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종의 안부를 묻다] 강과 자연은 탄력적 운영 대상 될 수 없다


강원도 깊은 산속이라 봄은 더디 오지만 이미 생명의 리듬이 본격적으로 꿈틀거린다.

유튜브:여러 마리의 애벌레가 협력하여 큰 물고기를 잡아먹는
물론 먹이 감이 되려고 태어난 것은 아니지만 올챙이가 태어나고 성장하는 시기와 속도에 따라 물장군도 번식을 맞춘다. 서로 엇갈리지 않도록 정교하게 먹이의 시간표에 자신의 번식 시계를 맞춘 기가 막힌 맞춤 전략, 동기화(同期化)다.
연구소 주변을 지나던 사람들은 거의 예외 없이 발걸음을 멈춘다. "꼬르륵 꼬르륵" 처음 듣는 이상한 소리의 정체가 무엇인지?" "왜 유독 연구소에서만 이렇게 시끄러운(필자는 음악 같지만) 소리가 나는지?
이 소리는 한국산개구리들이 짝을 짓기 위해 아침부터 밤까지 죽어라 외쳐대는 구애행동이며 번식하기 가장 좋은 장소여서 짝을 짓고 알을 낳기 위해 이곳으로 모이는 것이다. 적당한 수심과 일조량, 풍부한 먹이와 농약이 없는 환경 그리고 산란과 은신처 역할을 하는 식물을 갖춘 논과 습지가 매우 드물다는 뜻이기도 하다.


물 냄새를 맡고 개구리가 나타났다. 개구리는 물의 상태를 누구보다도 민감하게 따지는 생물이다. 물이 깨끗하고, 먹이가 풍부해야 하며, 알과 올챙이가 자랄 수 있는 안정된 환경이 필요하다. 농약이 전혀 없는 물, 일 년 내내 마르지 않고 오랜 시간에 걸쳐 잘 짜여진 먹이 생태계가 유지되는 연구소 연못은 개구리에게는 천국이었다.
논이 연못으로 바뀌고, 수초가 자라며 물이 맑아졌고 먹을 것도 풍부해졌는데 물장군은 돌아오지 않았다. 한때 우리 논과 습지에서 흔히 발견되던 물장군(Lethocerus deyrollei)은 지금은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이다. 논을 연못으로 바꾸고 먹이사슬이 완성되면 최상위 포식자인 물장군도 자연스럽게 돌아올 것이라는 기대를 했다.
10년이 흘러도 물장군은 출현하지 않았다. 생태학적으로 이미 지역 절멸(local extinction) 상태라는 반증이었다. 서식지는 만들어졌지만 생명의 연결은 아직 복원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식지가 한 번 파괴되면 복원에는 수십 년이 걸리고, 개체군이 붕괴되면 다시 회복하기는 훨씬 더 어렵다. 그리고 그 순간, 지구에서 수백만 년 동안 이어져 온 한 생명의 계보가 완전히 끊어진다.
멸종은 단 한 번 일어난다. 영화 쥬라기 공원은 멸종한 공룡의 DNA를 찾아 유전자를 복원하고 새로운 개체를 만들어낸다. 공룡을 복원하는 방법처럼 현실에서도 과학자들은 비슷한 시도를 하고 있지만 가장 쉬운 방법은 '멸종시키지 않는 것' 그래서 보전생물학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멸종위기종 복원이 아니라 멸종위기종을 만들지 않는 것이다.
유튜브: 민물 생태계 최강자, 물뱀도 물장군에게는 밥이다
한때 우리 농촌의 논은 거대한 습지였다. 비가 오면 물이 고이고, 물속에는 올챙이와 작은 물고기, 수서곤충들이 가득했다. 논은 벼를 기르는 농경지일 뿐만 아니라 수많은 생명이 살아가는 생태계의 중심 공간이었다.
오늘날 논의 모습은 크게 달라졌다. 거의 일 년 내내 물을 가두었던 논은 벼를 심을 때면 물을 채우고 벼를 벨 때는 물을 뺀다. 효율적인 벼 재배를 위해 물 관리가 인위적으로 이루어진다. 논의 물 관리 방식이 바뀌면서 수많은 물 속 생물들에게는 서식지가 반복적으로 붕괴되는 환경이 만들어진 것이다. 최상위 포식자라 가장 개체수가 적은 물장군이 가장 먼저 사라지는 것은 당연하다.
4대강 사업으로 16개의 보가 강의 흐름을 막은 지 벌써 14년. '4대강의 자연성을 회복하고 발원지부터 하구까지 물 흐름의 연속성을 살리겠다고' 4대강 재자연화 의지를 확인한 김성환 환경부 장관이 탄력적 운용을 하겠다고 말을 바꿨다.
녹조가 심하면 수문을 개방했다가 녹조가 사라지면 다시 수문을 닫겠다는 탄력적 운영을 말하는 것 같은데, 자연을 행정 문서처럼 '탄력적'으로 조정되는 시스템으로 착각하는 것 같다.
4대강 사업을 둘러싼 논쟁은 오랫동안 '물 관리'와 '식수 문제'라는 틀 안에서 이루어져 왔다. 하지만 강은 거대한 생명 공동체이며, 수많은 생물들이 서로 얽혀 살아가는 하나의 생태계이며 인간과 자연을 연결하는 생태적 통로이기도 하다.
효율적이라는 이유로 논의 물을 채우고. 빼는 것처럼 마음대로 강의 물을 흘렸다 멈췄다 하면 서식지 전체가 충격을 받는다. 물고기는 상류와 하류를 오가며 번식하고, 습지와 모래톱은 수많은 생물의 번식지와 피난처가 된다. 강이 단절되거나 구조적으로 변형되면 생명의 이동 경로가 끊어지고 생물다양성 감소는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대응하겠다는 그럴듯한 단어로는 녹조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도 없고 귀중한 생물다양성을 지킬 수도 없다. 개발 압력이 생기면 기준이 완화되고, 경제적 필요가 제기되면 예외가 만들어지는 '탄력적 운영'은 결국 생태계가 아니라 인간 편의로 진행될 것이다.
강은 탄력적 운영의 대상이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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