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터지지 않는 낙동정맥 오지에서 봄맞이 산행

윤성중 2026. 3. 11.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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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바람과 돌멩이들① 울진 통고산 답운재~애미랑재 14km 종주 르포
둘째날 통고산~애미랑재 구간의 고도표. 가민 시계에서 얻은 데이터.
경북 봉화군에 있는 통고산 정상. 이곳은 사람 발길이 드물다. 정상부에 텐트 여러 동을 설치할 수 있는 널찍한 헬기장이 있다. 스마트폰도 잘 터지지 않는 국내에 얼마 없는 오지 중 하나다.

3월은 계절상 보통 봄에 해당한다. 이때쯤 기온이 영상으로 올라가는 날이 많고 그에 따라 바람 또한 날카롭지 않다. 여러 독자에게 하루빨리 봄소식을 알리기 위해 으레 따듯한 남쪽으로 산행지를 잡는 것이 편집부의 관행이긴 한데, 이번만은 동쪽 끝으로 잡았다. 낙동정맥을 타기 위해서다. 그중 경북 울진군 금강송면에 있는 통고산(1,066m) 구간에 가기로 했다. 여긴 사람 발길이 적은데, 숲이 우거지기 시작하는 때에 이곳을 통과하기란 꽤 어렵기 때문이다. 나뭇가지들이 몸과 다리, 발을 붙잡고 늘어지기 십상이라 낙동정맥 같은 외진 곳의 산행은 3월~5월이 제철이라고 할 수 있다.

속초시에 있는 임동씨의 사무실에서 준비물을 체크하고 있다. 이 사무실은 임동진씨가 운영하는 아웃도어 브랜드 '오름(ORUMM)'의 작업실이다.
"이 시계 어떻게 사용하죠?" 오진곤씨와 임동진씨에게서 가민의 인스팅트3 시계 사용법을 익히고 있다. 맨 오른쪽은 가민 인리치 미니다. 조난당했을 때 구조용으로 주로 쓰는 장비다.

낙동정맥 능선은 흔히 태백시 구봉산(902m)에서 시작한다고 여러 산꾼이 말한다. 그 끝은 부산 다대포의 몰운대로 알려져 있고, 태백산에서 시작해 낙동강 하구까지 이어진 능선의 길이는 400여 km로 산행 일정과 체력에 따라 13구간~30구간 정도로 나눈다. 통고산이 있는 구간은 보통 4구간이라고 할 수 있는데, 우리는 이 구간의 시작과 끝을 답운재, 애미랑재로 잡았다. 거리 14km로 코스를 비교적 짧게 잡은 이유는 함께 간 임동진(ORUMM 대표), 오진곤(코너트립 제작자)씨는 낙동정맥 종주가 처음이기 때문이다. 처음이기 때문에 초반부터 낙동정맥의 매운맛을 맛보게 해선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사람과 함께 국내의 여러 산을 탐방할 목적으로 클럽 이름까지 지었다. '산들바람과 돌멩이들'이라고. 이름의 큰 뜻은 없다. 굳이 의미를 부여하자면 '산들바람 부는 대로 이리저리 산에서 굴러다니는' 클럽 정도 되겠다.

낙동정맥 4구간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는 답운재 정상. 차량 2대 정도 세울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산행 전 지도를 확인하고 있다. 오지에서 종이 지도는 유용할 때가 많다.

답운재에 도착하니 오전 11시가 넘었다. 두 사람은 속초에 거주 중인데, 함께 아침 8시에 속초시장 부근에서 출발, 대충 끼니를 때우고 능선에 도착하니 시간이 이처럼 흘러버렸다. 늑장을 부린 건 아니다. 울진에서 답운재까지 꼬불꼬불 도로를 따라 30분을 더 달렸으니, 여기까지 거리가 멀다고 해야겠다. 게다가 하산지점인 애미랑재(봉화군 소천면 남회룡리)에 차를 한 대 두고 오느라 시간은 더 지체됐다. 하지만 우리는 별걱정을 하지 않았다. 통고산 정상에서 텐트를 치고 하루 자기로 했기 때문이다.

답운재에서 출발 후 얼마 되지 않아 눈길을 마주쳤다. 3월인데도 녹지 않은 눈을 보고 당황했는데, 다행히 많이 쌓여 있진 않았다.

답운재에 도착해 나는 두 사람에게 낙동정맥에 관해 짤막하게 설명했다. "여기는 낙동정맥의 한 구간입니다. 오늘 우리는 여기서 통고산까지 갈 거고요. 거리는 7km쯤 될 거예요. 통고산 정상에 헬기장이 있어요. 거기 터가 좋을 거예요. 저는 이 정맥 종주를 좋아해요. 왜냐하면 산 능선을 타면서 능선을 기준으로 이쪽 마을과 저쪽 마을의 차이점을 직접 확인할 수 있거든요. 이 점이 아주 재미있어요. 그러니까 이번 산행은 등산이나 종주가 목적이 아니라 지리학 공부를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어요. 산 주변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거죠. 내가 사는 나라의 특성을 이해하는 것, 이것은 산을 이용한 여행 경험을 아주 풍성하게 해 줄 거예요. 실제로 이 능선에선 경치가 보이거나 재미있게 생긴 바위가 있는 등 볼거리는 아주 적을 거예요. 산행이 지루할 수 있다는 얘기죠."

두 사람은 내 설명을 듣는 것 같지 않았다. 오히려 둘은 앞으로의 산행이 얼마나 험난할지 계산하는 데 더 몰두하고 있는 것 같았다. 미리 공부해 온 오진곤씨는 "오르막이 잔잔하다고 알고 있다"라며 "오후 4시쯤 정상에 도착할 것 같다"라면서 여유 있는 표정을 지었다. 난생처음 정맥 종주라는 걸 앞둔 임동진씨는 살짝 긴장한 것 같았다. 나의 장대하고 거창한 설명이 끝나자마자 두 사람은 몸을 돌려 오르막을 오르기 시작했다.

능선에서는 볼 거리가 얼마 없었다. 온통 잡목 뿐이었고, 또 등산로에는 눈이 쌓여 있어 우리는 묵묵히 산길을 걸었다.

답운재의 해발 고도는 619m쯤 된다. 400m 정도만 고도를 높이면 된다는 생각이 위안이 됐다. 오진곤씨의 예상대로 오르막은 완만했다. 주변에 볼 만한 경치는 눈에 잘 띄지 않았다. 덕분에 우리는 걷는 것에 집중해 오로지 앞으로 움직이기만 했다. 얼마 안 가 눈밭이 나타났다. 눈은 대체로 얼어 있어 발이 푹푹 빠지진 않았다. 우리는 사뿐사뿐 그 위를 걸었다. 스패츠나 아이젠은 필요 없었다. 방수 기능이 있는 등산화를 신은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산행 중 고라니 두 마리와 담비(처럼 보이는) 가족을 만났다. 고라니는 우리 바로 앞을 쌩하고 지나쳤고 그 뒤를 이어 담비 가족이 등장했다가 사라졌다. 우리는 소리를 지르면서 놀라워했다. 지루했던 산행에 두 동물의 등장은 적잖은 즐거움을 선사했다.

산행 때 스마트워치를 차면 편리하다. 이동 거리를 수시로 확인할 수 있고, 속도와 남은 거리도 쉽게 계산할 수 있다.

통고산으로 이어진 능선이 꽤 가팔랐다. 눈 속에서 어기적어기적 등산로를 올랐다. 힘이 빠질 무렵 산림청에서 설치한 산악기상 관측용 탑이 나타났다. 근처는 터가 좁아 텐트를 설치할 수 없어 실망한 상태였는데, 이 커다란 장치를 설치하려면 부근에 분명 헬기장이 있을 것이라 믿고 능선을 더 타고 올랐다. 10m 앞에 움푹 파인 곳이 눈에 띄었다. 우리는 드디어 헬기장에 도착했다면서 소리를 질렀다. 곧이어 나타난 헬기장은 널찍했다. 텐트 10여 동은 칠 수 있는 공간이었다. 헬기장 뒤에 통고산 정상석도 있었다. 우리는 눈을 다지고 텐트를 쳤다. 바람이 불지 않아 다행이었다. 밤이 되자 텐트 위로 별이 쏟아졌다. 잠깐 바깥으로 나와 감탄하다가 우리는 다시 텐트 안에 들어가 밤늦게까지 이야기를 나누다가 잠들었다.

답운재에서 출발해 유일하게 만나는 '문명'의 흔적. 이 안내판에서 통고산 정상은 약 1km 떨어져 있다.
통고산 정상 직전에 설치된 산악기상 관측용 시설.
통고산 정상. 정상석 앞에 헬기장이 널찍하다.
통고산 정상에선 스마트폰에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다. 오지라는 증거다. 하지만 시계는 문제 없이 작동된다.

다음날, 일출 시각에 맞춰 일어나려고 했는데 눈을 뜨니 아침 7시 30분이었다. 우리는 부랴부랴 일어나 텐트를 걷고 하산을 시작했다. 오진곤씨가 스마트폰에 저장해 온 고도 표를 보여주면서 말했다. "오늘도 어제처럼 잔잔한 오르내림이 이어질 예상!" 우리는 묵묵히 또 걸었다. 이날 기온은 0℃ 정도였고, 바람도 없었다. 곳곳에 표지기가 붙어 있어 길 잃을 염려도 없었다. 여유 있게 산길을 탔는데, 도중에 커다란 짐승의 발자국을 발견하기도 했다. 발자국은 곰의 것으로 추측했는데, 우리가 산꼭대기에서 자는 동안 곰이 찾아왔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니 한편으론 오싹하기도 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임동진씨는 지친 듯 보였다. 그가 말했다. "예전에 안나푸르나 서킷 트레일의 어떤 구간을 걸은 적이 있는데, 거기보다 여기가 더 힘든 것 같네. 그 트레일은 길이 여기보다 좋았다고 기억하고 있어." 그러나 산길은 이내 평온해졌다. 이리저리 오르내리다가 등산로는 왼쪽으로 확 꺾어졌고, 바로 가파른 내리막이 나왔다. 나는 지도를 보고 외쳤다. "앞으로 1km 남았어요!" 그로부터 20분쯤 걸렸을까? 우리는 계곡 옆 산길에서 도로로 굴러 나왔다. 우리는 도로를 따라 남회룡리로 터덜터덜 내려갔다. 도로 양옆에서 소나무 향이 희미하게 풍겼다.

산행길잡이

가민 시계를 통해 얻은 산행 데이터 중 이동경로. 위쪽 시작점이 답운재, 아래 끝지점이 애미랑재다.
첫날 답운재~통고산까지의 고도표. 가민 시계를 통해서 얻은 데이터다.
둘째날, 통고산~애미랑재 구간의 고도표. 가민 시계에서 얻은 데이터다.

낙동정맥 통고산 구간 답운재~애미랑재는 산행하기 비교적 편하다. 해발고도 600m에서 등산을 시작한 덕분이기도 하고, 이 구간의 전체 길이는 14km로 짧은 편이다. 빠른 걸음을 가진 이라면 이 구간을 5시간에 통과하기도 한다. 잡목이 우거져있고, 눈에 덮인 구간도 있지만 길 찾기는 어렵지 않다. 곳곳에 표지기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도중에 식수를 구할 수 있는 곳은 없다. 통고산 정상, 정상석 앞에 널찍한 헬기장이 있는데, 여기서 야영할 계획이라면 하룻밤 사용할 물을 지고 가야 한다. 우리는 네 사람이 총 8L 정도의 물을 챙겼다. 기온이 꽤 낮아 산행하면서 한 사람당 500ml 정도의 물을 섭취했다.

답운재에 차 2대 정도 세울 수 있는 주차 공간이 있고, 애미랑재 부근에는 차를 댈 만한 곳이 없다. 우리는 애미랑재에서 서쪽으로 500m 정도 떨어져 있는 남회룡리 마을회관(경북 봉화군 소천면 남회룡로 1005-20) 앞 작은 주차장에 차를 세워뒀다. 이곳에 차를 세울 때는 행선지를 써 놓고 가는 것이 좋다.

먹을 데

금강송스마트복합쉼터. 울진에서 답운재로 들어가는 도로 중간에 있다. 전기차 충전소와 카페, 식당 등을 갖췄다.
금강송스마트복합쉼터 식당에서 파는 산골비빔밥.
쉼터에서 먹을 수 있는 수제찐돈까스.

마을 주민들이 운영하는 휴게소

금강송스마트복합쉼터

답운재에서 차로 1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유명한 식당이 생겼다. 이곳은 작년 6월 문을 열었다. 국토교통부에서 만든 것으로 전기차 충전소를 비롯해 카페와 식당이 있다. 특이한 점은 이 식당의 직원들은 모두 인근에 사는 주민들이라는 것이다. 쌍전1리 사회적협동조합이 운영을 맡고 있는데, 그에 따라 여기서 만든 음식들은 맛있다고 소문났다. 이용객들은 대체로 외지인이지만 근처 주민들도 애용한다. 산골비빔밥 1만 원, 수제찐돈까스 1만1,000원, 오징어짬뽕밥 1만1,000원.

주소:

경북 울진군 금강송면 금강송로 469 1층

전화: 010-4520-5415

써보고 놀란 장비

가민 인스팅트3 아몰레드(왼쪽)와 솔라. 솔라 모델은 태양열로 자동 충전이 된다.
오진곤씨가 오른손에 들고 있는 기기는 인리치 미니3다. 옛날 가민의 GPS 기기를 작게 만든 버전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자동 응급 연락 가능, 가민 인스팅트3

이번에는 오지 산행 컨셉에 맞춰 특별한 스마트위치를 사용했다. 가민의 인스팅트3다. 나침반, 고도계, 온도계는 기본으로 적용되어 있고, LED 플래시 라이트도 내장되어 있다. 배터리도 오래 간다(최대 24일). 이전 버전과 달리 디스플레이도 개선됐다. 밝은 대낮에도 시계 화면을 확실하게 인식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시계에 충격이 가해지면 입력된 전화번호(지인)로 시계 사용자의 상태까지 전송된다(사고일 경우 자동 응급 연락 가능). 인적이 드문 산행지에서 이 시계는 여러모로 편리한 기능을 제공한다.

임동진의 산행 복장

상의는 티톤브로스와 코오롱스포츠, 하의는 오름, 신발은 노말 제품이다. 배낭은 시에라디자인의 옛날 버전 제품이다. 그는 오름의 바지를 입고 볼더링도 즐긴다. 즉 오름의 이 등산용 바지는 다용도라고 할 수 있다. 신발은 방수 기능이 있는 것으로 얕은 눈밭에서도 발이 젖는 걸 효과적으로 막았다.

오진곤의 산행 복장

상의는 파타고니아, 하의는 오름, 신발은 테크니카 제품이다. 배낭은 코너트립 제품으로 그가 직접 만든다. 이 배낭은 배낭의 앞면과 옆면에 달린 주머니가 특히 유용하다. 주머니가 널찍해 산행에 필요한 의복이 여러 벌 들어간다. 배낭 위쪽의 롤 매트를 얹을 수 있는 기능도 아주 편하다.

윤성중 기자의 산행 복장

상의는 파타고니아, 하의는 오름, 신발은 테크니카 제품이다. 배낭은 코너트립 제품을 멨다. 오름의 이 바지는 나일론으로 제작됐다. 볼더링용으로 제작됐는데, 일반 산행 때도 편하다. 다리 길이가 딱 맞아 깔끔한 모양을 낸다. 코너트립의 이 배낭은 60L로 배낭 자체 무게가 매우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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