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보장 ‘1억 경쟁’ 제동…금감원, 보장금액 산정 기준 중증까지 확대

박성준 2026. 3. 11.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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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도 보험 부문 금융감독 업무설명회
경증 질병·상해만 적용한 ‘보장금액 가이드라인’
암 등 중증 질병까지 확대…특약 쪼개기도 차단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본원 전경. [헤럴드DB]

[헤럴드경제=박성준 기자] 보험사들이 경쟁적으로 암 등 중증 질병의 보장 한도를 올려온 관행에 제동이 걸린다. 금융감독원은 그동안 경증 질병·상해에만 관리·감독을 해왔는데, 앞으로는 중증 질병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보장금액 숫자에 현혹돼 소비자가 불필요하게 비싼 보험에 가입하는 것을 방지하고, 과도한 보장 경쟁이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끊겠다는 취지다.

금감원은 11일 서울 여의도 본원 대강당에서 보험회사와 법인보험대리점(GA), 보험협회 관계자 등 22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2026년도 보험 부문 금융감독 업무설명회’를 개최했다. 서영일 금감원 보험 담당 부원장보는 이날 “소비자 중심 가치가 기업 문화 전반에 내재화되도록 적극 지원하겠다”며 “상품의 전 생애주기에 걸친 소비자 보호 지표를 핵심성과지표(KPI)에 반영하고, 소비자보호총괄책임자(CCO)의 독립성과 위상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금감원이 제시한 감독·검사 방향의 핵심은 상품 개발 단계부터 소비자 보호 장치를 강화하는 것이다.

‘보장금액 산정 가이드라인’을 확대하는 것을 필두로 보험 상품의 기존 위험을 세분화해 새 특약을 만드는 것도 사전 신고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 예컨대 암 치료 관련 A·B·C 치료법을 묶어 3000만원을 보장하던 특약에서 특정 치료법만 따로 떼어내 5000만원, 크게는 1억원까지 보장 특약을 개발하는 식의 ‘쪼개기’ 상품 설계가 어려워진다. 보험사가 상품을 내놓기 전 위험 요인을 충분히 심의하도록 ‘상품위원회’ 설치·운영도 법규화해 이달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보장금액 숫자만 부풀린 고가 상품에 현혹돼 과도한 보험료를 부담하는 위험이 줄어들 전망이다. 보험사 간 보장 한도 경쟁이 심해지면 손해율 상승으로 이어져 결국 전체 가입자의 보험료 인상 압력이 커지는 구조인데, 가이드라인 확대로 이런 악순환에 제동이 걸리는 셈이다.

실손의료보험과 자동차보험 등 생활밀착형 보험 제도도 손본다. 다음달 출시 예정인 5세대 실손보험의 시장 안착을 지원하는 한편, 비급여 치료 남용을 막기 위한 보상 안내를 강화한다. 자동차보험의 경우 경상 환자가 8주를 초과해 치료받을 때 장기 치료의 필요성을 검토하는 절차를 도입하고, 품질인증부품 사용 시 보험료를 먼저 깎아주는 특약 등을 통해 보험료 인상 요인을 억제할 계획이다.

검사 체계는 현장 중심과 부서 간 시너지에 방점을 찍었다. 금감원은 종전의 칸막이식 검사에서 벗어나 검사 부서뿐만 아니라 상품분쟁·계리 부서가 함께 참여하는 합동 검사를 통해 제도 개선 사항을 즉각 시정하는 환류 효과를 극대화한다. 사후 제재 위주에서 사전 예방 중심의 검사로 전환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특히 비대해진 GA 채널에 대한 통제 수위를 높인다. 오는 7월부터 GA 소속 설계사에게 지급하는 판매수수료에 ‘1200% 룰’을 확대 적용하고, 최대 7년간 수수료를 나눠 받는 ‘유지관리 수수료’ 제도를 신설해 과도한 선지급 관행을 바로잡는다. 최근 불거진 설계사 스카우트용 ‘정착 지원금’ 과당 경쟁에 대해서는 현장 검사를 통해 엄정 대응하고, 지사형 GA에 대한 본사의 관리 실태도 집중적으로 점검할 방침이다.

재무 건전성 측면에서는 중동 상황 악화 등 대외 불확실성에 대비해 선제적인 위험 관리에 나선다. 주가와 금리 등 경제 변수와 보험권 고유 위험을 동시에 고려한 ‘복합 위기 상황 분석’을 실시해 위기 대응 능력을 정밀 진단한다.

위험 관리 지표도 깐깐해진다. 금리 리스크 평가 항목에 ‘듀레이션 갭’ 지표를 신설하고, 내년 시행 예정인 기본자본비율 규제 체계를 차질 없이 마련하기로 했다. 아울러 해외 대체투자 등 고위험 자산의 투자 손실에 대해 상시 감시를 강화하고, 자산건전성 관리 체계를 집중적으로 점검할 예정이다.

금감원은 이 외에도 인공지능(AI) 활용 지원 등 보험 산업의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돕고, 저출산 극복을 위한 보험료 할인 등 포용 금융 확대도 추진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 설명회에서 논의된 현장의 목소리를 감독 업무에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업계와의 양방향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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