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공기업의 미래

공기업은 늘 논쟁의 대상이 된다. 한국 사회에서 공기업은 익숙한 이름이지만, 정작 그 내부가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해서는 막연한 이미지가 앞서는 경우가 많다. 안정적이다, 복지가 좋다, 철밥통이다, 비효율적이다 같은 상반된 평가가 공존하지만, 실제로 공기업이 어떤 구조 속에서 운영되고 어떤 책임을 떠안는지는 생각보다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공기업의 미래’는 이런 간극을 메우려는 책이다. 공기업을 단순한 취업처가 아니라 하나의 제도이자 조직으로 이해하게 만든다.
책이 유용한 이유는 공기업을 추상적으로 설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공공기관과 공기업의 차이, 정부 조직과 민간기업 사이에 놓인 공기업의 위치, 공공성과 수익성 사이의 긴장 같은 기본 개념부터 차근차근 짚는다. 전기·수도·철도처럼 국민 생활과 직결된 서비스가 왜 시장 논리만으로 운영될 수 없는지, 또 공기업이 왜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일정한 역할을 맡아야 하는지 설명하는 대목은 공기업의 존재 이유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민간기업처럼 자유롭게 사업을 확장할 수 없는 법적 제약, 가격을 시장 논리만으로 결정할 수 없는 구조 역시 공기업의 특징으로 제시된다.
취업준비생에게는 특히 현실적인 안내서가 된다. 국가직무능력표준(NCS)과 블라인드 채용이 왜 공기업 채용의 핵심 축이 됐는지, 공기업이 말하는 ‘직무 중심 채용’이 실제로 무엇을 뜻하는지 비교적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하지만 이 책의 강점은 입사 전 정보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데 있다. 채용 이후의 배치, 교육, 평가, 승진, 퇴직까지 이어지는 직원의 라이프 사이클을 함께 보여주기 때문에, 공기업이 어떤 방식으로 사람을 뽑고 키우고 운영하는지 전체 흐름을 이해할 수 있다. 특히 신입 직원이 조직에 적응하기 위해 멘토링이나 온보딩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과정, 직무 배치에 따른 고민 같은 현실적인 이야기들도 담겨 있다.
책에서 또 흥미로운 부분은 공기업 특유의 업무 현실을 드러내는 대목들이다. 경영평가를 앞두고 기관들이 핵심 성과를 ‘BP(Best Practice)’로 정리해 평가위원의 관심을 끌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 수백 장에 이르는 보고서를 작성하는 실무자들의 고충, 감사와 국정감사에 대비해 방대한 자료를 정리하는 풍경 등이 비교적 생생하게 그려진다. 언론과 시민단체, 국회, 감사원까지 여러 감시 체계 속에서 공기업이 어떤 긴장 속에서 운영되는지도 설명한다. 공기업이 단순히 안정적인 직장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공공성과 책임이라는 무거운 기준 아래 놓여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과정에서 공기업 특유의 딜레마도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공기업은 혁신을 요구받지만 동시에 실수를 허용받기 어려운 조직이다. 새로운 시도를 했다가 문제가 생기면 곧바로 감사나 책임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장에서는 ‘그냥 하던 대로 하자’는 문화가 생기기도 한다는 설명이 나온다. 이러한 구조는 공기업이 변화에 신중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보여준다.
다만 책이 공기업을 보수적 조직으로만 묘사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조폐공사가 전통적인 화폐·보안 인쇄 업무를 넘어 모바일 신분증, 지역화폐 플랫폼, 위변조 방지 기술 같은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사례는 공기업도 변화의 압력을 정면으로 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중소기업 지원, 지역사회 협력 같은 주제들도 함께 다뤄 공기업이 단순한 공공 서비스 제공 기관을 넘어 다양한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조직문화 변화에 대한 고민도 눈에 띈다. 연공서열 중심 문화, 수직적 의사결정 구조 같은 전통적인 특징을 넘어 최근에는 MZ(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세대 직원의 유입과 함께 소통 방식과 평가 제도를 바꾸려는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소개한다. 타운홀 미팅이나 전사 토론회, 조직문화 혁신 프로그램 같은 사례는 공기업도 변화의 흐름 속에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공기업의 미래’는 공기업을 이상적인 조직으로 묘사하지도, 비판의 대상으로만 바라보지도 않는다. 대신 공기업이 처한 구조와 역할을 있는 그대로 설명하려 한다. 공기업이라는 조직이 어떤 책임과 균형 속에서 운영되는지를 차분히 보여준다. 공기업을 준비하는 청년에게는 막연한 환상을 걷어내는 참고서가 되고, 일반 독자에게는 공기업이라는 조직을 입체적으로 이해하는 입문서가 될 것이다.
성창훈, 우진구, 고은영 지음|매일경제신문사|356쪽|2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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