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리스크에 ‘원전 풀가동’ 검토…석탄발전도 열어둔다
중동정세 장기화 대비…원전 이용률↑·석탄발전 유연 운용
에너지 수급 불안에 탈탄소 계획 차질 생길 수 있단 우려도
기후장관 “궁극적으로 재생에너지 중심 에너지 전환 필요”
[이데일리 정두리 기자] 정부가 중동 사태로 인한 에너지 수급 불안 해소를 위해 원전 이용률을 높이기로 했다. 액화천연가스(LNG) 수급 차질이 예상되는 경우에는 석탄발전 가동률을 높이는 방안도 함께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중동 정세 불안으로 국제유가와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하고 있지만, 전력시장에 반영되기까지 시차가 있어 현재까지 전기요금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인 상황이다. 다만 고유가가 장기간 지속되고 LNG 도입에 차질이 발생할 경우, 전력시장과 전기요금에 미치는 충격은 불가피하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김 장관은 “중동 상황이 하루가 다르게 요동치며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때처럼 에너지 가격 급등이 전기료 부담으로 이어지지 말라는 법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우선 전기요금 안정을 위한 선제적 조치로 원전 재가동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전력 수요가 줄어드는 봄철을 맞아 상당 수의 원전이 정기 점검에 들어갔으나 계통 안정과 안전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정비 중 원전을 순차적으로 재가동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국내 26기 원전 중 15기가 가동 중인데 이달 중 신월성 1호기와 고리 2호기 2개호기 재가동을 추진한다. 5월 중순까지 한빛 6호기, 한울 3호기, 월성 2·3호기 등 4기를 추가로 재가동한다.
가스발전소의 연료인 LNG 수급 차질에 대비해 석탄발전 확대 운전도 준비한다. 현재 정부는 미세먼지 감축을 위해 평일 주간 석탄발전기 출력을 80% 수준으로 제한하고, 주말에는 일부 석탄발전기 가동을 중지하고 있다. 기후부는 향후 수급 상황과 대기질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황사·미세먼지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은 시기를 골라 석탄발전 가동률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중동 사태로 정부의 탈탄소 정책 추진 일정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기후부는 지난해 말 2018년 대비 2035년까지 국가 온실가스 배출을 53~61% 감축하는 새로운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제시하고, 정부 전폭 지원을 포함한 녹색전환(K-GX) 로드맵을 마련 중이다. 전력시장 재편과 2040년 탈석탄발전 계획 등도 이르면 이달, 늦어도 상반기 중 확정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중동 사태로 에너지 수급 불안이 커지면서 당장의 화석연료 안정 공급 등을 통한 불안 해소가 정책의 최우선 과제가 됐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에도 러시아산 파이프라인 가스 공급이 급감하자 유럽 각국이 LNG 터미널 신·증설과 장기 도입 계약을 통해 LNG 투자를 대거 확대한 바 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독일 같은 에너지 전환 선도국도 에너지 수급 위기 국면에서는 석탄·가스 발전 비중을 조정해가며 속도 조절을 해 왔다”며 “우리도 에너지 안보를 최우선으로 두고 현실적인 탈탄소 속도 조절 논의를 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정부는 다만 중장기적 안목에서 재생에너지 확대에도 박차를 가한다. 가스·석탄 등 화석연료는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중동 등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커질 때마다 에너지 수급이 불안정해지는 만큼 연료가 필요 없는 태양광·풍력 발전설비를 확충하겠다는 것이다.
김 장관도 이날 에너지대책회의 후 경기 시흥·안산·화성 등 수도권 서남부 재생에너지 관련 사업 현장을 잇따라 찾아 재생에너지 보급을 독려했다. 시화호 조력발전소 증설 예정지와 시화 국가산단 지붕 태양광 발전 설비, 기아차 오토랜드 화성공장, 한국지역난방공사 전극보일러 실증지 등을 둘러봤다.
김 장관은 “과거의 에너지 안보가 공급선 다변화 수준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화석연료 시대를 정리하고 재생에너지와 원전을 축으로 한 탈탄소 전환을 추진하는 것이 진정한 에너지 안보”라며 “다양한 현장에서 에너지 전환 성과가 나타나고 있는 만큼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전환을 더 속도감 있게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두리 (duri22@edaily.co.kr)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35억 아파트 경품 내건 유튜버 보겸…당첨되면 세금 얼마?
- 이란 새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어디 있나…"다리 다쳐 은신 중"
- “국세청 잘하고 있나요?”…세무사회장에 질문, 행사장 웃음 터진 이유
- "손흥민 큰 충격 받았을 것"...'임신 협박' 여성, 선처 호소하며 한 말
- "아스팔트 뚫고 거대 파이프 솟아"…출근길 오사카 도심 '아수라장'
- “여자라 안 쫓아갔다, 이유는”…택시비 먹튀 승객에 기사 ‘난감’
- “굶더라도 ‘이것’ 사라”…주식 대폭락 경고한 ‘부자 아빠’
- 쇼핑성지 옛말, 상가 통으로 '임대' 딱지…"팔 수 있다면 20억도 깎죠"[르포]
- 이란 女축구팀 7명 호주 망명…이란 "선수들 납치 당해"
- “수수료 0원에 ‘종합소득세’ 받자”…111만명에 1409억 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