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 안 봐요” vs “여전히 부담”···대기업도 남성 육아휴직 여전히 10%대
계열사 전반 확산에도 사용률 14% 수준, 여성 95%대에 턱없이 못 미쳐
“대기업도 이정도”···중소기업 현실은 그림의 떡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남성 직원들의 육아휴직 사용이 빠르게 늘고 있다. 삼성전자에서는 남성 육아휴직 사용 인원이 지난해 2000명을 넘어서며 관련 통계 집계 이후 가장 큰 규모를 기록했다. 삼성SDI·삼성전기·삼성SDS 등 주요 계열사에서도 남성 육아휴직 사용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다만 여성 직원 육아휴직 사용률이 여전히 95%를 웃도는 상황에서 남성의 육아 참여 확대가 실제 기업 문화 변화로 이어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대기업에서도 여전히 부담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만큼 중소기업에서는 남성 육아휴직이 더 어려운 현실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삼성전자 남성 육아휴직 2000명 돌파···계열사 전반 확대
11일 삼성전자가 발표한 2025년 사업보고서를 보면 최근 3년간 남성 육아휴직 증가 흐름은 뚜렷하다. 삼성전자 남성 직원들의 육아휴직 사용 인원은 2023년 1303명에서 2024년 1510명으로 늘었고 지난해에는 2022명까지 증가했다. 2년 사이 719명이 늘어난 셈이다. 같은 기간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도 12.2%에서 13.6%, 14.4%로 상승했다.
계열사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나타났다. 삼성SDI 남성 직원의 육아휴직 사용 인원은 2023년 141명, 2024년 131명, 지난해 192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기준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은 약 14% 수준이다. 삼성전기에서도 남성 육아휴직 사용 인원이 140명에서 175명, 187명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삼성SDS 역시 74명에서 118명, 125명으로 늘었다.
배우자 출산휴가 사용도 덩달아 늘고 있다. 삼성전자에서 해당 휴가 사용 이력이 있는 직원 수는 2023년 2841명에서 지난해 3809명으로 증가했다. 1년 사이 968명 늘어 34% 증가한 규모다. 같은 기간 삼성SDI에서도 배우자 출산휴가 사용 인원이 203명에서 281명으로 늘었고 삼성전기는 276명에서 338명으로 증가했다.

◇"이제는 눈치 안 본다" vs "여전히 부담"···중소기업 현실은 더 엄격
다만 남성 육아휴직이 증가하고 있다고 해서 직장 문화가 완전히 바뀌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도 있다. 실제 사용률을 보면 여전히 성별에 따른 차이가 크다. 삼성전자의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이 14.4%인 반면 여성은 95%가 넘는다. 같은 조직 내에서도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비율을 보면 남성이 현저히 낮다.
현장에서는 인식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의견과 여전히 부담이 존재한다는 의견이 동시에 나온다. 젊은 직원층에서는 육아휴직을 자연스러운 제도로 받아들이는 인식이 늘었다는 평가다.
반면 실제 업무 환경에서는 여전히 고민이 많다는 목소리도 있다. 특히 프로젝트나 조직 운영에서 핵심 역할을 맡은 직원일수록 장기간 자리를 비우는 데 대한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업무 공백을 동료가 대신 메워야 하는 구조에서는 육아휴직 사용이 조직 내부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육아정책연구소 관계자는 "우리 조직은 인사고과가 A~C까지 있는데 육휴 가서 정부지원금 받으며 출근 안 한 사람은 B를 받고, 남아서 1년간 열심히 일했는데 C를 받는 경우도 있다. 내부에서 대체 인력을 뽑는다지만 대체 인력이 육아휴직자 수준의 업무 처리를 못하니 남은 사람들이 나눠 맡게 된다. 그런데 이에 대한 보상이 없이 C고과를 받아봐라. 회사 남아 일하는 사람에 대한 역차별이지 않나. 공공기관도 이런데 사기업은 더하다. 대신해서 일하는 사람에 대한 조직 내 배려가 하나도 없다는 건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 같은 상황은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에서 더 크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삼성과 같은 대기업은 인력 규모가 크고 대체 인력 확보도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인사 제도와 복지 시스템도 비교적 체계적으로 구축돼 있다. 그럼에도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이 14% 수준에 머무르는 점을 고려하면 중소기업에서는 현실적인 제약이 더 크다는 분석이다. 특히 기술 인력이나 특정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이 육아휴직을 사용할 경우 대체 인력을 구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남성 육아휴직 증가라는 수치는 기업 문화 변화의 단서를 보여주지만 동시에 제도의 한계도 드러내고 있다는 게 현장의 전언이다. 중소규모의 한 정보통신업계 HR 담당 관계자는 "육아휴직 하는 남직원 평가를 낮추라는 압박을 받기도 한다. 저도 육아하는 직원이니 저 또한 돌려서 눈치주는 것도 덤이더라"라며 "변화는 시작됐지만 남성 육아휴직 확대가 실제 노동환경 전반으로 확산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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