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中추격 넘자…ESS, 방산으로 확장하는 K배터리 [인터배터리 2026]

정진용 기자 2026. 3. 11.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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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차관 “글로벌 공급망 재편...5~7년 시간 남았다”
LG엔솔·삼성SDI·SK온, 전고체 배터리 기술 전면 공개
황화물계 셀·솔리드스택 등 차세대 배터리 경쟁 본격화
전기차 캐즘 속 ESS·AI데이터센터 시장 부상
11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막한 '인터배터리 2026' 매표소에 인파가 몰린 모습.(김민서 기자 viajeporlune@)

전기차 캐즘과 중국의 추격을 뚫고 K배터리가 생존 전략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올해 14회째를 맞은 '인터배터리 2026' 행사는 14개국에서 한국 배터리 3사, 일본 파나소닉에너지 등 세계적 배터리 제조사 등 667개 기업이 참여하며 역대 최대 규모로 진행됐다.

11일 오전 인터배터리 2026 개막을 앞둔 서울 삼성동 코엑스 전시장 입구에는 이른 시간부터 긴 줄이 늘어섰다. 매표소 주변에는 배터리 업계 관계자와 취재진이 뒤섞이며 전시장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전기차 시장 성장 둔화 속에서도 배터리 산업의 미래를 확인하려는 발걸음이 이어졌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배터리산업협회 등이 주최한 이번 행사에는 2382개 부스가 마련돼 배터리 셀부터 소재·장비까지 전 밸류체인 기술이 공개됐다.

개막식에서 문신학 산업통상부 차관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서 우리에게 5~7년 정도의 전략적 시간이 주어졌다고 본다”면서 “이 기간 동안 배터리 밸류체인과 소재 산업을 재정비해 세계 최고 경쟁력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SDI는 11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막한 인터배터리2026에서 2027년 양산 예정인 전고체 배터리 브랜드를 '솔리드스택'으로 정하고 피지컬AI와 함께 소개했다.(김민서 기자 viajeporlune@)

국내 배터리 3사는 신기술을 대거 선보였다. 특히 차세대 기술로 꼽히는 전고체 배터리 경쟁이 전시장 곳곳에서 부각됐다. LG에너지솔루션은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 실물 셀과 모듈 목업을 처음 공개했다. 리튬이온배터리(LIB)의 한계를 넘어서는 높은 에너지 밀도와 빠른 충전을 핵심 메시지로 내세우며 전고체 배터리를 프리미엄 전기차뿐 아니라 휴머노이드 로봇, 도심항공교통(UAM) 등 차세대 시장에 적극 적용하겠다는 전략을 밝혔다.

삼성SDI는 에너지저장장치(ESS) 솔루션 ‘삼성배터리박스(SBB)’와 700Wh/L 초고에너지밀도 각형 배터리를 선보였으며, 개발 중인 전고체 배터리 브랜드 ‘솔리드스택(Solid Stack)’을 처음 공개하며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 전략을 강조했다. SK온 역시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와 리튬메탈 배터리를 함께 전시하며 차세대 배터리 기술 경쟁에 가세했다. SK온 부스에서는 현대위아와 공동 개발한 물류 로봇 ‘H-모션 AMR’과 함께 대면적 냉각 기반 파우치형 셀투팩(CTP) 기술과 액침냉각 시스템을 적용한 차세대 열관리 솔루션도 공개됐다.

'인터배터리 2026' LG에너지솔루션 전시 부스에 로봇이 전시돼 있다.(김민서 기자 viajeporlune@)

소재 기업들도 차세대 기술 경쟁을 펼쳤다. 포스코퓨처엠은 울트라 하이니켈 및 미드니켈 양극재, 천연·인조 흑연 음극재 등 고에너지밀도 소재 기술을 선보였다. 포스코퓨처엠은 이른바 '꿈의 배터리'라고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양극재 개발을 끝내고 완성차 고객사를 상대로 대규모 시제품 공급에 들어간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에코프로는 하이니켈 양극재와 리튬망간리치(LMR), 소듐이온 배터리 양극재 등 차세대 소재 포트폴리오를 공개했고, 엘앤에프는 초고밀도 LFP 양극재 개발 현황을 소개했다. 고려아연은 전해동박과 황산니켈 등 핵심 배터리 소재 공급망 경쟁력을 강조했다.

SK온이 1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국내 최대 배터리 전시회 '인터배터리 2026'에 참가해 전고체 배터리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김민서 기자 viajeporlune@)

전기차 이후를 겨냥한 전략도 눈에 띄었다. 에너지저장장치(ESS),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로봇, 드론, 방산 등 새로운 산업에서 배터리 수요를 확대하려는 기술과 사업 모델이 전면에 등장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LG전자 홈로봇 ‘LG 클로이드’, 베어로보틱스의 자율주행 로봇, 혈액수송용 드론과 항공-큐브위성 등을 전면에 내세우며 자사 배터리가 탑재된 다양한 완성품 사례를 공개했다. 삼성SDI 역시 ESS, 로봇, UAM을 신 성장동력으로 꼽으면서 삼성SDI가 선도하고 있는 배터리 각형 기술과 함께 다양한 차세대 배터리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엄기천 포스코퓨처엠 대표이사가 11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6'에 앞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정진용 기자 jjy@)


K배터리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잇따랐다. 엄기천 한국배터리산업협회장(포스코퓨처엠 사장)은 “지난해 천연흑연 분야에 생산 보조금 제도가 처음 도입됐고 국회와 정부가 2차전지 산업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기업들이 해외로 나가지 않고 국내에서 지속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산업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문호 에코프로비엠 대표는 “차세대 배터리 경쟁은 결국 표준 경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만큼 셀 기업과 소재 기업이 함께 참여하는 연구와 협력이 필요하다”면서 “셀·소재사들이 같이 뭉칠 수 있는 깃발을 정부가 먼저 지원하는 게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 같다”고 했다.

인터배터리 2026은 오는 13일까지 코엑스 전관에서 열린다. 전시 기간 동안 글로벌 기술 트렌드를 논의하는 ‘더 배터리 컨퍼런스’와 공급망 상담, 투자 피칭 등 다양한 산업 협력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