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전 발레리노 꿈꿨던 소년, '어른 빌리'로 돌아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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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2010년 10월 30일,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막이 내린 직후.
발레리노를 꿈꾸는 소년 '빌리' 역의 열한살 임선우 군이 울상을 짓자 담당 물리치료사가 건넨 격려의 말이다.
용감했던 그 소년, 임선우(27)가 16년 만에 성인 빌리 역으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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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중 사고에도 무대끝낸 소년
유니버설발레단 무용수로 성장
어린 빌리들과 '드림 발레' 호흡

“선우야, 오늘 공연 정말 최고였어. 쓰러진 자리에서 바로 일어난 널 보고 관객들은 ‘빌리’가 얼마나 춤을 사랑하는지, 그 열정에 더 크게 감동했을걸!”
1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2010년 10월 30일,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막이 내린 직후. 발레리노를 꿈꾸는 소년 ‘빌리’ 역의 열한살 임선우 군이 울상을 짓자 담당 물리치료사가 건넨 격려의 말이다.
이날은 임선우에게 평생의 트라우마로 남을 뻔한 하루였다. 공연 도중 백덤블링을 시도하다가 머리가 바닥으로 그대로 곤두박질친 것. 객석의 숨이 멎은 찰나, 소년은 거짓말처럼 다시 일어나 무대를 끝마쳤다. 빌리의 꿈처럼 ‘발레리노가 되고 말겠다’는 자신과의 오랜 약속도 지켰다. 2018년 유니버설발레단에 입단한 그는 올해 수석무용수로 승급했다.
용감했던 그 소년, 임선우(27)가 16년 만에 성인 빌리 역으로 돌아온다. 극 중 빌리가 간절히 바라던 발레리노의 모습으로 현실 세계에 걸어 나온 것이다.
◇“16년 전으로 추억여행”
10일 경기 고양아람누리 공연장에서 만난 임선우는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공연을 떠올리며 부푼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16년 전, 저 자신에게 편지를 쓴 적 있어요. 그때 빌리에게 ‘나도 너처럼 춤을 사랑하는 만큼 꼭 발레리노가 되겠다’고 적었어요. 그 약속을 이뤄 정말 행복해요. 아역 빌리들과 함께 연습하는 매 순간 너무 즐겁고, 마치 추억여행을 하는 기분이에요.”
‘빌리 엘리어트’는 1980년대 영국 탄광촌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발레 소년 빌리의 성장기를 담은 작품이다. 아카데미상 후보에 오른 스티븐 돌드리 감독의 동명 영화(2000년)가 원작. 뮤지컬로 한국 관객을 처음 만난 건 2010년 임선우가 ‘1대 빌리’였을 때다.
임선우는 ‘빌리 엘리어트’에 대해 “제가 출연해서가 아니라 연출과 주제 면에서도 정말 감명 깊은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빌리 친구 ‘마이클’이 빌리한테 립스틱을 발라주며 조언해주는 장면이 있어요. ‘너 하고 싶은 대로 해, 있는 그대로의 너를 표현하라’고요. 관객에게도 용기를 주는 메시지가 참 좋은 것 같아요. 이 시대 최고의 뮤지컬이라는 칭호가 붙을 만해요.”
◇어린이와 어른 빌리 ‘2인무’ 백미
임선우가 무대에 등장하는 건 2막 초반부,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가 흐르는 ‘드림 발레’ 장면이다. 5분 남짓의 짧은 무대지만 어린 빌리가 발레리노가 된 미래를 꿈꾸며 성인 빌리와 파드되(2인무)를 추는 백미로 꼽힌다. 두 명의 빌리는 한 손으로 의자를 회전시키는 동시에 다른 손끝으로 우아하게 허공을 수놓으며 환상의 호흡을 보여준다.
이어 성인 발리가 아역 빌리를 힘껏 끌어안아 하늘 높이 비상시키는 장면에서 임선우는 “발레리나를 들어 올릴 때와는 또 다른 결로 몸을 써야 해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어린 빌리한테 용기를 불어넣어 준다는 느낌으로 눈을 맞추고 웃어주려고 해요. 그런데 춤을 추다 보면 옛날 생각도 나고, 아이들도 친동생처럼 사랑스럽고 대견해서 저절로 미소가 지어져요.”
임선우와 호흡을 맞추는 이번 시즌 빌리는 김승주(13)·박지후(12)· 김우진(11)·조윤우(10) 네 명이다. 이들 아역 배우는 2024년 9월부터 시작된 치열한 오디션과 주 6일간의 강도 높은 ‘빌리 스쿨’을 거쳐 최종 발탁됐다.
빌리가 되려면 만 8~12세, 키 150cm 이하, 변성기가 오지 않은 목소리 등 까다로운 조건을 맞춰야 한다. 임선우는 빌리 스쿨에서의 시간이 큰 자산이 됐다고 돌이켰다. “발레뿐 아니라 탭, 힙합, 아크로바틱 등을 배운 게 큰 도움이 됐어요. 발레단에선 클레식 발레뿐 아니라 모던 발레도 해서 몸을 부드럽게 쓸 줄 알아야 하거든요. 빌리한테 고마워요.”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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