가 만료되더라도 조금이라도 더 돈을 벌기 위해 불체자로 남는 것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광산구 하남산단 한 제조업체 관계자 A씨는 "법무부 등에 잡히기 전까지만 돈을 벌겠다는 생각을 하는 경우도 상당수"라며 "특히 삼성가전 부진이나 위니아 부도 등으로 '일감'이 없는 광주·전남 외국인들은 정해진 사업장을 벗어나 타지역으로 이동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사업주 입장에서도 상황은 녹록지 않다.

합법 외국인 인력만으로는 현장의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제조업, 조선업 등 이른바 '3D 업종'에선 내국인 인력을 찾기 어려워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불체자를 고용하고 있다. 광산구 진곡산단 내 업체 관계자 B씨는 "당장 매일 공장을 돌려야 하는데 일할 사람을 찾기 힘들다. 정규직을 뽑기에는 부담이 크고, 합법적 외국인 노동자를 구하자니 수개월간 본국에 돌아가야 하는 절차가 있어 업무 공백이 생긴다"고 토로했다.

더 큰 문제는 '브로커'다. 불체자가 된 외국인들은 각종 브로커의 표적이 되기 쉽다. 신분상 약점 때문에 임금 체불이나 부당한 처우를 겪더라도, 신고할 경우 강제 출국 조치를 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브로커들은 취업 알선 명목으로 불체자들에게 월급의 일정 비율을 요구하거나, 원하는 사업장으로 옮겨주겠다며 수백만 원을 요구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광주외국인복지센터 관계자는 "최근에도 용역 업체에서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아 상담을 요청한 노동자가 있었다"며 "불체자들은 신분 문제 때문에 부당한 일을 겪어도 쉽게 문제를 제기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단속만으로는 불법체류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외국인 노동 수요가 여전히 큰 상황에서 단속만 강화할 경우 오히려 불법 고용과 브로커 시장만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 차원의 불체자 대응 정책은 뚜렷한 방향을 제시하지 못한 채 사실상 논의에서 제외돼 있는 실정이다.

고기복 모두를위한이주인권문화센터 대표는 "이민 국가 실현을 위해 불체자는 꼭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며 "스페인처럼 일정 기준을 충족한 미등록 체류자를 단계적으로 합법화하거나, 체류 자격과 관계없이 납세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등을 통해 불체자를 '통제 가능한 범위' 안으로 끌어들이는 정책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임지섭 기자 ljs@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