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 '하이닉스 증손회사' 투자 가능한 이유

안준형, 이경남 2026. 3. 11.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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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손회사 지분 규제' 받지만 해외는 예외
SK이노, 하이닉스 美 AI 투자사에 투자 가능
하이닉스, 국내선 '증손회사 지분 규제' 완화 목소리

SK이노베이션이 최근 SK하이닉스의 미국 인공지능(AI) 투자법인(AI Company)에 투자하는 것은 공정거래법 지분 규제의 예외를 이용한 투자로 분석된다. 현행법상 지주회사(SK)의 손자회사(SK하이닉스)는 증손회사(AI 컴퍼니)의 지분을 100% 소유해야 하지만, 이 규제가 해외엔 적용되지 않는다. 이를 활용해 SK이노베이션이 SK하이닉스의 미국 AI 투자법인에 지분을 투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해외에서 '규제의 예외'를 활용했다면, 국내에선 아예 규제 완화 목소리를 내고 있다. SK하이닉스와 같은 첨단산업에 한해 증손회사 의무 보유 지분을 100%에서 50%로 낮춰달라는 요구다. 작년 말 정부 부처는 SK하이닉스의 요구대로 관련 규제를 개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나선 상황이다.

美 AI컴퍼니, 증손회사 지분 규제 예외

지난달 27일 열린 SK이노베이션 이사회에선 SK하이닉스의 미국 법인(SK hynix NAND Product Solutions)에 3억8000만달러(5590억원)를 캐피탈콜(자금요청) 방식으로 투자하는 안건이 통과됐다. 바로 투자금을 넣지 않고 향후 4년간 자금요청이 있을 때 자금을 집행한다는 뜻이다. ▷관련기사:[단독]SK이노베이션, 하이닉스 AI컴퍼니에 5천억대 투자

'SK하이닉스 낸드 프로덕트 솔루션즈'는 2020년 SK하이닉스가 인수한 인텔 낸드 사업 부문으로, AI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고용량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를 제조하고 있다. 지난 1월부터 SK하이닉스는 'SK하이닉스 낸드 프로덕트 솔루션즈'를 미국 AI 투자회사인 'AI 컴퍼니'로 전환하고 있다. 당시 SK하이닉스도 캐피탈콜 방식으로 'AI 컴퍼니'에 100억 달러(14조7190억원)를 투자해 지분 100%를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배구조가 '지주사 SK→자회사 SK스퀘어→손자회사 SK하이닉스→증손회사 AI 컴퍼니'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번에 SK이노베이션이 'AI 컴퍼니' 지분 투자를 결정하면서, SK하이닉스가 보유한 'AI 컴퍼니' 지분은 100%에서 90%대로 소폭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AI 컴퍼니' 지분구조는 원칙적으로 손자회사는 증손회사 지분 100%를 소유해야한다는 공정거래법에 벗어난다. 하지만 미국에 설립된 AI 컴퍼니는 이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고 회사 측은 판단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증손회사 지분 규제는 국내 법인에만 해당된다"고 전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도 "국외 증손회사는 지분 100% 보유 규제의 예외"라고 말했다.

한 공정거래법 전문 변호사는 "신규 법인을 국내에서 세운다고 가정했을 때 SK의 손자회사인 SK하이닉스가 주도로 할 수 있는 것은 매우 제한된다"며 "국내에선 SK하이닉스가 새로운 자회사를 출범시키면 SK의 증손회사가 되기 때문에 SK하이닉스가 지분 100%를 보유해야 한다. SK하이닉스의 위에 있는 중간지주회사 SK스퀘어가 나서더라도 자회사의 타 계열회사 주식 소유 금지 행위로 인해 다른 중간지주회사인 SK이노베이션은 투자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내에선 증손회사 규제 완화 목소리

이와 별개로 국내에서 SK하이닉스는 첨단산업에 한해 증손회사 지분 규제를 완화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공정거래법상 증손회사 지분 규제를 100%에서 50%로 낮춰달라는 것이 핵심이다. 천문학적 반도체 투자금을 조달하기 위해서다. 현재 SK의 손자회사인 SK하이닉스가 증손회사를 만들 경우 지분 100%를 보유해야 하는데, 이 지분 규제를 50%로 낮추면 외부에서 투자금을 유치할 수 있게 된다.

작년 말 공정거래위원회 등 정부 부처는 반도체 분야 증손회사 의무지분을 기존 100%에서 50%로 하향조정하겠다고 이재명 대통령에게 업무 보고했다. SK그룹의 요구가 수용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가 미국에선 SK이노베이션과 함께 AI 투자 증손회사(AI컴퍼니)를 설립하고 국내엔 외부 투자 유치가 가능한 증손회사 설립을 위한 준비 작업을 벌이고 있다"며 "국내외에서 AI 시대 준비를 위한 투자 재원 마련에 나선 상황"이라고 전했다. 

안준형 (why@bizwatch.co.kr)
이경남 (lkn@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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