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소원 떴다” 공격적으로 헌재 전관 영입 나선 로펌들…‘제4심’ 특수 전쟁 개막

이태준 기자 2026. 3. 11.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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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약 1만 건 이상 사건 접수 예상…헌법재판의 ‘변호사 강제주의’ 효과도
대형 로펌들 중심으로 전담팀 조직 완료…인력 보강 나서

(시사저널=이태준 기자)

김상환 헌법재판소장이 지난 2025년 11월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기 위해 도착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재판소원 제도를 도입하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이 지난달 27일 국회를 통과하면서 법조계의 대응이 빨라지고 있다. 사실상 '4심제' 성격의 재판소원 도입으로 헌법재판소 사건 접수가 4배 이상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자, 대형 로펌들은 관련 조직을 정비하고 헌재 출신 전관들을 공격적으로 영입하며 변화에 대비하고 있다.

11일 시사저널이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헌법연구관 증원 계획'에 관한 자료에 따르면, 재판소원 제도 도입 시 연간 추가 접수 예상 사건은 약 1만 건 이상이다. 지난해 접수된 3092건과 합산할 경우 연간 처리 규모는 현재의 4배 수준인 1만3000건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헌재의 본안 심리 평균 처리 기간은 2년이 넘는 상황이다. 법조계에서는 충분한 인력과 심사 제도 보완 없는 제도 도입은 사법 마비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주진우 의원은 "헌재의 사건 적체로 국민 불편이 큰 상황에서 재판소원을 도입하는 것은 사법 체계의 마비를 자초하는 행위"라며 "권력자만을 위한 '특혜 4심제'로 비리 범죄자만 활개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로펌 업계는 사실상의 '특수'를 기대하며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헌법재판은 변호사 선임이 필수인 '변호사 강제주의'를 채택하고 있어 신규 수임 시장 확대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대형 로펌들을 중심으로 이미 전담팀 조직을 완료하고 인력 보강에 나서는 등 선점 경쟁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주요 대형로펌에 꾸려진 '재판소원TF' 핵심 구성원 현황 ⓒ시사저널 이태준

헌재 사무처장부터 전직 재판관까지

김앤장 법률사무소는 목영준(사법연수원 10기),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사법연수원 14기) 등 기존 '헌법소송팀'의 전열을 재정비하고 있다. 이미 전관을 확보한 만큼, 재판소원 도입에 따른 세부 법적 쟁점 검토에 주력하는 모양새다. 법무법인 광장 지난 4일 '헌법재판팀'을 출범시키며 2025년까지 헌재 사무처장을 지낸 김정원 변호사(사법연수원 19기)를 배치해 전문성을 강화했다. 여기에 지영철(사법연수원 17기), 강을환(사법연수원 21기) 등 연구관 출신들을 대거 포진시켰다. 

법무법인 지평은 이공현 전 헌법재판관(사법연수원 3기)을 필두로 진용을 꾸렸다. 헌재 위헌 결정을 다수 이끌어낸 박성철 변호사(사법연수원 37기)와 부장판사 및 헌재 연구관을 지낸 사봉관 대표변호사(사법연수원 23기) 등으로 구성된 '헌법행정팀'을 통해 재판소원에 대응할 채비를 갖췄다. 지평은 향후 관련 전문가의 추가 영입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법무법인 동인 역시 서기석 전 헌법재판관(사법연수원 11기)을 TF 팀장으로 선임했다. 초대 헌법연구관인 손용근 고문을 비롯해 전직 헌법연구관과 부장판사 출신 등 헌재 실무 경험자들 위주로 팀을 구성해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전직 헌법재판관뿐만 아니라 대법관 출신의 중량급 인사를 필두로 전열을 정비하는 로펌들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법무법인 태평양 역시 헌법재판소 선임헌법연구관을 지낸 김경목 변호사(사법연수원 26기)를 필두로 지난달 말 30여 명 규모의 '재판소원 TF' 구성을 완료했다. 특히 차한성(사법연수원 7기)·이기택(사법연수원 14기) 전 대법관 등 대법관 출신 중량급 인사들이 대거 합류해 진용을 갖췄으며 시장 대응을 위한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본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법무법인 세종은 민일영 전 대법관(사법연수원 10기)과 부장판사 출신의 배호근 변호사(사법연수원 21기)를 중심으로 헌법재판소장 직속 연구관을 지낸 염동신 변호사(사법연수원 20기),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을 이끌어낸 김광재 변호사(사법연수원 34기) 등의 법조인을 배치했다. 법무법인 화우는 이인복 전 대법관(사법연수원 11기)을 필두로 법원행정처 및 헌법재판소 연구관 출신 대표변호사들이 참여하는 '재판소원 TF'를 가동했다. 화우는 이미 관련 쟁점을 분석한 뉴스레터를 발송하는 등 선제적 대응에 나선 상태다. 

법무법인 대륙아주는 헌법재판소 연구관을 지낸 김정호 변호사(사법연수원 18기)를 중심으로, 법무부 행정소송과장을 지낸 송창현 변호사(사법연수원 26기) 등이 재판소원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기존 헌법 소송에 관해 대응하던 조직을 적극 활용한다는 입장도 아울러 밝혔다. 법무법인 율촌은 별도의 재판소원 TF를 구성했다. 국회 파견 판사 출신의 권혁준 변호사(사법연수원 36기)가 실무를 총괄하며, 전직 헌법연구부장인 윤용섭 고문(사법연수원 10기)과 서울고등법원 판사 출신 변호사들이 포함됐다. 율촌은 현재 헌재 근무 경력이 있는 변호사 영입을 추가로 추진 중에 있다. 

법무법인 바른은 최근 '재판소원 전문대응팀'을 출범하고, 오는 24일 고객 초청 세미나를 개최해 재판소원 제도의 실무적 대응 방안을 논의한다. 해당 팀은 헌법재판소 파견 경험을 보유한 팀장 직책의 고일광 변호사(사법연수원 27기)를 필두로 전기철 변호사(사법연수원 30기), 송길대 변호사(사법연수원 30기) 등 부장판·검사 출신 전관 변호사 5인으로 구성됐다.

이른바 '네트워크 로펌'의 기세도 매섭다. 법무법인 YK는 제도 변화를 모니터링하며 조직 개편을 검토 중이다. YK 측은 "특정 사안에 국한된 전담팀 신설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나 상시적으로 우수 인재 영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법무법인 대륜도 현재 재판소원 TF 출범을 위한 준비를 상당 부분 진척시킨 상태다.

재판소원 사건, 헌재 점령하나

그러나 이 같은 로펌들의 과열 경쟁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공익적 가치를 다투는 위헌법률심판보다 개인의 소송 불복 성격이 짙은 재판소원 사건이 헌재를 점령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재경지법의 한 국선변호인은 "재판소원이 사실상 4심제로 기능하며 소송 당사자의 법적 불안정성을 가중시킬 우려가 크다"고 짚었다. 그는 "신속한 분쟁 종결을 원하는 시민들의 기대와 달리 소송 절차가 비대해짐에 따라 재판소원 제도가 분쟁의 실질적 해결에 기여할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반면 재판소원 제도가 일반 시민에게 미치는 실질적인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는 대법원에서 확정된 판결을 특별한 사유 없이 헌법재판소가 뒤집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판단에 근거한다. 지청장 출신의 한 법조인은 "일반 사건의 당사자들에게 소송 기간 연장에 따른 심리적 부담이 가중될 수는 있으나, 특수 사건을 제외한 대다수의 사안에서 판결의 흐름을 바꿀 만한 파급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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