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쇼크’에 운항거리 늘고 운임 폭등⋯ 해상물류 재앙 오나
원유 수입의 약 70% 중동 의존… 우회 운항 시 공급망 타격

전세계 에너지 혈맥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글로벌 에너지 및 물류 흐름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자칫 해협 봉쇄가 장기화될 경우 선박 통항 감소로 인한 전세계 에너지•물류 대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1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최근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 흐름이 사실상 막혔다. 한국해양진흥공사가 지난 4일 발표한 ‘호르무즈 해협 통항 제한 상황에 따른 해운·물류 영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일 평균 36척 안팎이던 호르무즈 해협 통항 선박 수가 지난 1일 기준 3척으로 격감했다. 이는 평시 대비 90% 이상 감소한 것으로 글로벌 원유 공급망이 마비됐다는 평가다.
호르무즈 해협은 특히 글로벌 에너지 운송의 핵심 관문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전 세계 해상 운송 원유의 약 20%가 이 해협을 통과한다. 글로벌 액화천연가스(LNG) 교역량 역시 약 20%가 이 곳을 지난다. 세계 최대 LNG 수출국 중 하나인 카타르의 LNG 수출 물량 대부분도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운송된다.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 안정성이 중요한 이유다. 특히 원유 수입의 70%를 중동 지역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로써는 원유 수송 지연이나 선박 대기 증가 등을 넘어 에너지 안보와 직결되는 사안이란 현실이 존재한다.

이와 함께 선박 통항 감소는 해상 물류 운영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벌써부터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미루거나 인근 해역에서 대기하는 선박이 늘어나면서 선복 운영 효율이 해운업계 최대 현안이 됐다. 실제 국내 최대 해운사인 HMM의 선박 5척도 호르무즈 해협 인근 해역에서 상황을 지켜보며 대기 중이다.
이 여파는 고스란히 해상 운송 시장에 반영되고 있다. 최근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유조선 스팟 운임을 나타내는 유조선 운임 지수는 3일(현지시간) 기준 465.56포인트(p)로 전쟁 직전인 지난달 27일(224.72) 대비 두 배 가까이 뛰었다.
유일한 회피책이 호르무즈 해협 우회 항로 개척이다. 하지만 운항 거리가 대폭 늘어나면서 톤마일(화물량×운송거리) 기준 해상 운송 수요가 증가하는 효과가 발생한다. 그만큼 선박 운항 부담이 커지면서 해상 운송 비용 상승 압력을 펌프질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강경우 한양대 교통물류학과 교수는 “호르무즈 해협 통항 차질이 장기화하면 해상 운임 상승과 함께 국내 물류 시스템 전반에 타격을 주게 된다”면서 “특히 원유가 에너지를 넘어 반도체 소재 등 다양한 산업의 기초 원재료로 활용된다는 점을 고려, 정부의 철저한 대응책 시행이 필요한 시점이다”고 강조했다.
염재인 기자 yji@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