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철의 뉴스 솎아내기] 미중일 희토류 전쟁과 韓의 전략

희토류는 단순한 광물자원을 넘어 국가 간 분쟁의 ‘비대칭 전력’(Asymmetric Capability)으로 진화하고 있다. 세계 최대 생산국인 중국이 희토류를 국익을 극대화할 자원무기화하면서 ‘희토류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17가지의 희귀한 금속 원소를 통칭하는 희토류는 스마트폰, 전기차 모터, 반도체, 미사일 유도 장치, 전투기 등에 필수적이다.
중국은 1992년 덩샤오핑(鄧小平)의 “중동에는 석유가 있고, 중국에는 희토류가 있다”는 발언 전후로 희토류를 국가의 전략적 레버리지로 삼아 집요하게 육성해왔다. 현재 내몽골 지역의 경(輕)희토류를 전담하는 ‘북방희토류그룹’과, 남부 지역의 전략적 중(重)희토류를 전담하는 ‘중국희토류그룹’ 등 거대 ‘빅2’ 국영기업 체제를 완성한 상태다.
이런 양대 국영기업 체제는 글로벌 가격 협상력을 극대화하고, 서방의 무역 제재나 견제에 대해 희토류를 상대국의 숨통을 죌 수 있는 초크 포인트(Choke point·조임목)로 적극 활용하는 기반이 되고 있다. 중국의 희토류 파워는 단순한 과점 수준을 넘어 ‘생태계 장악’ 수준에 근접해 있다. 채굴 단계에서는 약 60%, 분리·정제 단계에선 80%, 최종 제품인 영구자석 제조 단계에선 90% 이상을 점유하면서 희토류 전체 밸류체인을 장악한 상태다.

세계 각국은 이런 중국의 전략에 맞서 희토류 공급망 확충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의 희토류 보복을 무릅쓰고서라도 중장기적으로 위험 소지를 제거(De-risking)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 이미 트럼프는 1차 집권기인 2017년 12월 핵심광물(Critical Minerals)의 해외 의존을 낮추고 미국 내 탐사, 채굴, 가공을 확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어 2025년 재집권 이후 ‘미국 광물 생산 증대를 위한 긴급조치’ 행정명령을 통해 민간기업에 약 14억달러 이상의 보조금을 집중 투입하고, ‘MP 머티리얼즈’와 ‘USA 희토류’ 등을 통해 채굴-제련-자석 제조로 이어지는 수직 계열화를 꾀하고 있다.
이와 함께 한국, 일본, 호주, 유럽연합(EU) 등 우방국과 함께 ‘핵심광물 안보 파트너십’(Minerals Security Partnership, MSP)을 맺어 공동 구매 및 비축 시스템도 구축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이 장악한 전통적 생산 기술이 아닌, 첨단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게임 체인저’ 기술 우위 전략을 통해 ‘중국없는 공급망’ 구축 전략을 전개 중이다. 미(未)이용 자원 및 폐기물 추출 기술, 차세대 자석 및 희토류 저감 기술, 인공지능(AI) 및 로봇 기반의 ‘어번 마이닝’(Urban Mining·도시광산) 등이 그것이다.
일본은 지난 2010년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 분쟁으로 중국의 희토류 보복을 겪은 이후, 희토류 트라우마 극복을 위해 집요한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 희토류 자립을 국가의 생존 전략으로 상정하고, 정부와 민간이 합심해 희토류 의존도를 최대한 낮추는 저감·대체·재활용 등 3대 기술전략을 추진 중이다.
일본의 희토류 독립 노력은 ▲희토류 저감 및 대체 기술 개발 ▲희토류 재활용 기술 (Recycle) ▲호주 , 베트남 등지로의 공급선 다변화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 결과 2010년 당시 90%에 육박하던 대중국 희토류 의존도를 2026년 현재 60% 이하로 낮추는데 성공했다.
포스코경영연구원은 게임이론을 통해 희토류 패권 경쟁의 전망을 ▲중국은 희토류 수출 규제 강도를 계속 높이고, 미국·동맹국 측의 대응은 더디게 전개될 경우 나타날 수 있는 최악의 공급 충격 ▲미국·EU·일본 등이 공급망 다변화·내재화에 성공하지만, 중국과의 관계를 완전히 단절하지 않고 협력과 경쟁을 병행하는 구조 ▲미·중 경쟁이 극심해지면서 글로벌 공급망이 분절되고, 각 진영이 독립적 희토류 밸류체인을 형성하게 되는 궁극의 결별 등 3가지 시나리오로 요약했다. 이 가운데 현실적으로 중국과 서방 모두 자멸적 피해를 입는 시나리오(리스크 폭발) 보다 경쟁-협력병행(공존) 혹은 각자도생(분절) 시나리오의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한국의 해외 희토류 의존도는 2010년 센카쿠 분쟁에 따른 중국의 자원 무기화 사태 이후에도 국내 정책의 연속성 결여 등으로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희토류 수입 의존도는 여전히 80%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특히 전기차 모터의 핵심인 네오디뮴 영구자석은 중국산 비중이 절대적 (94.7%)이다.
희토류 독립을 위해선 공급망 다변화 및 자산화, 분리·정제 기술 내재화, 기술적 대체 및 순환 경제 구축 등이 필요하다. 포스코경영연구원 박용삼 연구위원은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국임과 동시에 자원 빈곤국인 한국 입장에서는 당분간 중국 공급망의 안정성을 최대한 유지하되, 점진적으로 서방 주도의 독자 공급망 안으로 들어가는 줄타기 전략이 가장 현실적인 해법”이라고 전했다.
강현철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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