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내홍 끝에… 李대통령 사건 ‘공소취소 거래설’ 정국 강타
당사자 지목된 정성호 법무장관 "사실 무근" 부인
국민의힘과 개혁신당 등 "특검 도입 강력히 요구"
중수청 보완수사권 둘러싼 민주 강-온파 대립 산물
실제 공소취소 시, 이 대통령에 ‘영구 면죄부’ 논란

대한민국 정치가 이재명 대통령의 '사법리스크'에 빨려 들어가고 있다. 재판이 중지된 여러 사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이 '공소 취소'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여권의 빅스피커 김어준씨 방송에서 '공소취소와 보완수사권 거래설'이 터져나오면서 정국의 전면에 등장했다.
검찰개혁의 '속도'와 '방향'을 두고 민주당 내 '뉴이재명'과 '올드 이재명' 세력이 정면충돌하는 가운데, 외부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온 '공소취소-중수청법 거래설'은 단순한 계파 갈등을 넘어 헌법상 법치주의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던지고 있어 논란은 더욱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발단은 지난 10일 장인수 기자가 김어준씨 방송에 출연해 거래설을 제기하면서다. 장 기자에 따르면 정부 고위 관계자가 검찰에 공소취소를 요구하는 대가로, 검찰의 명맥을 잇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전후로 총 5개의 형사재판을 받아왔다. 주요 공소사실은 △고(故)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처장을 모른다고 한 공직선거법 위반 △검사 사칭 관련 위증교사 △대장동·백현동·위례 개발 특혜 의혹 및 성남FC 후원금 사건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등이다.
현재 모든 재판은 지난해 7월을 기점으로 '기일 추정(잠정 중단)' 상태에 머물러 있다. 재판부들이 헌법 제84조의 대통령 불소추 특권을 근거로 임기 중 재판 중단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임기 중 재판은 피했지만 퇴임 후 다시 피고인석에 서야 하는 '시한부 리스크'를 안고 있다. 강성 지지층이 주장하는 '공소취소'는 바로 이 미래의 사법적 단죄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의도에서 출발한다.
민주당은 "윤석열 검찰의 기소 자체가 사법 쿠데타였으니 결자해지 차원에서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문제는 장 기자가 제기한 의혹대로 정부 관계자가 실제 공소취소를 종용했다면 이는 직권남용과 사법 방해에 해당할 수도 있다. 당사자로 지목된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이날 "황당한 음모론"이라 일축했다.
전날 친명(친이재명)계인 한준호 의원도 페이스북 글을 통해 "방송에서 저잣거리 소문만도 못한 근거 없는 음모론을 꺼내 이재명 정부를 공격하고 당원과 국민을 갈라놓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느냐"고 비판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인 박지원 의원도 "그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그런 바보 같은 사람이 이재명 정부에는 없다. 민주당에도 그런 수준 이하의 사람은 없다"며 "(이 주장에) 현혹되지 않길 바란다"고 했다.
문제는 간단치 않다. 의혹이 사실이냐 여부도 중요하지만 그 내용이 갖고 있는 폭발력이 크기 때문이다. 더구나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들이 친이재명, 친민주당 스피커들이기 때문이다.
당장 국민의힘은 공세에 나섰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더불어민주당 교주이자 이재명 정권 출범의 일등공신인 김어준의 방송에서 이재명 대통령 최측근인 정부 고위 관계자가 다수의 고위 검사에게 '대통령 뜻이니 공소를 취소하라'는 취지의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충격적인 주장이 제기됐다"며 "'이 대통령 사건의 공소 취소 거래 게이트'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특검 도입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야당발 주장도 아니고 더불어민주당 정권의 상왕인 김 씨 방송발이니 신빙성이 매우 높다"며 "이것은 딱 떨어지는 범죄"라고 성토했다.
이동훈 개혁신당 수석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내고 "이재명 대통령님께 묻는다"며 "공소 취소와 검찰 보완수사권을 맞바꾸려 했다는 의혹이 사실이냐"고 물었다.
이어 "논란 벌일 일이 아니다"면서 "사실이 아니라면 대통령이 직접 부인하면 된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이 의혹이 사실이라면 대통령 개인 사건을 위해 사법 제도와 검찰 권한을 거래 대상으로 삼았다는 뜻"이라며 "헌정 질서와 법치주의를 정면으로 흔드는 중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사태의 시발점은 검찰개혁을 놓고 민주당 내에서 벌어진 강경파와 온건파 간의 갈등이 자리잡고 있다. 철저한 검찰개혁을 주장하는 강경파는 최근 중수청에 보완수사권을 주는 방향으로 법률안이 만들어진 데 대해 강한 불만을 갖고 그 배후와 배경을 추적했고, 그 결과물로 장 기자가 제기한 '공소취소와 보완수사권 거래설'까지 등장한 것이다.
검찰개혁을 놓고 강온파 간 갈등 끝에 이 대통령의 잠재적 사법리스크를 털기 위한 '공소 취소'가 정국 전면에 등장하면서 이 대통령 입장도 난처하게 됐다. 무엇보다 공소 취소는 전례가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유권무죄, 무권무죄(有權無罪 無權有罪)' 논란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다분하다. 최고 권력자의 범죄 혐의를 영원히 지워주는, 그야말로 '영구적 면죄부'를 주는 사법적 조치인만큼 삼권분립, 법치주의 논란도 피할 수 없는 사안이다. 이런 사안이 검찰개혁을 놓고 민주당 내 강온파간 갈등 끝에 갑자기 튀어 나온 셈이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이날 인천 강화군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정청이 원팀, 원보이스로 검찰개혁을 잘 처리하겠다"며 "머리를 맞대고 미진한 부분, 혹시 모를 독소조항을 해결하기 위해 요란하지 않게 내부에서 토론할 시간"이라고 밝혔다. 검찰개혁 후속 조치인 중수청·공소청법 갈등 수습에 나섰다.
정부도 한 발자국 물러섰다. 윤창렬 국무조정실장 겸 검찰개혁추진단장은 이날 '수사기관 역량 강화를 위한 공청회'에 참석해 공소청 보완수사권 부여 여부에 대해 "어느 한쪽의 주장에 치우치기보단 상충하는 이해의 폭을 줄이기 위한 사회적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다음주에 민주당 초선 의원들과 만찬 회동을 한다. 초선 의원들은 총 68명으로 중수청·공소청법에 대한 목소리를 함께 청취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바람과는 달리 이슈의 중심은 '중수청 보완수사권 부여 여부'를 둘러싼 검찰개혁에서 '이 대통령 사건 공소 취소'로 옮겨갔다.
윤상호 기자 sangho@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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