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수수료 장벽 붕괴, 게임 생태계 수익성 탈환 분수령?
넷마블, 엔씨 실적 개선 청신호
꼼수 논란 뇌관 여전
구글이 자사 앱 마켓의 인앱 결제 수수료를 전격 인하하며 벼랑 끝에 몰렸던 국내 게임업계의 수익성 개선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구글이 지난 4일(현지시간) 안드로이드 앱 내 결제 수수료를 기존 최대 30%에서 20%로 하향 조정하는 글로벌 개편안을 공식 발표하며 연 매출 100만달러 초과분에 대해 30% 수수료를 매기던 기존의 경직된 정책을 대폭 손질, 신규 앱 설치 이용자 거래에는 20% 서비스 수수료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큰 의미가 있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던 글로벌 빅테크 플랫폼의 30% 독점 수수료 체제가 근본적으로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실제로 과거 2008년 안드로이드 마켓 출범 이후 전 세계 시장에서 굳건하게 유지되어 온 30% 징수 규칙은 모바일 생태계 초창기 폭발적인 성장을 이끈 원동력이었으나 시대가 흐르면서 역설적으로 생태계 구성원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거대한 족쇄로 전락하고 말았다. 당장 게임사들은 막대한 자본과 수많은 개발자의 인력을 투입해 빚어낸 소중한 콘텐츠 수익의 무려 3분의 1을 고스란히 플랫폼 사업자에게 바쳐야만 했다.
플랫폼에 대한 과도한 종속 구조는 새로운 지식재산권 발굴을 위한 게임사들의 모험적인 재투자 의지를 꺾어버렸다. 그리고 생존의 기로에 선 개발사들은 줄어든 이익을 만회하기 위해 확률형 아이템 등 이용자들의 지갑만 가혹하게 쥐어짜는 극단적인 과금 모델을 무분별하게 양산하는 치명적인 부작용으로 몰리는 중이다.
이제는 상황이 달라질 전망이다. 장기간 굳게 고착화되었던 거대 플랫폼 사업자와 영세한 콘텐츠 제공자 간의 일방적인 지배 구조가 마침내 수평적 공생 생태계를 향해 의미 있는 움직임을 시작한 중대한 역사적 분기점이 열렸기 때문이다.
당장 게임 생태계 전반을 무겁게 짓누르던 핵심 원가 부담이 극적으로 덜어지면서 기나긴 혹한기를 겪고 있던 국내 주요 게임사들은 즉각적인 실적 반등의 기회를 맞이하게 됐다.
실제로 여의도 증권가 전문가들은 "10%포인트 수준의 수수료 절감 효과가 실질적으로 기업이 최종적으로 손에 쥐는 순매출액을 기존 대비 약 15% 이상 단숨에 끌어올리는 막대한 재무적 파급력을 지닌다"고 분석한다.
이런 가운데 안드로이드 진영을 장악한 독점자 구글의 선제적인 백기 투항에 강하게 자극받아 그동안 철옹성처럼 굳건하게 버티던 애플의 iOS 앱스토어 수수료마저 연쇄적인 인하 압박을 피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그리고 전 세계를 양분하는 두 거대 플랫폼의 수수료율이 나란히 하향 곡선을 그릴 경우 2027년 이후 국내 게임업계 전반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최소 7%에서 최대 10%포인트까지 수직으로 치솟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장밋빛 전망이 나오는 중이다.
넷마블 시대 온다
가장 극적인 재무 구조 개선 수혜를 입을 핵심 기업으로는 넷마블이 꼽힌다.
넷마블은 회사의 주력 게임 라인업 대다수가 모바일 플랫폼에 집중되어 있어 전체 매출의 90% 이상을 모바일 기기에서 벌어들이는 특수한 수익 구조를 가지고 있다.실제로 공개된 지난 4분기 실적 지표를 자세히 살펴보면 세븐나이츠 리버스 마블 콘테스트 오브 챔피언스 뱀피르 등 회사를 지탱하는 핵심 캐시카우들이 모바일 매출을 든든하게 방어해 냈다.
이런 가운데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같은 기간 넷마블이 구글과 애플 등 앱 마켓 수수료 명목 등으로 엄청난 규모의 수수료를 지급했다는 점이다. 무려 2523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자금이 수수료로 빠져나갔으며 이는 전체 영업비용의 31.6%를 차지할 만큼 기업의 수익성을 갉아먹었다.
다만 구글이 수수료를 내릴 경우 폭발적인 영업이익 레버리지 효과를 누릴 전망이다.
실제로 도기욱 넷마블 최고재무책임자는 지난 실적발표 컨퍼런스콜 무대에서 "지난해 말까지 지속적으로 PC 결제 비중이 올라감에 따라 수수료가 낮아지고 있고 현재도 그 수준이 더 진행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며 "해외 자회사의 PC 결제 확대도 겸하고 있으며 앱 마켓 정책 등이 넷마블에게 우호적인 상황으로 추가 개선 가능성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넷마블은 올해 글로벌 출격을 앞둔 텐트폴 대작 일곱 개의 대죄 오리진, 몬길 스타 다이브 등을 모바일 기기와 PC 크로스 플랫폼으로 동시에 준비하고 있다. 구글과 애플에 의존하던 플랫폼 종속의 사슬을 스스로 끊어내기 위한 고강도 체질 개선 작업을 이미 전사적으로 전개하는 중이다. 회사의 치밀한 플랫폼 다변화 전략과 외부 환경인 구글의 수수료 인하 호재가 완벽하게 맞물리며 과거 뼈아팠던 연속 적자의 늪을 완전히 벗어나 새로운 전성기를 당당하게 맞이할 채비를 마쳤다.
엔씨소프트도 마찬가지다. 막대한 수수료 폭탄을 피하기 위해 이미 선제적으로 자체 결제 시스템을 대폭 확대한 상태에서 구글의 수수료 인하 결정은 더욱 결정적인 수혜가 될 전망이다.
일반적인 모바일 게임과 달리 월정액 기반의 보수적인 과금 모델을 과감하게 채택했음에도 출시 직후 최대 동시접속자 32만명과 누적 매출 400억원을 단숨에 돌파한 리니지 클래식 등 앱 마켓 플랫폼 의존도를 극적으로 낮춘 자생력은 더욱 강해지는 분위기다. 여기에 구글 수수료 인하에 따른 안정적인 현금창출력이 배가되면서 하반기 서비스가 예정된 차세대 신작 개발과 서구권 시장을 겨냥한 글로벌 퍼블리싱 사업에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방심할 수 없는 리스크
구글 수수료 인하를 두고 '꼼수'라는 비판도 나온다. 겉으로는 생태계 개발자들과의 상생을 외치고 있으나 세부적인 징수 정책을 꼼꼼하게 들여다보면 거대 플랫폼 기업 특유의 셈법과 함정이 숨어 있다는 지적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을 비롯해 한국게임이용자협회, 한국게임소비자협회, 한국게임개발자연대, 한국게임물유통협회 등 7개에 달하는 시민사회 및 게임 단체는 11일 연합 공동 성명서를 통해 "구글의 이번 인하안은 불법 인앱결제 수수료 30%에서 고작 5%만을 인하한 것으로 지난 15년간 부당이득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눈가림과 기만에 불과하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들에 따르면 구글은 표면적으로 인앱결제 수수료를 20%로 낮춘다고 대대적으로 선언했으나 과거 기존 기본 수수료 30% 안에 무상으로 포함되어 제공되던 결제 수수료 5% 상당을 은근슬쩍 밖으로 빼냈다. 그리고 이를 개발사에게 별도로 부과하도록 결제 청구 구조를 교묘하게 개편했다는 주장이다. 그런 이유로 실질적인 수수료 인하 폭은 당초 발표와 달리 5%포인트 이내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이런 가운데 구글이 유독 대한민국 시장에서는 제3자 외부 결제 방식에 여전히 26%에서 27%에 달하는 살인적인 고율의 중개 수수료를 징수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만약 게임사가 구글의 자체 결제 시스템을 과감하게 포기하고 외부의 독립적인 결제대행 수수료 5%에서 10%를 울며 겨자 먹기로 추가 부담하게 될 경우, 외부 결제를 이용하는 순간 게임사가 최종적으로 구글과 대행사에 떼이는 총수수료 합계는 무려 31%에서 최대 37%까지 치솟는다.
여기에 이번 정책 개편 조치로 구글 자체 인앱결제 수수료가 20%대로 내려오게 되면 자체 외부 결제와의 수수료 격차는 기존의 1%에서 7%포인트 수준까지 무려 6%에서 13%포인트까지 더 벌어지고 만다.
콘텐츠를 만든 개발사 입장에서는 천문학적인 추가 비용을 감수하면서까지 외부 결제를 고집할 이유가 사라지는 셈이다. 겉으로는 개발자에게 결제 수단의 선택권을 자유롭게 주는 척하면서 구조적으로는 구글의 자사 인앱결제를 강력하게 강제당하는 상황이다.
시민사회 단체들이 성명을 통해 "구글은 자발적으로 인앱결제 수수료를 4%에서 6% 사이로 인하하고 제3자결제 중개수수료를 일괄 면제하라"면서 "미국과 동일하게 인하 면제 규제하지 않는다면 상호 호혜주의 원칙에 따라 미국과 같이 징벌적 3배 배상을 강구해 지난 2011년부터 부과한 불법 인앱결제 수수료에 대한 그간의 손해를 보전할 수밖에 없다"고 강경한 입장을 고수한 배경이다.