無빈소·無염습·無형식 … 조용히 퍼지는 '조용한 추모'

최재원 기자(himiso4@mk.co.kr) 2026. 3. 11.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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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용 부담·친족관계 약화에 … 늘어나는 3無 장례 문화
작년 치른 장례 20% 無빈소
비용 200만~300만원대 수준
3일장→이틀로 단축하기도
"공동체 문화 변화의 산물"
'생전 장례식' 진행한 배우 신애라 父女 지난해 10월 경기도 양평에서 열린 배우 신애라 씨의 아버지인 신영교 씨 생전 장례식에서 두 사람이 포옹하고 있다. 하이패밀리

장례 문화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 빈소를 차리지 않는 '무빈소', 전통 염습을 생략하는 '무염습', 정해진 틀을 따르지 않는 '무형식' 등 이른바 '3무(無) 장례'가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 과거처럼 조문객을 대규모로 맞이하는 3일장이 당연시되던 분위기에서 벗어나 간소하고 실질적인 방식으로 고인을 기리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흐름은 사회 구조 변화와 맞물려 있다. 1인 가구 증가, 가족·친지 관계망 축소, 경제적 양극화로 인한 비용 부담, 허례허식보다 효율성을 중시하는 인식 확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11일 상조업계에 따르면 손님맞이용 빈소를 따로 차리지 않는 무빈소 장례식은 2025년 기준 전체 장례의 15~20% 수준까지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2020년 이전만 해도 1% 안팎에 불과했던 점을 감안하면 가파른 증가세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학병원 장례식장은 여전히 대부분 빈소가 있지만, 지방의 일반 장례식장은 무빈소 장례 비중이 40~50%에 이를 정도로 많다"고 전했다.

무빈소 장례가 늘어난 가장 큰 이유로는 장례비용 증가가 꼽힌다. 최근 평균 장례비용은 1500만원 수준으로 10년 사이 50%가량 늘어났다. 장례비용은 장례식장 임대료 200만~500만원, 식사비 300만~1000만원, 수의·관·염습·꽃 장식과 같은 장례용품 300만~500만원 등이다. 전체적으로 적게는 800만원에서 많게는 2000만원 이상 소요된다.

반면 무빈소 장례는 음식 접객과 장례식장 사용 기간이 대폭 줄면서 비용을 200만~300만원대까지 낮출 수 있다. 화장이나 납골당 안치 비용은 별도다. 실제로 최근 혼자 사시던 아버지 장례를 치른 A씨는 "조문객을 받을 상황도 아니었고, 형제들끼리 상의해 하루 장례로 진행했다"며 "비용 부담이 절반 이하로 줄었다"고 전했다.

1인 가구가 증가하고 가족이나 친척 간 유대 관계가 갈수록 느슨해지는 것도 무빈소 장례가 늘어나는 원인으로 꼽힌다. 고독사 증가로 인해 서울의 경우 2018년 300명대였던 무연고 사망자 수가 2024년엔 1300명을 넘었다.

고인을 보내는 유가족들의 의식 변화도 영향을 미쳤다. 한 장례지도사는 "일반 장례식에선 북적이는 조문객을 응대하느라 정작 유족이 고인과 제대로 작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무빈소 가족장으로 진행하면 오히려 고인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시간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례에서 내용적인 변화도 눈에 띈다. 대표적인 것이 무염습이다. 과거에는 시신을 정갈히 정돈하고 수의를 입혀 묶는 염습 절차가 필수처럼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위생 처리를 최소화한 뒤 바로 입관하는 사례가 증가했다.

장례 기간 등 형식도 점차 자유로워지고 있다. 전통적인 3일장에서 벗어나 이틀로 단축하거나 오히려 일주일 이상 길게 진행하는 사례도 있다. 종교 의례 역시 필수가 아니다. 고인이 평소 좋아하던 음악을 틀어 기리거나 영상 메시지를 상영하는 등 다양한 추모 방식이 확산하고 있다. 더 나아가 본인 의지로 생전에 지인들을 초청해 감사 인사를 전하는 '생전 장례식'도 점차 늘고 있다. 배우 신애라 씨의 부친인 신영교 씨(90)는 작년 10월 경기도 양평에서 가족들과 함께 자신의 생애를 마무리하는 '엔딩 파티'를 열었다.

전문가들은 3무 장례의 확산이 단순한 비용 절감 차원을 넘어 죽음을 각자 삶의 방식에 맞춰 재해석하려는 흐름이라고 분석한다. 장례가 더 이상 '보여주기식 의례'가 아니라 고인과 유족의 선택에 따라 구성되는 맞춤형 의식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것이다. 윤정구 이화여대 경영학과 명예교수는 "3무 장례는 한국 사회의 가족 구조와 공동체 문화 변화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라면서 "MZ세대가 본격적으로 상주가 되는 2030년에는 장례 문화 변화 속도가 보다 빨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최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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