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초점] 대구 통개발 마스터플랜 '비현실적'…시민은 낡은 주택에서 ‘악전고투’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구시의 '대규모 노후 주택지 통개발 마스터플랜'이 실현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계획을 수정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통개발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탁상행정"이며 "최소 개발 단위의 면적을 하향 조정하는 등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것이 주민들의 주장이다. 주민들은 지방선거 후보들이 통개발 마스터플랜을 수정하겠다는 공약을 채택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구시는 2024년 4월 범어·수성·대명·산격지구 4개 지역, 총 7.42㎢ 규모의 노후 주택지를 대상으로 한 통개발 마스터플랜을 발표했다. 당시 대구시는 "규제는 최소화하고, 인센티브는 최대화하겠다"며 민간 개발사업자가 기준을 충족할 경우 종 상향을 허용하고, 종 상향에 따른 공공시설 부담도 대폭 완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통개발 마스터플랜에 따르면 고층과 중·저층 주택을 혼합한 표준모델을 기반으로 통개발이 추진되며, 평균 용적률 220%와 기반시설률 20%를 목표로 한다. 다만, 최소 개발 단위는 폭 20m 이상 도로로 둘러싸인 10만~20만㎡ 규모의 '슈퍼블록' 형태로 설정돼 있다.
◆"도심 현실과 동떨어진 통개발" 지적
상당수 주민과 전문가들은 이러한 최소 개발 단위가 현실과 동떨어진다고 지적한다. 이미 상가와 주택이 밀집해 도심화가 진행된 지역에서 이처럼 대규모 블록 단위의 민간 개발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사실상 "개발을 하지 말라"는 이야기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주민들이 요구하는 핵심은 최소 개발 단위를 3만~5만㎡ 또는 5만~10만㎡ 등으로 세분화하고, 인센티브도 차등 적용해야 한다는 대목이다.
실제, 통개발 최소 단위 면적은 전용축구장 14~28개 규모에 달한다. 면적이 넓으면 토지 소유자가 많아지기에 동의율 확보도 더욱 어려워진다. 주민들은 "소규모 가로주택정비사업이 1만㎡ 미만 규모로 추진되는 상황에서 수십만㎡ 규모의 통개발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대구시는 2025년 12월30일부터 지난 1월13일까지 '2030 대구시 도시·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 변경(안)' 주민공람을 실시했다. 시에 따르면 계획안은 주민공람을 시작으로 시의회 의견 청취와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 올해 중반쯤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주민공람 당시 주민 137명이 의견서를 제출하며 통개발 마스터플랜의 실효성을 문제 삼았다. 주민들은 의견서를 통해 "대규모 단독주택지에 대한 계획을 통개발 마스터플랜에 단정적으로 명시하기보다, 지구단위계획 수립지침 개정 등 여건 변화에 따라 유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앞서 주민들은 통개발 마스터플랜 발표 직후에도 대구시에 같은 내용의 민원을 제출했으나, 반영되지 않았다. 주민들은 "몇 차례에 걸쳐 최소 개발 단위를 축소하자는 의견을 제출했지만, 통개발 마스터플랜 수립지침이 시의회 의결사항이 아니라는 이유로 시의회 보고도 이뤄지지 않았고, 아직까지 주민 의견은 반영되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또한 주민들은 대구시가 수십 년간 단독주택지를 저층 주거지역으로 관리해 온 정책 방향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1970년대 토지구획정리사업으로 조성된 수성·범어·대명지구는 2003년 제1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지정되면서 4층 이하로 건축행위가 제한되는 바람에 사실상 개발이 어려웠다. 이후 대구시는 2015년 지구단위계획 수립지침을 개정해 친환경 어울림 공동주택이나 타운형 단독주택 형태로 정비할 경우 최대 7층까지 건축이 가능하도록 규제를 완화했다.
주민들은 "대구시가 대규모 단독주택지 관리와 관련된 용역을 2013·2019·2023년 세 차례 진행했으며, 여기에 2012년 수성구청의 '대규모 단독주택지 해피타운 프로젝트'와 2015년 '명품 단독주택지 조성사업'까지 포함하면 단독주택지 개발정책을 다섯 차례 검토했다"며 "그러나 실제로는 원룸과 연립주택 중심의 소규모 개발이 늘어나면서 주차와 생활환경 등을 둘러싼 갈등이 심화되는 등 당초 목표였던 주거환경 개선이나 명품 주택단지 조성은 실현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시의회에서도 "최소 개발 단위 문제" 지적
지난달 열린 제322회 대구시의회 건설교통위원회 회의에서는 '2030 대구시 도시·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 변경(안)'에 대한 의견 제시의 건을 상정했다. 해당 회의록에 따르면 조경구 대구시의원은 "통개발 마스터플랜은 개발 규모를 지침에 따라 추진하도록 돼 있지만, 현재는 개발 규모의 숫자에만 매몰돼 실제 사업이 제대로 추진되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주민들은 "소규모 개발은 실패하더라도 다시 시도할 수 있지만, 대규모 통개발은 한 번 좌초되면 지역 전체가 장기간 정체될 수 있다"며 "현실적인 개발 단위 면적 조정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의원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통개발 마스터플랜의 규모 문제를 지적하며 "난개발을 막기 위해 대규모 블록 단위 개발을 추진하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현재 계획은 단위 면적이 10만~20만㎡로 지나치게 커 실제 사업 추진이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개발을 추진하려면 토지 소유자들을 대상으로 법적 동의율을 확보해야 하는데, 면적이 클수록 토지 소유자도 많기 때문에 동의율 확보가 어렵다"며 "마스터플랜의 기본 틀은 유지하되, 3만~5만㎡ 수준으로 개발 단위를 나눌 수 있는 특례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용적률 인센티브 적용해야"
용적률 역시 통개발 사업성 논의에서 중요한 요소로 거론된다. 법에 따르면 제1종 일반주거지역이 제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종상향될 경우 용적률은 200%에서 220% 수준으로 조정되는 것이 일반적인 구조다. 다만 제2종 일반주거지역도 공공기여 등 인센티브를 적용할 경우 최대 250%까지 가능하다.
이에 일부 주민들은 기존 블록 구조를 유지하면서 개발 규모에 따라 인센티브를 차등 적용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최소 개발 단위를 3만~5만㎡ 또는 5만~10만㎡ 등으로 세분화하고, 면적이 확대될수록 용적률 인센티브를 단계적으로 부여하는 방식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인근 아파트 단지의 용적률이 250~280% 수준이고, 상업지역은 700% 이상까지 가능한 점과 비교하면 토지 보상이나 사업 추진에 필요한 수익구조가 나오기 어렵기에, 통개발 추진 자체가 어렵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이에 대해 대구시 관계자는 "민간 개발사업의 수익성을 고려해 시뮬레이션을 진행한 결과, 약 5% 수준의 수익률 확보는 가능하다는 자문을 받았다"며 "과거 재개발처럼 과도한 이익이 발생하는 구조가 아니라 기존 주거지를 정비하고, 새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정도의 사업성을 염두에 두고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또 "대규모 블록 단위 개발은 도로 연결성과 기반시설 확보, 난개발 방지를 위한 취지였다. 하지만 실제 추진 과정에서 최소 단위 면적이 크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며 "제도가 실제로 작동하는지 모니터링하면서 필요할 경우 구역을 세분화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컨트롤타워 없다"…행정 혼선 지적
본보 취재 결과, 통개발에 대한 행정업무가 대구시와 각 구청에 분산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시청과 수성구청 등 총 7개 부서에 문의했지만, 명확한 담당부서를 확인하기 어려웠다.
이에 대해 대구시 관계자는 "통개발 마스터플랜은 개별 개발사업을 직접 추진하는 계획이 아니라, 도시계획 차원에서 개발 방향과 기준을 제시하는 제도"라며 "실제 사업 추진이나 토지 소유자 동의율, 인허가 절차 등은 주택사업이나 정비사업 등 개별 사업의 인허가 부서에서 판단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부 부서에서는 "해당 업무는 우리 부서 소관이 아니다"라며 다른 부서로 문의할 것을 안내해 관련 업무의 컨트롤타워가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한편, 주민들은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통개발 마스터플랜이 지역 현안으로 부각되고, 공약으로 채택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내고 있다. 한 주민은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후보자들이 이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살펴볼 것"이라며 "조건 없는 2종 일반주거지역의 종 상향 등을 약속하는 후보를 눈여겨 볼 작정"이라고 말했다.
박수연 기자 waterkite@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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