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공공기관 이전 수면 위···산은 포함 여부에 금융권 '긴장'
한국산업은행 포함 여부가 2차 이전 논의 '가늠자'
정책금융 효율성·인력 유출 우려 가능성 부상
정책적 명분과 정치적 이해관계 맞물린 복합 이슈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정부가 공공기관 2차 지방 이전 논의를 본격화하면서 정책금융기관의 향방이 다시 금융권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수도권 잔류 최소화'라는 정부 방침이 공개되면서 서울에 본사를 둔 주요 국책은행까지 이전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관측이 커지는 모습이다.
금융권에서는 한국산업은행의 포함 여부가 사실상 이번 논의의 방향을 결정할 가늠자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공공기관 전수조사를 실시해 지방 이전 대상 기관을 선정하고 이르면 2027년부터 단계적으로 이전을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통해 수도권에 집중된 산업과 인구 구조를 완화하고 국가균형발전을 유도하겠다는 구상이다.
앞서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 5일 열린 제10회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공공기관 지방 이전 문제와 관련해 "수도권 잔류를 최소화하고 나눠 먹기식 분산 배치는 지양하는 것이 정부의 기본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 총리는 "수도권 중심의 성장 구조는 이미 한계에 도달했다"며 "국가 공간 구조를 보다 균형 있게 재편하고 지역 산업과 문화, 인력 양성 체계도 함께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수도권 잔류 최소화' 방침을 분명히 하면서 서울에 본사를 둔 금융 공공기관들도 잠재적인 이전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금융권에서는 한국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 IBK기업은행을 비롯해 한국투자공사, 예금보험공사, 한국무역보험공사, 농협중앙회, 수협중앙회 등 서울 소재 금융기관들이 모두 검토 대상에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앞서 2005년 1차 공공기관 이전 논의 당시 한국산업은행·한국수출입은행·IBK기업은행 등은 '동북아 경제 중심 조성에 필수적인 기관으로 수도권 안에 소재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판단 아래 이전 대상에서 제외된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정부가 수도권 잔류 기관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을 강조하면서 당시와는 다른 판단이 내려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금융권에서는 정책금융기관 이전 문제에 대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정책금융기관의 경우 대기업과 금융회사, 정부 부처와의 협업이 잦은 만큼 서울 금융 중심지와의 물리적 거리 확대가 업무 효율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다.
한 국책은행 관계자는 "정책금융기관은 기업 구조조정이나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를 다루는 경우가 많아 금융회사와 정부 부처, 기업 간 실시간 협업이 중요한데 물리적 거리가 멀어지면 의사결정 속도가 늦어질 수 있다"며 "금융 중심지와의 연결성이 약화될 경우 정책금융 기능 자체가 위축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금융노조 역시 최근 성명을 통해 "국가균형발전이라는 취지 자체를 부정할 이유는 없지만 1차 공공기관 이전 정책에 대한 객관적 평가와 사회적 합의 없이 또다시 이전을 추진하는 것은 정책 신뢰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책금융기관의 기능과 역할, 금융산업 경쟁력에 미칠 영향까지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한국산업은행의 이전 여부는 금융권에서 가장 민감한 변수로 꼽힌다. 한국산업은행은 과거 부산 이전 추진 과정에서 노사 갈등과 인력 유출 문제를 겪은 바 있다. 노조에 따르면 산업은행의 자발적 퇴사 인원은 평소 연간 30명 안팎 수준이었지만 부산 이전 논의가 본격화됐던 2022년부터 2024년 사이에는 연간 100명 안팎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산업은행 부산 이전 논의에 대해 "갈등만 키운 채 실질적 진전 없이 반복된 논쟁"이라고 비판하며 동남권 투자은행 설립 방안을 제시했던 만큼 금융권 일각에서는 한국산업은행은 이번 2차 이전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치권의 변수도 남아 있다. 공공기관 이전 문제는 그동안 지방선거를 앞둔 시기에 지역 균형발전 공약과 맞물려 반복적으로 제기돼 온 사안이기 때문이다.
과거 정부에서도 정책금융기관 유치를 둘러싼 지역 간 경쟁이 이어졌던 만큼, 이번에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현 정부의 강한 추진력이 과거와 다른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정책금융기관 고위 관계자는 "공공기관 이전 논의는 항상 정책적 명분과 정치적 이해관계가 동시에 작용해 왔다"며 "정부가 강한 추진 의지를 보이고 있는 만큼 이번에는 이전 범위나 방식이 과거보다 더 크게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정책 실효성에 대한 우려와 노조 반발 속에 내부에서는 일단 상황을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며 "정부의 전수조사 결과와 대상 기관 선정 기준이 공개되는 시점이 사실상 논쟁의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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