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소원, 12일부터 시행…대법원 판결만? 무한 소송도 가능? [설명할경향]

김정화 기자 2026. 3. 11.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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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인혁 헌법재판소 사무처장이 1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별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재판소원과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법원 판결에 대한 헌법소원을 가능하게 하는 재판소원법(개정 헌법재판소법)이 오는 12일부터 시행됩니다. 이에 따라 각종 재판의 결과에 불복하는 경우에도 헌법재판소에 문제를 제기하고 새로 다툴 수 있게 된 겁니다. 형사사법 체계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될 재판소원을 둘러싼 의문점을 정리했습니다.

2월10일 이후 판결부터…1·2심 재판도 확정되면 가능

재판소원법은 시행일을 기준으로 30일 이내에 확정된 법원 판결이 헌법에 어긋난 경우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합니다. 이에 따라 지난 2월10일 이후 확정된 판결이 그 대상이 됩니다. 이때 확정판결은 대법원의 판결만 의미하는 건 아닙니다. 1심이나 2심 판결이라도 항소·상고가 제기되지 않아 더 이상 다툴 수 없는 상태라면 확정판결로서 재판소원 대상이 될 수 있죠.

다만 헌재는 보충성 원칙을 판단의 중요한 기준으로 삼겠다고 했습니다. 헌법소원은 ‘비상적 권리 구제 절차’이기 때문에, 청구인이 법원 심급 절차를 충분히 활용했는지 먼저 따져보겠다는 거죠. 사법부의 모든 구제 절차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헌재에 판단을 구하면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으리라고 보입니다.

헌재는 제도 시행 이후 연간 1만건에서 1만5000건까지 재판소원 사건이 접수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이에 따라 사전 전담 심사부를 강화한다고 밝혔죠. 보충성 원칙에 어긋나거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사건은 이 단계에서 최대한 걸러내고, 본안 심리에 회부할 사건만 선별할 계획입니다.

헌재는 사건 당사자 의견을 듣는 절차도 지금처럼 진행하겠다고 했습니다. 헌재의 심판은 궁극적으로 공권력의 헌법·법률 위반에 대해 다투는 것인데요. 이에 따라 재판소원의 ‘피청구인’은 각급 법원 또는 법원행정처가 됩니다. 이때 사건에 직접 관련된 형사 피고인 또는 민사 원고와 피고 의견도 서면이나 변론 등으로 충분히 듣겠다는 겁니다. 다만 구체적인 절차 운영 방식은 실제 사건이 접수된 이후 정립될 것으로 보입니다.

재판 취소 후 법원이 안 따르면…2차, 3차 제기도 된다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성동훈 기자

헌재가 법원 판결에 위헌적 요소가 있다고 보고 취소하면 재판 자체가 ‘열리지 않은 것’이 됩니다. 헌재의 이유와 취지를 존중해서 법원이 다시 재판하라는 취지입니다. 그런데도 법원이 이를 따르지 않고 같은 판결을 반복하면 당사자는 재판소원을 두 번, 세 번 제기할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 법원의 판결은 단순히 법리 해석을 넘어 중대한 헌법 위반으로 평가될 수 있고, 청구인이 이에 불복하는 것은 소송을 남발하는 게 아니라는 판단이죠.

재판소원 때문에 사법 기관의 판단이 계속 ‘미완’의 상태로 남아 법적 안정성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혼 판결이 확정된 뒤 재혼한 사람이 재판소원으로 이혼 판결이 취소된다면 중혼이 되는 걸까요?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당선 무효가 된 판결이 뒤집히는 경우엔 어떻게 되는 걸까요?

이에 대해선 “재판소원 제도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판결이 취소된 이후 발생하는 법률관계를 어떻게 정리할 것인지의 문제”라는 게 헌재의 설명입니다. 실제로 법원에서도 이혼 재심 사건을 취소한 판례, 그 이후 이뤄진 재혼에 대한 판례가 있었다고 하고요. 이런 혼란은 재판소원 때문에 새롭게 등장하는 문제가 아닌 만큼, 다른 법적 분쟁을 어떻게 정비할지의 문제로 보입니다.

손인혁 헌재 사무처장은 지난 10일 기자간담회에서 재판소원이 ‘4심제’가 아니라 헌법의 통일성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법원 판결 역시 헌재 판단 대상으로 둬, 국가 공권력이 국민의 헌법적 기본권을 잘 보장하도록 한다는 것이죠. 재판소원이 국민의 기본권을 강화하는 기회가 될지, 무한 소송의 혼란으로 이어지게 될지 주목해야겠습니다.

김정화 기자 cl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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