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면세점 '빅4' 재집결…롯데·신라·신세계·현대 경쟁 재점화

김나연 기자 2026. 3. 11.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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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F1·DF2 매장 개점 앞두고 판도 흔들…콘텐츠·브랜드 전략 모색
공항 이용객 늘었지만…고환율·소비 패턴 변화에 업황 침체 지속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연합뉴스

[스포츠한국 김나연 기자]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시장이 다시 '4파전' 구도로 재편되면서 침체된 국내 면세 산업의 판도가 요동치고 있다. 롯데·신라·신세계·현대 등 면세업계 '빅4'가 3년 만에 모두 인천공항에 집결하면서 공항 면세점을 둘러싼 경쟁이 재점화되는 모습이다. 다만 과거와 달리 시장 환경이 크게 바뀐 만큼 업계는 무리한 외형 확대보다 수익성 개선과 차별화 전략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분위기다.

11일 면세업계에 따르면 롯데면세점과 현대면세점은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 면세구역 DF1·DF2 매장을 각각 내달 17일과 28일 개점할 예정이다. 해당 구역은 향수·화장품·주류·담배 등 면세점 매출 비중이 높은 핵심 카테고리를 포함한 공간으로, 기존 사업자였던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이 업황 악화 및 수익성 부담을 이유로 사업권을 반납하면서 공석이 됐다.

이번 신규 사업권 확보로 인해 인천공항 면세점은 다시 '빅(Big) 4' 체제로 재편된다. 현재 인천공항 제1터미널 면세점은 △DF1(향수·화장품·주류·담배) 롯데 △DF2(향수·화장품·주류·담배) 현대 △DF3(패션·부티크) 신라 △DF4(패션·부티크) 신세계 △DF5(명품·부티크) 및 DF7(패션·잡화) 현대 등으로 구성됐다.

특히 현대면세점은 인천공항에서만 DF2·DF5·DF7 등 세 구역을 운영하며 약 2600평 규모를 확보해 인천공항 전체 면세점 면적의 약 32%를 차지하게 됐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업권 이동이 면세업계 판도 변화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는 인천공항 복귀를 통해 1위 탈환을 노리고 있으며, 현대는 신세계와 3위 경쟁에 본격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만 공항 이용객 증가에도 불구하고 면세 산업 전반의 업황은 여전히 부진한 상황이다. 한국관광데이터랩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방문자는 약 1894만명, 한국인 출국자는 2955만명으로 모두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같은 기간 국내 면세점 매출은 약 12조5340억원으로 전년 대비 11.9% 감소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24조8000억원)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이 같은 현상은 소비 구조 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과거 면세점 매출을 떠받치던 중국 보따리상(따이궁) 중심의 대량 구매가 줄어들고, 개별 관광객 중심 소비로 구조가 바뀌면서 구매 규모 자체가 작아졌다는 것이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면세점 가격 경쟁력이 약화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공항 면세점 특유의 비용 구조 역시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인천공항 면세점은 매출과 연동된 임대료 체계를 적용하고 있어 매출이 늘어도 비용 부담이 함께 커지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신라와 신세계가 지난해 말 DF1·DF2 사업권을 반납한 것도 수익성 악화에 따른 문제 때문이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면세업계는 과거와는 다른 방식으로 공항 면세 전략을 짜고 있다. 가격 경쟁 대신 브랜드 경험과 체류형 콘텐츠를 강화하는 방향을 모색하고 있는 모습이다.

롯데면세점은 상품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글로벌 브랜드 네트워크를 활용해 공항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브랜드와 한정 상품을 확대해 차별화를 시도한다는 전략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롯데면세점(부산법인 제외) 매출은 2조295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신라면세점 매출은 2조5269억원으로, 양사 간 매출 격차는 약 5000억원 수준까지 벌어졌다. 지난 2023년 인천공항 면세점 사업권 확보 실패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그렇기에 롯데면세점에게 이번 인천공항 DF1 구역 운영은 외형 회복에 있어 중요한 기회로 평가된다. 롯데는 해당 구역을 여객 1인당 임대료 5345원에 낙찰받아 기존 사업자인 신라면세점보다 약 40% 낮은 수준으로 사업권을 확보했다. 업계에서는 수익성 측면에서 유리한 구조를 확보했다고 보고 있다.

현대면세점은 체류 시간 확대 전략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공항 면세점이 출국 전 일정 시간 머무르는 공간인 만큼, 체류 시간이 길어질수록 구매율이 높아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결정이다.

또한 인천공항 내에서 유일하게 화장품·패션·주류 등을 운영하는 풀 카테고리 사업자라는 점을 활용해 팝업스토어와 체험형 매장을 적극적으로 도입할 계획이다.

나아가 현대면세점은 최근 금융 플랫폼 토스와 협력해 얼굴 인식 결제 시스템 '페이스페이'를 도입하는 등 디지털 결제 환경도 강화하고 있다.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은 공격적인 확장보다는 기존 매장 안정화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신라는 DF3 패션·부티크 구역에서 글로벌 패션 브랜드 중심으로 매장을 재정비하고 있으며, 신세계 역시 명품 브랜드 중심의 상품 구성으로 DF4 매출을 끌어올리는 전략을 추진하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인천공항 면세점이 단순한 판매 공간을 넘어 브랜드 홍보와 글로벌 마케팅의 전진기지로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K-뷰티와 K-패션에 관심이 높은 외국인 관광객을 공항에서부터 끌어들이는 전략이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 면세업계 관계자는 "관광객 수가 늘어도 소비 구조가 달라지면서 과거와 같은 매출 성장 공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며 "가격 경쟁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브랜드 경험과 콘텐츠 경쟁력이 중요한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공항 면세점은 여전히 상징성이 큰 핵심 채널"이라며 "수익성을 유지하면서 브랜드 영향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면세업계가 인천공항을 중심으로 새로운 전략 마련에 나선 가운데, 이번 '빅4' 경쟁 구도가 침체된 면세 시장의 반등 계기가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스포츠한국 김나연 기자 yeonpil@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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