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보다 야구 우승이 쉽겠는데···‘축구 명가’ 이탈리아, WBC서 미국 제압 ‘느슨한 국적 규정’ 효과

양승남 기자 2026. 3. 11.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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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야구 대표팀 선수들이 11일 WBC 미국전에서 승리한 뒤 하이파이브를 나누며 기뻐하고 있다. Imagn Images연합뉴스

이젠 월드컵보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우승이 더 쉽겠다.

이탈리아 야구대표팀이 세계 최강을 자부하는 ‘종주국’ 미국을 꺾자 야구팬들은 “축구 월드컵 우승보다 WBC 우승을 먼저 할 것 같다”는 우스갯소리를 한다. 국적 규정이 관대한 WBC 대회 룰과 시민권을 폭넓게 인정하는 이탈리아의 상황이 맞물리면서 이탈리아가 WBC 강국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탈리아는 11일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다이킨 파크에서 열린 2026 WBC B조 조별리그 3차전에서 미국을 8-6으로 물리쳤다. 이로써 B조는 이탈리아가 3전 전승으로 1위가 된 가운데 미국(3승 1패)과 멕시코(2승 1패)가 그 뒤를 이었다.

미국은 조별리그 일정을 마친 가운데 B조에서는 3팀이 3승 1패로 물고 물릴 가능성이 생겼다.

이탈리아 단테 노리가 11일 WBC 미국전에서 희생플라이를 날리고 있다. AFP연합뉴스

12일 열리는 이탈리아와 멕시코와의 경기에서 이탈리아가 승리하면 4연승으로 조 1위로 8강에 오른다. 미국은 2위로 토너먼트에 진출하게 된다.

반면 멕시코가 승리할 경우, 멕시코·미국·이탈리아 등 세 팀이 3승 1패로 동률이 된다. 이 경우 한국이 호주와 대만을 제치고 C조 2위를 차지했던 순위 결정 방식인 최소실점률로 순위를 따져야 한다. 멕시코가 4점 이하로 득점하고 이탈리아를 제압할 경우 미국은 탈락한다.

미국을 벼랑 끝으로 내몬 이탈리아는 사실 ‘준 미국대표팀’으로 불러도 무방하다. 실제 국적이 미국인 선수가 엔트리 30명 가운데 24명에 달한다. 여기에 전현직 메이저리거가 무려 21명이나 된다. 유럽 국가지만 미국을 누구보다 잘 알고 ‘미국화’ 돼 있는 팀이다.

WBC 대회의 ‘느슨한’ 국적 규정 때문이다. WBC는 다른 국제 대회와 달리 자신의 국적뿐만 아니라 부모나 조부모의 출신, 거주지 등 ‘혈통’만으로도 대표팀 출전 자격을 얻을 수 있다. MLB의 ‘야구 세계화 전략’에 국가별 전력 균형을 고려한 특별룰이다. 여기에 해당 국가의 법에 따라 시민권 취득 자격이 있는 경우에도 국가대표로 선발될 수 있다. 속인주의 시민권 제도를 둔 이탈리아는 몇 대가 지나더라도 이탈리아 시민권을 획득할 수 있다. 이에 많은 이탈리아계 미국 야구 선수들이 서류상 이탈리아 국적 취득이 가능하다.

이탈리아 론 마리나시오가 11일 WBC 미국전에서 8회말 역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결국 WBC만의 독특한 국적 룰과 이탈리아의 관대한 시민권 규정이 합쳐져 ‘준 미국 야구대표팀’과 같은 이탈리아 국가대표가 탄생했다.

이탈리아는 오랜 기간 세계적인 축구 강국으로 꼽혔으나 최근 국제대회 성적이 신통치 않다. 2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나가지 못했고 이번 2026 북중미월드컵도 플레이오프로 내몰렸다.

반면 야구대표팀은 WBC에서 예상 외로 선전하며 순항하고 있다. 2013년 7위가 최고 성적인 이탈리아가 예선 최종전에서 멕시코만 넘는다면 역대 최고 성적도 노려볼 만하다.

양승남 기자 ysn9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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