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인사이드] 베트남 청년 숨진 그 새벽, 컨베이어벨트 아래 혼자였다
이천 공장 이주노동자 산재 사망 사고
베트남 20대, 오류 알림 혼자 이동
벨트 아래 들어갔다 팔 끼어 숨져
펜스 등 안전장치·감시장비 없어
경위 확인 안돼… 부검 진행키로

삽을 들고 컨베이어벨트 아래로 들어간 20대 베트남 청년(3월11일자 7면 보도)은 끝내 살아 나오지 못했다. 안전 덮개도, 설비 구역을 비추는 CCTV도 없는 야간 현장이었다. 이주노동자 산재 사망 사고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작동 중인 대형 설비 아래로 노동자가 홀로 들어가 점검 작업을 해야 했던 현장 작업 방식이 사고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찾은 이천시 호법면의 한 자갈·모래 제조 공장. 공장 뒤편에는 석산이 자리하고 있고 그 아래 넓은 부지에 공장동 여러 개와 자갈이 쌓인 야적장이 들어서 있었다.
이날 살펴본 사고가 발생한 해당 공장동은 작업자가 설비 아래로 들어갈 경우 큰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 구조였다. 내부 대부분이 컨베이어벨트와 분쇄 설비 등 대형 기계 장비로 채워져 있고 작업자들은 설비 위쪽에 설치된 철제 통로를 오가며 장비 상태를 관리하는 형편이었다. 공장 가동은 석산에서 내려온 돌덩이를 컨베이어벨트에 올려 분쇄 설비로 보내는 방식으로 이뤄지는데, 이 과정에서 설비 아래 공간으로 들어가는 작업 자체가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환경이다.

베트남 국적의 뚜안(23)씨는 전날 새벽께 삽을 들고 이 내부에 들어갔다가 컨베이어벨트 설비에 팔이 끼였다. 쓰러져 있는 뚜안씨를 동료들이 뒤늦게 발견해 소방에 신고했고 심폐소생술을 시도하며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끝내 숨졌다. 해당 공장동은 주간과 야간 각각 4~5명이 맞교대 근무하는 구조이지만, 사고 당시 뚜안씨는 설비 점검 과정에서 혼자 작업했다.
사고 당시 상황은 현장 작업 방식의 위험성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사측과 이주노동법률센터 소금꽃나무, 현장 관계자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사고 당시 설비에 과부하가 걸리면서 관제시스템에 오류 알림이 나타났다. 상급자의 지시를 받은 뚜안씨는 동료들이 있던 작업 구역을 떠나 공장 내부 설비 쪽으로 이동한 것이다. 당시 기계는 작동 중이었다.
공장 내부 전체를 가득 채울 만큼 대형 설비가 설치돼 있지만 주변에는 안전 덮개나 펜스 등 기본적인 보호 장치가 충분치 않았던 것으로도 전해졌다. 한국어에 익숙지 않았던 뚜안씨에게 작업 지시나 안전 안내 절차가 제대로 전달됐는지도 불투명하다.

더욱이 공장 내부 설비 구역을 비추는 CCTV도 설치돼 있지 않아 사고 당시를 확인하기 어려운 상태다. 정확한 사고 경위는 부검 결과와 관계자 조사 등을 통해 드러날 전망인데, 뚜안씨 시신은 현재 이천의료원에 안치돼 있으며 부검은 다음날 오전 이뤄질 예정이다.
사고 이후 고용노동부 성남지청은 해당 업체에 작업중지명령을 내린 한편, 초동조치를 마무리한 이천경찰서는 조만간 사건을 경기남부경찰청 중대재해수사팀으로 이첩할 계획이다.
한편, 전국 이주노동단체 등은 12일 경기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이번 사고와 관련한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예고했다.

/유혜연 기자 pi@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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